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7 18:47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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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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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란스러운 일들이 지나고 내 집은 또 익숙한 고독에 묻힌다. 보통사람과는 다른 이슈미아에게 낮이라는 시간은 수면을 위한 시간. 루나리스의 신체적인 특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밤에 자듯이, 이슈미아들은 낮에 잔다.


 


 한참을 떠들던 이슈미아는 건전지가 다된 전자제품처럼 내 침대위에 쓰러졌다. 별안간 방을 빼앗겨버린 나는 텅빈 거실에 앉아 베란다 밖을 바라본다. 수많은 것들이 머리속에 소용돌이 쳐 머리가 아프다.


 


 새벽의 지배자. 흡혈귀. 루나리스. 솔라리스. 리사. 리케아. 검은 고트의 여성. 그리고 어떻게해야 될지 모른채 갈팡질팡하는 자신.


 


 갑자기 들이닥친 현실을 순간 뚜렷하게 느낀다. 앞, 뒤, 좌, 우, 갈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득한 무인도에 떨어진 자신. 그 아찔한 고독감에 머리속이 뜨거워 금방이라도 쓰러질것만 같다. 눈을 감는다. 모든 현실은 어둡게 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 어려울 것 없잖아. 나랑은 상관없어. 그래,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그것들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지금 이 말을 하는 나조차도 의미가 없는걸!


 


 어지럽던 머리가 차츰 맑아진다. 동시에 가슴을 짓누르던 현실감도 점차 느슨해진다. 아직 남아있는 감정과 생각을 다 내뿜기라도 하듯이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자, 이번엔 수많은 물음표들이 솓아오른다.


 


 기진이와 소혜의 말. 이상하다. 학교에 나오라고?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그토록 잔혹한 일이 벌어지고 나서도 학교를 간다고? 정상적인 건 하나도 없다. 생각이 그 뒤로 이어질 수록 알 수 없는 일 투성이다. 내가 검은코트의 여자에게 죽음직전까지 몰렸때도 마찬가지다. 건너 마을로 넘어가는 길에 아무리 사람이 없다손 치더라도, 과연 총소리가 동네까지 들리지 않았었을까...? 아니면, 들리면서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건가...?


 


 모든 것들은 내 18년 세월을 지배하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보니, 나만 미쳐버린 줄 알았는데...


 


 이 세상도 완전히 미쳐버린것이다.


 


 "미친 세상에 미친 사람. 비정상적이지만, 너무도 당연히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거 아닐까...?"


 


 헛소리를 내뱉으며 하늘 한점 볼수 없는 베란다 창문저편을 바라본다. 보이는 거라고는 높게 뻗은 아파트의 적막함뿐. 바닥에 붙은 엉덩이를 떼었다. 이렇게 멍하게 있으면 또다시 한없는 어둠속으로 빨려들게 뻔할테니, 또 이렇게 베란다 시야가 않좋으면 밖을 바라보는 걸 할 수 없으니까.


 


 잠든 이슈미아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현관을 나섰다. 발을 내딛은 복도는 여전히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다. 나의 발걸음은 보이지 않는 파동을 그리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다행히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알리는 전자신호는 '7'이라는 숫자를 나타내고 있었다. 주저없이 스위치를 누르자 테두리에 인위적인 붉은 빛이 점등한다. 숫자는 7에서 6, 6에서 5로 딱딱하게 변해갔고, '딩동'이라는 차임벨소리와 함께 육중한 문이 입을 벌린다. 멈춰있던 걸음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문이 닫히는 순간 모든 것과 차단되었다.


 


 1층에 도착하여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온 나는 건너편에 경비실이 보이는 유리문을 밀고 나왔다. 그리고 또다시 우뚝 멈춰서야했다. 일단, 그 답답한 집에서 나온건 좋은데, 이 몸은 도대체 어디로 향해야 하는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정말 이토록 마음과 몸이 일치하는게 신비롭기만하다.


 


 "어디에 가고 싶은거냐...?"


 


 모르겠다. 이렇게 자신에게 확실히 물어보아도 도통 알 수 없다. 도망. 모든 질문이 나에게로 찾아오는 순간 답을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어버린다. 도망. 도망. 주관식은 물론 심지어 O, X 문제도 대답할 수 없는 자신. 도망.


 


 도망. 도망쳐! 그게 너무도 아파서, 이상하게 보이니까, 이해될 수 없으니까. 어디로?


 높게 뻗은 아파트의 적막함에 나는 억압감을 느낌을 느낀다. 아파트 사이로 난 아스팔트길만이 나를 반길뿐이다.하늘은 키큰 아파트들에게 가려서 작은 연못처럼 작다. 양호실 창밖너머 바라보는 순간 머리가 시려와 견딜 수 없는 새파란 하늘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다.


 


 그래, 그 하늘을 보고, 나는 잠든 사이에 어릴적 꿈을 꾸었었다. 갈메기가 길게 웃던 한 여름의 한적한 바닷가.


 


 갈곳은 정해진거나 마찬가지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곳이 유일한 것임을. 버릇처럼 그곳을 향해 가는 지름길인 지하주차장의 어두운 입구로 들어갔다.


 


 쉬지않고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카메라만이 살아있는 것의 전부였다. 아직 오후라서 인지 띄엄띄엄 천장에 걸린 전등은 빛을 잃고 있었다. 흰색의 직사각형에는 자동차가 메우고 있었다. 체육관의 바닥같이 짙은 녹색의 콘크리트바닥을 밟으며 반대편 입구를 통과했다.


 


 그때,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직 그쪽에서 나를 보지는 못했다. 그냥 지나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어. 4반의 유령이잖아. 이시간에? 학교라도 땡땡이 친걸까?"


