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6 07:51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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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사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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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슈미아를 찌른건 시작에 불과했다.



 죽이고 또 죽였다. 계속되는 살인행위. 봇물처럼 쏟아지는 선혈 속에서 나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몸부림쳤다. 폭주하는 광기에 홀려버린 채, 절정으로 몰아치던 붉은 손가락. 뇌가 녹을 것 같은 강렬한 쾌감에 죽이고 또 죽였다. 마시고 또 마시고, 웃고 또 웃고....


 마지막엔 잠든 건지 움직이는 건지 알수 없을 정도로, 황홀경에 빠져 그저 그 일을 반복하며 눈을 감았다.


 


 


 눈을 뜬다. 마치, 여태까지 내가 본 시체들은 꿈인 것처럼. 하늘엔 태양이 올라 앉아 있었다. 바닥의 찬 기운이 등골을 타고 흐른다. 콘크리트 잔해에 뉘인 몸을 일으킨다. 낯익은 곳이다. 좁은 골목길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가정집. 그리고 내가 쓰러져있는 반쯤 철거된 옛 회색건물. 어린 시절 속의 장소. 잊고 지내던 곳.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을까.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까. 하지만 의문을 가질 여유도 없이, 뇌는 달려드는 욕구에 사고를 잃고 폭주하기 시작한다. 나란 의식은 기억의 저편으로 소외되고 그 자리를 '무언가'가 차지하고 조종하기 시작한다.


 


 내 몸은 발목을 가볍게 튕긴 것만으로도 하늘로 치솟는다. 그리고 소리하나 없이 사뿐이 착지한다. 비록, 좁은 골목길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나는 수많은 존재감을 느낀다. 끊이지 않고 들리는 삶의 숨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그 소곤소곤한 존재들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찾는다. 내가 찾던게 아니면 상관없지만, 만약 내가 찾던 거라면..


 



죽인다.


 



그것이 지금 나를 지배하는 제 1의 행동원리. 모든 것은 그 논리하나로 이루어진다. 다른 것은 필요없다. 내 의지는 아무 소용이 없다. 난 그저 가만히 있을뿐. 그러면서 내 자신을 점점 세상에 뚜렷하게 그려나간다.


 


 좁은 골목에서 느끼는 존재감들. 이것들은 내가 찾고 있는게 아니다. 나는 바닥을 즈려밝고 허공을 난다. 골목을 한 번에 벗어난 내 몸은 중력의 이끌림에 큰 거리의 가운데로 끌려간다. 그렇게 높이 뛰어올랐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무릎하나 굽히지 않고 개울물을 사뿐히 앉은 나뭇잎처럼 지상에 내려섰다. 넓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내 귓가를 울리는 새로운 존재들의 흔적. 나는 그것을 확인하고, 판단하여 다음 행동으로 이어간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부정의 연속. 그리고 나의 몸은 또 다시 바람들과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간다.


 


 바람에 부딪혀서 내 몸은 마모되고 있는건가, 감각이 점점 옅어져만 간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위태로움. 분명히, 어제 저녁에 수많은 '육체'를 찢어서 가루로 만들어 마셨는데, 거짓말일까? 아니야. 내 손은 굳어버린 피로 엉망이 되어있는걸. 내 입가는 말라붙은 피로 엉망이 되어있는걸. 내 마음은 이 광기에 가득찬 욕구를 견디지 못하는걸.


 


 그런데 왜 하지 않은거야? 무엇을 고르는 거야? '육체'도 편식하는 거야? 아니면 이제 배가 부른거야? 벌써 질려버렸어?


 


 


난, 아직 부족하단 말이야!


 



 제발 부탁이야. 넌 이 손가락끝에 요동치는 욕구를 느끼고 있잖아. 나의 심장의 괴로움을 너도 알잖아.붉은 빛을 보지 않으면 내 눈을 쥐짜내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 온몸이 전율하는 살찢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내 귀를 쥐어 뜯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워. 입안에 따듯한 비린내가 진동하지 않으면 혀를 잘라내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무엇보다 제일 싫은 건...


 


 


어디서든 보일 붉은 초상화가 희미해지면 내가 지워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야.
 



 하지만 간절한 부탁은 오갈곳없이 떠돌았다. 그렇게 무언가를 열망하는 사이에 나의 몸은 그 동네를 벗어나 외옹치라는 작은 부두가 있는 동네로 넘어가는 길에 들어섰다. 논밭 사이로 난 시멘트포장 길은 가파른 언덕까지 이어진다. 해수욕장 범위에서 벗어난 곳이라 그런지, 방풍림의 혜택을 받지 못해 바닷바람이 그대로 밀려 들어온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이 없이 헤메이다 보니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와버린 것이다. 그저 있는거라고는 바닷바람과 약간의 싸늘함. 하지만 외로운 이 길에서 내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찾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이 곳에서 왜 멈춰서 있는 걸까.


 


 눈을 찌그리는 악력은 피 눈물을 쏟아낼 정도로 넘친다. 내가 찾던 것이 아님에도 자꾸 내 뒤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존재.


 


"Code name, Daybreaker. 예상대로."


 


 차갑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무미건조한 미성. 검은 단발머리는 바닷바람 때문인지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다. 펄럭이는 적갈색 트렌지 코트. 그리고 양손의 총. 마치, 영화에나 나오는 무법자같은 모습이었다.


 


"AEM Hardware 90% 가속. PMS 자동 해제."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들이 내 신경을 자극한다. 그녀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초록빛으로 변했다. 다시봐도 내가 찾던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지나치려 하는데, 내 앞에선 존재는 '살의'을 품은채 내 길을 가로막는다


 


 "목표, 확인."


