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9 21:01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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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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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뜬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자고 있었다는 감각이 없었다. 분명, 이슈미아랑 지겨운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기진이랑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던 이야기. 소혜와 만나게 되었던 이야기. 중학교때 학교성적이라든지..

 취미가 독서랑 자작시 짓기라고 말하자, 상당히 기분나쁘게 하는 표정을 짓던 이슈미아까지.


여튼 그런 사소하고도 신경쓸일 하나 없는 이야기만 있었다. 그래, 그 시절 내가 하던 모든건 사소하고 신경쓸일 하나없는 그저 혼자발버둥치던 이야기일뿐.

 그러고보니 끝에가서는 할 이야기가 없어져서, 이슈미아가 뭘 이야기할지 고민했었지. 내가 잠든건 그때였을까. 하지만 꿈을 깬 나는 현실을 인식하기 힘들다. 잠드는 순간이 애매하게 기억에 남아서일까. 아니면...


 꿈이 너무나도 선명해서일까.


 고개를 한번 흔든다. 그제야 신체감각이 되살아나며, 현실감이 몰려든다. 옆에서 엎어져서 이야기했었던 이슈미아는 탁자에 앉아있다. 유리컵에 넘칠듯 담긴 우유를 마시면서..

 "흥. 잘잤어?"

 삐졌다. 단 한마디로 이슈미아의 심사가 뒤틀렸다는걸 충분히 알고도 남았다. 내가 잠드는 동안 지루한 시간을 보낸 분노를 눈빛과 말투로 내뿜는 이슈미아.

 "미안. 나 얼마나 자고 있었어?"

 "4시간."

 오랫동안 잠든거 같았는데 생각보단 별로 시간은 지나지 않은 모양이다. 베란다 밖을 보자, 조금 위치가 바뀌어있긴 했지만, 여전히 달은 떠 있었다.  24시간이 지나서 다시 밤이 되었다고해도 믿을 정도로 긴 꿈의 여정. 마치 4시간이라는 시간으로 그 이상의 시간을 얻어낸듯한 착각. 그리고 지루한 4시간을 보낸 이슈미아도 그 시간은 4시간이 아니였던 모양이다. 심하게 토라져있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건 둘째치고도...

 식탁 위에 우유 1.5L짜리 팩 7개. 게다가 7개 전부다 개봉된 상태.

 설마 저걸 그동안에 다 먹었어? 아니, 그보다 아까 먹은 저녁은 위장으로 들어간게 아니야? 어떻게 저걸....

 나는 이슈미아의 위장에서 실종된 저녁의 행방과 그녀의 위장용량을 추측하면서 경악한다. 인간이 아니야. 아니, 원래 인간이 아니였지.

 내가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채, 이슈미아는 마지막 잔으로 추측되는 우유를 홀짝거리며 마신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꼭 '이거 먹고 키커야지'라고 다짐하는 꼬맹이같다. 그보다 보고있는 내가 토할것같은 기분이 든다. 저게 넘어갈까. 난 아직 저녁도 다 안 넘어간 것같은데..

 "왜?"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을 느낀 모양인지 이슈미아가 돌아선다.

 "..맛있어?"

 "응. 맛있어. 마실래?"

 권유하고 있다.

 "아니. 됐어..."

 물론 단박에 거절. 농담 하나없이 니가 먹는걸 보는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배가 불러 터질것 같으니까.

 "뭐야... 우유 싫어해?"

 이슈미아가 되묻는다. 표정관리를 못하고 그만 싫은 기색을 내버린 내 실수였다. 그녀의 얼굴은 '설마 우유를 싫어하는 사람있었어?' '이 맛있는걸 왜 안먹는다는거야?'라는 생각이 확연히 드러나있었다. '싫어'라고 대답하면 왠지 안좋은 일이 생길것같은 예감이 드는건 정말 예감일뿐일까. 다행스럽게도 난 모든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만능대답을 알고 있기때문에.

 "글쎄. 그냥 그럭저럭"

 "하아. 또 그 대답. 니가 '그냥' '몰라' '글쎄'라고 대답한게 몇번이나 되는 줄 알아? 참.. 재미없어. 너."

 "원래, 성격이 그런걸."

 타인에게 '재미'를 주기에는 내 삶은 너무나도 재미가 없기때문에. 이슈미아의 바램에 맞춰주는건 나에겐 불가능하다. 아니, 타인의 거푸집에 나를 녹여서 고정시키는 짓 따위 나는 절대 하지못한다. 아니 안한다. 혼자서 그 심심함을 극복하라고 하고 싶지만..

