2009.09.02 18:35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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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사냥


 


+  +  +


 



 "당신. 정말 진심? 어째서 '새벽의 지배자'를 감싸려는거지?"


 


 눈은 감고 있지만, 마치 다 보고 있는것처럼 자연스럽게 우리쪽으로 고개를 둔채 이야기하는 이폴리타. 그녀의 질문은 정말 순수한 의문에서 비롯된 모양인지, 아직 이렇다할 위협을 하지 않는다.


 


 "사인이는 '새벽의 지배자'가 아니니까."


 


 이슈미아의 대답에 이폴리타는 얼굴에 작은 경련을 일으키며 작게 입을 벌린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나보다. 하지만 뜨지않은 눈때문인지 도리어 무덤덤해보인다.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


 


 "응. 정말 사인이는 아니야."


 


 진지하게 대답하는 이슈미아에게 다시한번 당혹감을 느낀건지, 잠깐동안 침묵하는 이폴리타. 거짓이라고 믿기에는 이슈미아의 얼굴이 너무도 확신에 차있었다. 그래도 의심을 거둘수 없던 모양인지 이폴리타는 미간을 일그러트리며 되묻는다.


 


 "증거는?"


 


"결론부터 말할께. 사인이는 파편이야. '새벽의 지배자' 공간계와 세계사이의 인과율을 깨고 나오는 과정에서 깨져버린 감정의 조각. 만약, 정말 사인이 안에 있던게 진짜 '새벽의 지배자'였다면 벌써 부셔져버렸을껄? 하지만 아직 살아있잖아?"


 


 "그렇다면, 그 아이가 언홀리를 격퇴시킨건 어떻게 설명할래?"


 


 어떻게 내가 언홀리와 싸운걸 알고 있는걸까. 이슈미아가 말했듯이 나를 어디선가 감시했던 모양이다.


 


 "자각은 없지만, 사인이는 솔라리스거든. 뭐, 그렇다고해서 언홀리를 이길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언홀리가 일부러,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어서 사인에게 당했다고 생각해. 카르페니스가 자각도 없는 흡혈귀에게 졌다는건 역시 말이안되니까."


 


 "하! 그럼 그 녀석을 안죽이게된 언홀리의 '사정'이라는건 뭔데?"


 


 이폴리타는 헛웃음을 친다.


 


 "글쎄.. 그건 그녀만 알뿐이지."


 


 무책임한 이슈미아의 말. 뒤에서 듣고만 있는 나도 혀가 차는데 그걸 직접듣는 이폴리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잔잔하던 표정이 조금씩 짜증으로 덮혀간다.


 


 "...장난치자는거야?"


 


 "아니, 전혀 그럴생각은 없어. 있는대로 말할 뿐이야. 내 짐작으로는 아마 사인이가 '새벽의 지배자'가 아니라는걸 깨닫고 그냥 당한척하고 물러난게 아닐까 생각해."


 


 "말도 안돼는 소리를! 언홀리가 왜 당한척을 하고 사라져야하지? 그리고 여태까지 자각을 못하는 흡혈귀따위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오는 이슈미아의 말에 이폴리타의 언성이 점차 올라간다.


 


 "그러니까 내 추측이라고 했잖아. 나도 아직 모르는거 투성이라고. 게다가 사인이는 밤에도 돌아다닐정도로 자각이 없다니깐!"


 


 "더욱더 말이 안돼. 솔라리스가 밤에 돌아다녀서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나를 바보취급하는거야!?"


 


 "얼레? 그렇네? 왜 아무런 이상이 없지?"


 


 이슈미아는 천연덕스럽게 나를 살짝 돌아보며 동그란 눈으로 의문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슈미아는 옅은 미소를 품고 있었다. 이 녀석 일부로...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이슈미아의 도발로 인해 분위기는 혈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돌아선다. 이폴리타는 심한 모욕감을 느낀듯, 몸을 부르르 떤다.


 


 "나를 놀린 대가... 죽어도 할말은 없겠지?"


 


 "숙여!!"


 


 이슈미아의 외침과 동시에 묵직한 거구를 움직이는 낫. 이폴리타의 손이 낫손잡이를 잡는 순간이었다.


 


 휘잉.


 


 텅빈 새벽을 가르는 맑은 금속성. 너무도 깔끔한 울림에 소름이 돋는다. 그 소리가 거대한 낫에서 났다는 걸 믿어되야할지 말아야할지 생각할 시간도 없다.


 


 일순간에 베란다 창문을 종이처럼 횡단하고 쇄도하는 예리한 날.


동시에 난폭하게 내 머리를 짓누르는 이슈미아의 손. 머리가 방바닥으로 꺾인다. 순간 빈혈이 몰려와 몸을 가눌 수 없게된다. 수차례의 싸움으로 인해, 또 밤을 샌 탓에 피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몸이 과부화에 걸리고만 것이다.


 


 하지만 머리위를 스치는 서슬퍼런 감촉이 빈혈로 허덕이는 정신을 바로 세운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잘린지도 모른채 내 머리를 사라져있었겠지.


 


 "넌 여기에 가만히 있어."


 


 양분되어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베란다 창문를 향해 달려드는 이슈미아.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휘둘러 유리를 산산조각내고, 이폴리타를 노린다.


 


 큰 동작을 한 뒤라는 약점도 이폴리타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지 낫을 빠르게 거두어들인다. 허공을 도약하는 이슈미아. 이폴리타는 다시금 흉악한 무기를 휘두르려 자세를 취한다. 이슈미아의 하얀 원피스가 새벽바람에 정신없이 휘날린다. 오른손을 힘껏 위로 치켜세운 이슈미아.


 


 파아앙!


 


 듣기 거북한 소음이 진동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새도 없이 이슈미아와 이폴리타는 추락하고 만다.