 


 짧은 커트머리의 남학생이 내 별명 비슷한 것을 말한다. 존재감이 별로 없는 나에게 같은반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 이제 그 별명조차 존재감이 없어지고 있는 판에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는게 신기했다.


 


 "안녕."


 


 그 아이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그냥 성의없이 손을 흔들고 말았다. 그러자 그 아이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는 나를 쳐다보았다. 내 말이 좀 건성이었지만 그정도로 충격받을만큼 나와 친한 아이였던건가? 아니다. 분명 몇차례 본적은 있지만 타인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관계일 것인데.


 


 "뭐....?"


 


 나를 정말 유령이라도 본듯이 놀라 쳐다보는 아이.


 


 "너... 뭐야?"


 


 굳은 표정과 함께 나에게로 던져진 물음. 지겨운 질문. 수도 없이 듣고 스스로 하던 그 말.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고는 아무런 의미없이 이름만을 되뇌는것뿐이다.


 


 "나..? 이름은 현사인."


 


 "아니, 그런걸 묻는게 아니고...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지?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선생님. 잠시 딴생각을 좀.."


 


 그 아이는 이상한 말을 한다. 혼자있는 주제에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원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던 애였을까.


어쨌든 이상 대화를 진행시킬 마음도 없고, 상황도 아닌것 같았다. 나는 그저 혼자 곤란해하고 있는 아이에게 말없이 손을 흔들고 작별을 고했다.


 


 도중에 싱거우면서도 약간 이상한 녀석을 만난 것을 빼고는 별다른 일없이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벌써 졸업한지 5년이 지난 나의 모교, 지연초동학교의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놀이기구도 그때 그대로였다.



 정기적으로 페인트칠만 할뿐, 모습은 언제나 사진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활기찬 운동장이었는데, 지금은 텅빈 공터나 다름없다. 아이들은 전부 집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놀이욕구를 해소할 수 있기에 굳이 이런곳에 나와서 몸을 더럽힐 필요가 없는것이다.


 


 후문으로 빠져 나온 나는 4차선 도로와 마주쳤다. 왠지 근처의 도로가 한산했다. 신호는 빨간색. 마음속으로 수십차례 갈등한 끝에 무단횡단을 감행했다. 급히 달려오는 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처음 1차선 넘을때까지만 뛰고는 맥이 빠져 한가롭게 걸었다. 도로를 다 넘어왔을때까지도 차는 한번도 지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기가막히게도 내가 인도를 밟는 순간 신호는 나를 약올리는 듯 초록색으로 돌변했다.


 


 앞에 '아천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굳이 표지판을 보지 않더래도 이미 이곳에서 10년이상을 살아온 나는 충분히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10년 이상 살아왔고 표지판이 있어도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없었다. 이게 얼마나 모순된 이야기일까....


 


 입구를 지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내리막길을 따라 걷는다.



 그렇기에 나에게 '이곳'은 영원한 나의 연인이며, 동반자. 그리고 나의 꿈.


 


 아스팔트포장이 끝나고 몇몇 모텔을 지나쳐 드디어 백사장에 발을 딛는다.


 


 영원히 멈춰서서 세상을 바라 볼수 있는 '이곳'은 나에게 있어 유일한 질투의 대상. 그리고 존경의 대상이다. 마치 '이곳'은..


 


 나만의 성지(聖地)인것처럼


 



 방풍림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백사장은 지금 겨울바람에 휘날리는 모래의 각축장이 되었다. 손가락 사이사이 시원하면서도 따가운 느낌이 소용돌이친다. 언제나 보다 바람이 심했다. 얼굴을 덮고 있던 긴 머리가 하늘로 산화할듯 아슬아슬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약간 큰 스워터도 펄럭이며 온몸을 두들긴다. 떨어질듯 말듯 흰 포말을 싣고 달려오는 파도에 실린 바람은 희미해진 나를 한꺼번에 날릴 기세였다.


 


 시원하다 못해, 통쾌한 이 바닷가에 쓰러질 듯이 서 있었다. 장대한 세월을 거친 이곳앞에서는 난 한낯 쓸떼없는 고민끝에 자살하고 있는 쓰레기일뿐. 어디에도 닿을 수 있는 바다는 아무말없이 하늘과 맞닿아 세상을 지켜본다. 그리고 그 경계선에 실신할 듯 웃는 갈매기가 날개짓한다.


 


 바다와 하늘만이 품을 수 있는 푸른보석을 유린하며, 절정의 쾌감을 느끼는 듯 몸을 비비꼬는 갈매기떼들.



 만약, 전생이 있다고 하면 갈매기가 되고 싶어.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모른채 바다와 하늘을 넘나들다가 어느날 소리없이 생명이 꺼져갈때는 영원히 바다에 몸을 맡길 수 있게.


 


 하지만 언제나 이런 이상은 현실에 반영될 수 없다. 반영이 된다면 그건 이상이고 뭐고 아무것도 아닌것이 될테니. 그 순간 심연의 푸름을 비추어야할 바다가 짙은 선혈로 반짝였다. 상쾌하게 몰아치던 파도는 걸죽하게 울렁였다.


 


 맞닿은 하늘도 그 색에 물들어버렸다. 또다시 근거없는 악의로 온몸이 달아오른다.


 


 "이번엔 확실히 제거하겠습니다."


 


 반갑고도 차가운 목소리. 얼마나 만나고 싶었던가? 첫만남부터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꼈다.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첫키스같던 총성이 이 가슴에 확실하게 꽂혀 사경을 헤메었지. 평생 잊지못할꺼야. 아름다운 추억을 나에게남겨준 그녀에게 확실히 대답해줘야겠지? 나도 사랑한다고 말이야.


 


 


 피로 물든 너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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