 어쨌든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고, 아직까지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이를 무시할정도로 굳은 용기를 가지지 못했기때문에, 나름대로 이슈미아의 심심함을 풀어줄 방법을 생각해본다. 마지막 남은 우유를 단숨에 삼켜버리는 이슈미아를 보며 순간 괜찮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아까는 나만 이야기한 거니까, 너도 니 이야기를 좀 해보면 괜찮을 것같은데?"

 내 말을 듣더니, 빈 유리잔을 내려놓고 한참 고민을 하는 이슈미아.

 "갑자기.. 곤란하잖아!"

 자기가 물어볼땐 아무런 생각도 안했으면서 당하니까 큰소리치네.

 "그럼. 이번엔 내가 물어보는 걸로 할께. 됐지?"

 결국, 아까전과의 상황이 반전되는 꼴이 되었다. 물론, 나도 이슈미아가 그랬듯, 대답하는 입장은 하나도 생각않아하고 막무가내 질문을 던질 것을 속으로 다짐했다.

 "으음... 그 대신, 이상한건 안돼."

 이슈미아는 살짝 인상을 쓰며 나를 노려본다. 도대체 그 '이상한 것'은 도대체 어떤 이상한걸 생각하고 있길래 저런 표정을 짓는걸까.

 "알았어. 그럼 시작할께."

 알수 없는 이슈미아의 생각은 신경쓰지 않고 질문을 시작한다. 그런데 막상 질문을 시작하려니 오히려 말문이 막힌다. 뭘 질문할지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슈미아가 거침없이 질문해오는걸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하면 되겠지 어렴풋이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보통일이 아닌것 같다. 일단 급한대로...

 "우유는 왜 좋아하게 됐어?"

 뇌를 거치지 않고 반사적으로 질문이 입에서 튀어나간다. 그렇다고 전혀 관심분야가 아닌것도 아니다. 도대체 어느정도의 이유가 있어야 그토록 우유를 좋아하게 되는거지.

 "그거야. 맛있으니까. 좋아하니까. 끝. 다음 질문."

 질문뿐만 아니라 대답까지도 막무가내다. 이 녀석. 거침없는 대답에 말문이 막혀버린다.

 "다음 질문~~~"

 질문을 강요하는 이슈미아의 목소리에 나는 전형적인 질문을 던지기로 한다. 이것저것 생각하기엔 이슈미아의 눈초리가 부담스럽다.

 "몇살이야?"

 "우와. 실례잖아. 난 어면한 숙녀라고. 숙녀의 나이를 그렇게 불손하게 묻다니."

 "니가 굳이 내 누나로 가장한게 궁금해서."


 동생도 있고, 동갑도 있는데 왜 하필 누나라고 했는가. 얼굴도 그렇게 나이많아보이지 않고. 날 대하는 태도도 왠지 꼬맹이같이 다루는 것같은 느낌도 들고.."



 "음.. 쓸떼없는데에서 날카롭네. 칫."

허리에 양손을 올린채 눈동자를 굴리는 이슈미아.

 "그래서 몇살?"

 "......그러니까..."

 "그러니까. 몇살?"
 
 "됐어! 꼬마는 알 필요없어."

 이슈미아는 입술을 삐죽내밀면서 불만스럽게 투덜거린다.

 "다음 질문!"

 그녀는 다짜고짜 다음으로 넘어가려 말을 돌린다. 아무래도 나이쪽은 대답하는게 싫은 모양인것같다. 감추고 싶다면 굳이 나도 알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다음 질문을 던진다.

 "어디서 태어났어?"

 "음... 다음 질문!"

 뭐야. 또 거부? 다시금 퇴짜를 맞은 나는 다른 질문을 건다.

 "원래부터 흡혈귀였어? 아니면 원래는 사람이었어?"

 이번에는 나름대로도 괜찮은 질문이다라고 생각되었다.

 "으으음~~"

 이슈미아는 함참을 끙끙 앓더니 이내 머리를 헝크러트린다.

 "아아~ 다음 질문! 설명하려면 복잡해!"

 이봐, 여태까지 제대로 대답한게 하나도 없잖아. 이래서 무슨 대화를 해? 자기가 심심하지 않게 해달라고 해놓고선.

 "도대체 무슨 질문을 해야 대답할건데?"

 "나에 관련된 질문을 제외한 모든 것."

 남의 신상은 있는거 없는거 다 파헤쳐놓고는 자기는 신비주의를 유지하겠다? 이슈미아의 도둑심보에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른다. 어쨌든 어울려주기로 마음먹은거 어디 어떻게 하나 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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