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7 18:47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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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사냥


 


+  +  +


 



 바람에 쓰러질 것같던 내 몸은 오히려 바람을 거슬러 검은코트를 향해 붉은 손톱을 휘둘렀다. 그러자 손가락 끝의 말초신경을 타고 뇌로 흐르는 미세한 떨림. 하지만 이걸로 내 마음을 전부 전할 수 없어. 볼을 타고 뜨거운 액체가 흐르는게 슬프면서 또한 기쁘다.


 


 세차게 불던 바닷바람은 전부 내 두손을 거칠게 끌어안는다. 모래를 밟고 도약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만큼 빠르게 검은코트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볼것도 없이 비릿한 미소함께 심장을 향해 두손을 찌른다. 하지만 그녀는 간발의 차로 피해 어깨를 조금 긁혔을 뿐이었다. 그렇게 쉽게 당할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손의 머문 붉은 바람은 거대한 칼날이 되어 그녀를 향해 확실히 달려가고 있다.


 


 바닷바람과 뒤섞인 붉은 줄기는 그녀를 집어삼키려 입을 벌린다.


 


 "AEM Hardware 90% 가속. PMS 자동 해제."


 


 또다시 변해버린 그녀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 실은 그 눈동자는 정말 보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를 과녁삼아 마구잡이로 난사했던 쌍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미쳐버린 시력은 그것을 정지된 것처럼 재생시켰다. 가벼운 나의 몸짓하나 때문에 닿지 못한 총알들은 부질없이 허공을 날아간다. 아니, 이제 어느게 총알이고 모래인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날카로운 선혈의 소용돌이는 무자비하게 그녀를 덮쳐 삼켜버린다. 믹서기에 들어간 야채처럼 잘게 부서져 가루가 되고 바람에 휘날려 사라지겠지. 피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말이야. 하지만 그 지옥속에서도 그녀의 그림자는 아직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 미안해. 내가 잘못 생각했어. 이런 마음은 내 손으로 직접 전달해 줘야되는거였지?


 


 발목을 튕겨 소용돌이 속의 그림자를 향해 달려든다. 미처 앞으로 겨누던 총을 빼지 못한채 자신의 밑에 들이닥친 나를 막지 못하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 더 이상의 기회를 주지 않고 목을 향해 손을 뻣는다.


 


시간을 역전시킨듯한 속도인 탓인지. 나는 그녀의 목을 쥐어잡고 허공으로 솓았다. 오랜만에 입었던 스웨터와 청바지가 걸레가 되어버렸다. 그녀도 검은 코트가 군데군데 찢어져 그 사이에 간간히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건 상관없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하늘을 날아,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을 하려는 순간. 자유와 존재를 한꺼번에 가질 수 있는 미묘하고도 짧은 이 순간.


 



 최선을 다해, 몸부림쳐서 존재를 증명하는 것.


 



 내 손의 터질듯한 힘줄, 그녀의 목이 지금 당장 박살나 바닥에 떨어진들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죽어서는 너무 재미없다. 이 주체할 수 없는 잔혹한 손길로 해체시키지 않으면 안돼. 그래서 손톱을 세운 왼손을 치켜들었다.


 


 탕탕!


 


 하지만 그 움직임은 불뿜어대는 총구에 의해 저지되었다. 간신히 한발은 피했으나, 나중에 날라온 탄환은 오른쪽 어깨를 꿰뚫고 지나갔다. 균형을 잃은 내몸은 모래사장에 사정없이 쳐박혀버렸다. 그녀도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착지했지만 피섞인 기침을 토해내며 주저앉는다.


 


 "Recognition Error. AEM Hardware 40% 가속. PMS 복구."


 


 어제와 똑같은 기계음이 내 귓가를 간질인다. 그녀의 짙은 녹색안광은 여전히 빛을 내고 있지만, 아까처럼 격렬하지는 않다.


 


 "당신. 새벽의 지배자가 아닙니다.."


 


 "아닐지도 모르고 맞을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글세.."


 


 그녀 역시 나를 '새벽의 지배자'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오해가 풀어졌다고 해서, 멈출 수야 없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나는 그녀에게 '죽음'을 당했으니, 당연히 이쪽에서도 답례를 해주는게 옳은 일이 아닌가? 게다가 난 흡혈귀라고. 이런건 정말 자연스러운 거라고. 인간을 사냥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잖아? 이유가 뭐가됐는 어차피 먹이에 지나지 않으니까.