 시야에서 사라진 이슈미아. 순간 알수없는 감정에 이끌려 부서진 베란다로 달려가 놀이터를 내려다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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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Isuemia La Er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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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폴리타의 낫. 있을 수 없다. 학교에서 만나서 그녀와 싸울때, 난 그녀의 낫을 분명히 제거했는데...


 


 빠르게 휘두른 내 손톱은 묵직한 낫에 가로막힌다. 막기는 했지만 무게중심을 못잡고 급속히 낙하하는 이폴리타. 그리고 나도 서서히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한다. 허공에서 부유하던 그녀는 순식간에 중력의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떨어지는 그녀를 향해 손톱을 내지른다. 이폴리타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녀의 심장을 꽤뚫기위해..


 


 쿠우웅!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폴리타는 떨어지기 직전에 몸을 틀어 회전한다. 하늘하늘 거리는 드레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곡예같은 움직임. 곧 엄청난 중력이 바닥에 충돌하자, 놀란 모래들이 난동을 부린다. 그 소란 속에 이폴리타는 추락이 아닌 착륙을 한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곧 모래폭풍이 내 몸을 삼킨다. 이폴리타가 감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재잘거리는 따가움을 여과없이 느끼면서 그대로 추락한다. 그리고 웅크렸던 몸을 힘껏 펴며 뒤로 물러서는 이폴리타.


 


 쿠웅!!


 


 돌이킨다는 선택지는 없이 그대로 모래바닥으로 꽂혀버린 내 손.그녀에게는 스치지지도 못했다. 사정권에서 벗어난 이폴리타는 다시금 흉기를 들어올린다. 발목에 힘을 준다.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깔을 머금은 날이 반짝인다. 그리고 내 목을 쳐내려고 질주한다.


 


 모아둔 힘을 터뜨린다. 모래바닥에 박혀있던 손이 빠지면서 몸이 앞으로 튕겨나간다. 섬전같이 떨어지는 낫.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어. 자세를 낮추고 재빨리 이폴리타의 밑을 빠져나간다. 등뒤로 서늘함이 전해져, 곧장 몸을 날린다. 예리한 금속성이 스치면서, 하얀 머리카락 몇가닥을 앗아가버린다.


 


 낫을 횡으로 휘둘러 팔이 뒤로 내려간 이폴리타는 완벽한 무방비상태. 게다가 자세가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이폴리타의 뒤를 잡았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빠르게 쓴다고해도 뒤로 쏠려버린 무게중심을 다시 잡으려면 무방비상태가될테니. 곧장 허리를 틀어 자세를 돌린다. 손톱을 세우고 이폴리타의 등을 노린다.


 


 그와 동시에 몸을 뒤로 돌리는 이폴리타. 낫은 여전히 내려진 상태. 그녀의 얼굴에는 역습에 대한 낭패감도, 자신의 실수에 대한 후회도 비치지 않는다. 발목을 힘껏 차, 손톱을 휘두르려는 순간, 마치 미리 감아놓은 태엽이 풀리는 것처럼 빛살같이 역주행하는 낫.


 


 손을 거두고 빠르게 뒤로 물러선다. 모래바닥에 쳐박힌 낫. 하지만 이폴리타의 공세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박힌 낫을 뽑지 않고 손잡이를 잡은채 정면으로 도약한다. 낫을 지지대로 삼은채 붉은 드레스가 물결처럼 나부낀다. 마치 발레리나 같은 우아한 동작에 순간 시선을 빼앗긴 사이에 예상치 못한 공격이 날아온다.


 


 붉은 물결이 세차게 소용돌이치면서 그 사이로 뻗어나온 매끈한 다리. 회전력을 머금은 뒤돌려차기가 옆구리로 쇄도한다.


 


 "윽..."


 


 순간 상반신이 휘청거린다. 무자비하게 덮쳐온 물리력에 일시적으로 몸이 마비된다. 강제로 바닥으로 향한 시야로 꺾여진 내 그림자가 비친다. 그 기회를 놓칠리가 없는 이폴리타. 지지대로 쓰던 낫을 과격하게 뽑아 올려 낫등으로 내 복부를 강타한다.


 


 퍽!


 


 신음소리조차 낼수없는 강렬한 통증. 나는 낫등에 걸린채 고통을 참는 것만으로 벅찼다. 축쳐버린 한여름의 빨래거리처럼..


 


 이폴리타는 낫에 걸려버린 나를 그대로 허공에 내팽개쳐버린다. 시야가 모래바닥에서 뒤집히듯이 군청색 하늘로 뒤바뀐다. 새벽녘에 뜬 별만이 꺼질듯이 빛나고 있었다. 달도 태양도 세상의 끝에 걸려버린, 중립의 하늘.


 


 이폴리타의 힘에 의해 강제로 하늘을 부유한 나. 곧 그 힘도 중력에 눌려버려 몸을 가눌 수 있었다. 허공에서 힘겹게 뒤집어 이폴리타를 내려다본다.


 


 그녀는 춤을 추고 있었다. 빙글 빙글 돌고 있는 그녀는 마치 아이들이 장난삼아 펼쳐돌리는 우산같았다. 아니면 놀이동산의 회전목마라든지. 부드럽게 도는 그녀는 혼자서 왈츠라도 즐기듯 한가롭다.


 


 물론, 어디까지나


 


 한손에 들린 거대한 흉기를 제하고 나면.


 


 


 춤이 끝나고 그녀의 손이 부드럽게 하늘로 펼쳐진다. 하지만 손끝에서 날아간 것은 허공을 찢는 소리를 내며 나를 쫓아온다.


 


 그리고 그녀는 올린 손을 그대로 허리로 내리면서 끝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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