 


 치켜든 총은 권총이라고 부르기엔 크기가 넘치는 리볼버였다. 그걸로 나를 쏠 모양인지 차가운 총구로 나를 가리킨다.


 


 평탄한 길 한가운데 톡 삐져나온 돌맹이. 고개를 들고 나의 시야를 가리는 누군가의 머리. 일단 저 의문의 여성은 내가 찾던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악의, 아니 언제나의 나와 같은 살의를 풍긴다. 하지만 방해일뿐이다. 돌맹이나 누군가의 머리같은 존재다.


 


 짜증이 몰려온다. 저 가소로운 살의에 어이가 없어진다. 윗니와 아랫니는 서로 힘껏 엉겨붙으며 소리를 낸다.


그 미세한 소리는 온몸의 세포를 요동시킨다. 혈관이 하나 둘씩 표면으로 모습을 들어내고 뼈마디는 비명을 질러댄다. 내 앞을 가로막은 저 피조물을 어서 가루로 만들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날뛸 듯이 요동치는 내 몸.


 


 욕구와 함께 반응하는 나의 몸은 '그 여성을 코앞까지 끌어당겼다'라는 시각의 오류를 낳을 정도로 빠르게 뻗어나갔다. 그리고 부서지도록 악력이 들어간 열손가락으로 목표물을 향해 사정없이 내려찍었다. 향기가 나질 않는다. 내려치고도 느껴지지 않는 그리운 향기. 너무도 그리워서 나는 한치의 기다림도 없이 흉악한 손톱을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존재에게 뻗었다.


 


 탕!


 


 약간 소란스러운 총성과 함께 곧게 서있던 손가락은 축 쳐졌다. 다문 입술사이로 비린내가 비집고 나온다. 심장은 갑자기 방문한 손님에 놀라 움켜쥐던 선혈을 주체하지 못하고 쏟아낸다. 내 각막은 붉게 물들어버린건지 세상은 온통 적홍빛이다. 아프다. 무뚝뚝한 총구는 계속해서 나만 바라보고 있다. 아프다. 애처롭게 땅바닥에 스며드는 나의 붉은 생명수. 너무 아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내 심장에 못을 꽂은것 같아. 눈물이 난다.


 


 그 눈물마저 상큼한 비린내가 올라온다. 목을 놓아 울고 싶다. 고요한 산속의 늑대처럼 울부짖고 싶다. 하지만 기쁘다. 고통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잠들 수 있다. 이젠 영원히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거라고.


근데 무언가 허전하단 말이야.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인걸. 분명히 난 무언가를 애타게 갈구하고 있었는데....


 


아. 나 마실걸 찾고 있었지.


 


의식은 제멋대로 날뛴다. 완전 통제불능의 상태로 질주하는 나의 사고. 생존의 욕구를 가볍게 넘어선 흡혈욕구가 모든 신경을 자극한다. 뇌를 무시한 원초적인 행동본능은 거대한 힘으로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어디선가 들리는 괴물의 울부짖음이 내 고막을 흔들뿐이었다.미칠듯한 두통과 함께 의식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본능은 홀로 남아 외톨이가 되었다.


 



+  +  +


 



 바닷바람의 차가움따위 전해지지 않는다. 단순히 무언가가 나를 스쳐간다는 인식만이 있을뿐이다. 아스라이 보이는 세상이 나와 현실을 두동강 내는 듯 했다. 치명적인 상처들이 내뱉는 붉은 한숨과 거슬리는 고통은 현실에서 멀어진 나에게 닿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질뿐.


 


 조금만 더 이대로 있는다면 이곳에 멈춰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때의 학교처럼의 좋은 전망은 아니더라도. 아 제발 나를 애태우게 하지마. 몇번이고 괴성과 함께 내 몸을 쑤시고 들어왔잖아!
 이제 한두번만 더해주면 돼. 그 작은구멍에서 다시 불을 뿜으면 모든 건 끝이라고! 내가 내몸의 무서운 고통을 뚜렷하게 인식하기 전에 제발 방아쇠를 당기란 말이야!


 


"Recognition Error. AEM Hardware OFF. PMS 복구."


 


 알아들을 수 없는 기계음이 조금 들리더니, 그녀의 녹색 눈빛은 사라져버리고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이해할 수 없군요. 새벽의 지배자는 제거되었습니다."


 


 당황하는 표정없이 내게 다가오는 검은 코트의 여자. 아니 애초에 표정따위는 이 흐릿한 시야로는 확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때와 똑같다. 별하나 없는 달밤 아래 나에게 손톱을 들이대고 멈춰선 이슈미아와. 닿을 수 있는 순간의 끝자락에서 싱겁게 그쳐버린 그때와 한심할 정도로 똑같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죠?"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점점 옅어지고 있는 감각으로는 절대로 대답할 수 없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알 턱이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오류인 것 같군요."


 


 그녀는 무섭도록 깔끔하게 돌아선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실수'였다고 한마디하고 사과의 말도 없이 가버린다. 그런 어의없는 행동에 나는 반응할 수 없다. 커녕 눈조차 뜨고 있기 힘들다. 이정도 상처면 나는 죽을 것이다. 소생의 가능성따위 단호하게 0%. 어느 명의사가 온다고 한들, 신이 직접 오지 않는 이상 이미 저승행 티켓을 주머니에 넣고 기차를 기다리는 여행자 신세.


 


 하지만 죽지 않는다. 또 다른 나는 죽지 않는다. 단지 기절한 것이다. 의식을 잃은 것이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눈을 뜨겠지. 그리고 방황하다가 지쳐버려 마실 것을 찾게 되겠지. 그 뜨겁고도 시원한 원액을..


 


 생각만해도 갈증이 씻겨 내려가 버릴 것 같다. 그 순간 의식도 함께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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