 


 양손을 펼쳐 허공을 빠르게 그었다. 손의 궤적에 맺힌 선혈의 일침이 그녀의 이마를 향해 질주한다. 그녀는 한손에 들린 총의 몸체으로 그것을 쳐내고 나를 향해 탄환을 쏟아부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당신이 흡혈귀인 이상, 죽어줘야겠습니다. AEM Hardware 120% 가속. PMS 자동해체."


 


 총알마저 정지되어 재생하던 나의 시력은 순간 검은코트를 놓쳐버렸다. 시야에는 그녀가 남긴 초록빛 안광이 스쳐간 괘도의 잔상만이 떠오른다. 대응조차 할수 없이 후두부에 닿은 차가운 느낌이 전해진다. 그녀의 손짓하나에 이 몸은 정지해버릴 위기,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다. 그저 무덤덤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주저없이 허리를 과격하게 비틀어 그녀의 복부를 손톱으로 찢어버렸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선혈과 그 사이에 흐물거리는 내장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녀의 몸안에는 그것뿐만이 있던것이 아니였다.


 


 "AEM Hardware damaged. PMS 복구."


 


 "...뭐야? 몸이....."


 


 여태까지 살육에 미쳐있던 나의 정신은 그녀의 속에 있는 이상한 인공물에 잠시 주춤한다. 흘러내린 내장의 자리에 얼핏보이는 은색의 금속부품들.


 


 "엄청난 신체능력이군요. 적혈(Postgenity)을 상회하는 힘.."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모양인지 그대로 백사장에 무릎꿇는다. 나도 더이상은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몇번이고 상식을 뛰어넘는 속도를 사용한 결과이다. 게다가 사그러진 해체욕구는 다시 되살아나지 않는다. 애초에, 내가 원하는 건 순수한 살결과 선혈이었지, 거슬리는 기계따위가 아니였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푸른 하늘이 일순간 노랗게 물든다. 균형감각을 잃은채 비틀거리는 몸을 위태롭게 견뎌낸다. 그녀는 아예 일어설 생각도 하지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무심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녀.


 


 그런 그녀를 두고 나는 걸음을 돌린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죽일 마음이 사라졌다. 그래서 그냥 돌아선것이겠지. 미동도조차 못하는 그녀는 내 뒷모습을 바라볼뿐이지.


 


 원래부터 상관없던 존재다. 내가 죽이려고 했던 존재가 아닌 이상, 힘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죽일 필요도 없어.


 


 백사장을 벗어날 무렵 내 몸은 이미 아무런 위화감없이 거리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  +  +


 


 


 


 영원히 끝없이 아무것도 없는 풍경화가,



 슬퍼서, 괴로워서, 쓸쓸해서,



 망막에 비친 세계를 그려나갔습니다.


 


 붓이 부러질정도로 강렬하게, 미끄러질정도로 부드럽게,



 가장자리에서 가장자리까지 세상이 가득차고 나서,



 드디어 풍경화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당분간은 살 수 있었으니까요.


 


 


 


 


 비록, '피바다'라는 이름일지라도....


 


 


+  +  +


 


 


 경비실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아저씨를 몇번이고 확인한 후 엘리베이터 승강장 앞에 섰다. 홀수층 짝수층 엘리베이터 사이에 걸린 검은테두리의 동그란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옷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군데군데 피칠이 되어있어, 인적이 드문곳으로 돌아서 오느라고 늦어버린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16층, 기다리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급한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빈 나선의 계단통로엔 온통 나의 존재를 알리는 발자국이 진동한다. 이내 발소리의 발생순서와는 상관없이 뒤엉켜 산만해진다. 한껏 내 추한 모습을 확실하게 드러내었건만, 또다시 무언가로부터 도망친다. 그렇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달아난 나는 벽에 붙은 '5'라는 표지판에서 멈춰, 철문을 당긴다.


 


 아무도 없다. 빈 복도를 빠른걸음으로 걸어, 집앞에 섰다. 내 방에 불이 켜져있다. 그 녀석 일어난 모양인가보다. 문을 열고 들어선 현관에는...


 


 "흐으음."


 


 꽤나 매서운 눈길로 나를 응시하는 이슈미아. 그녀의 영문모를 살기에 순간 본능적으로 손이 올라갈뻔했지만 이성이란 끈은 아직 건재했다.


 


 "역시, 아무것도 느껴지지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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