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3 23:21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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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악장. 붕괴


 


+  +  +


 


 극심한 빈혈 속에서 몸을 무리하게 움직인 탓인지, 현관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균형을 잃었다. 벽에 손을 기대서 간신히 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한 겨울인데도, 내 몸은 여름의 햇빛을 받은 듯 뜨겁다. 고열 속에서 점점 타들어가는 식도가 따갑다. 제대로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 몸. 나는 아무생각없이 계단을 기어가다시피해서 올라간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2층에 도착한다. 복도가 시소라도 된듯 오르락 내리락거려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만취된 사람처럼 비틀거리면서 걸어 드디어 4반. 내 교실 앞에 도착했다. 문고리를 잡고 축늘어진 몸을 쥐어짜 문을 밀었다.


 


 그와 동시에 눈앞이 새카맣게 무너진다.


 


+  +  +


 


 무언가에 깜짝 놀라듯 푹신한 바닥을 박차고 몸을 일으킨다. 앞으로 넘어지고 있었는데, 다시 몸을 일으키다니.


모순된 나의 기억과 행동에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깜짝이야!"


 


 쿠당당! 쾅!


 


 하고 낯익은 얼굴, 기진이가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간다. 하지만 기진이가 얼만큼 아플까?라는 걱정은 요만큼도 들지 않는다. 갑작스런 '깜짝이야!'때문에 나도 깜짝놀랐으니까. 식은 땀이 흐를정도로.


 


 "아아~~!"


 


 바닥에 엎어진채 미꾸라지처럼 꿈틀대며 머리에 고통을 호소하는 기진이. 그와 동시에 갑자기 일어난 반작용인 것처럼 시야가 온통 노랗게 물든다. 관자놀이를 누르는 듯한 느낌이 불쾌하다. 잠시 눈을 꾹 감고 어지러움이 가라앉길 기다린다. 곧 눈을 떳을 때는 모든 것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하얀이불과 하얀가운이 걸려있는 옷걸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약병들이 가득 차있는 선반. 그리고 내 오른손목에 꼽혀있는 링거바늘.


 


 나는 쓰러진 뒤에 양호실로 실려온 모양이다.


 


 


 쾅!


 


 


 "뭐야!? 어..?"


 


 양호실 문이 세차게 열리더니 벽에 부딪혀 듣기 싫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의 주인인 소혜는 양호실로 뛰어오듯 들어오더니, 꼴사납게 엎어진 기진이를 보며 당황한 채 멈춰선다. 그것도 잠시 소혜는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온다.


 


 "너 괜찮아?"


 


 "이게 괜찮아보여!?"


 


 기진이는 뒷통수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켜 바닥에 주저앉아 징징거린다.


 


 "그런데.. 어떻게 뒤로 넘어졌어? 신기한데..?"


 


 소혜는 기진이의 아픔따위는 관심없다듯이 다른 질문을 한다. 뭐, 평소에 기진이한테 당한게 있으니까 소혜의 반응은 당연하다. 웃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일 정도니까.


 


 "갑자기 저 녀석이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아무 죄없는 내 탓을 하는 기진이. 뭐라고 말하기도 싫어서 그냥 기진이의 눈빛을 받아준다. 그러다 기진이 옆에 떨어진 검은색보드마카가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뚜껑은 열린채. 그거 하나로 기진이 녀석이 내가 기절한 사이에 뭘하려고 했는지, 왜 넘어졌는지 한번에 알 수 있었다. 참.. 갑자기 실신한 사람을 상대로 고작 그런 장난을 치려고 하다니..


 


 "사인아. 이제 괜찮니?"


 


 소혜는 주저앉은 기진이를 지나서 병상쪽으로 다가온다.


 


 "어. 그럭저럭."


 


 링거도 맞고 있고, 빈혈도 잠잠해졌으니, 1~2시간 쉬고나면 교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요즘엔 괜찮아보였는데... 그게 아니였나보네?"


 


 괜찮아 보인게 아니라, 내색을 하지 않은거지 전보다 심해졌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라 더 위험한 무언가가....


 


 "이 녀석이 언제 '나 쓰러질께'하고 쓰러진 적이 있었냐? 뭐, 병이라는게 다 그런거 아니겠어?"


 


 어느새 의자까지 정리하고 소혜 옆에 선 기진이. 보드마카까지 주머니에 슬쩍 넣는것도 잊지 않는다. 다 들켰네요.


 


 "보니까, 이 녀석 귀찮다고 요즘에 약도 안먹고 있을껄? 맞지?"


 


 기진이는 의외로 날카로운 점을 찔러온다. 사실, 요근래. 심해진 빈혈이 혹시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하고 약을 줄이고 있던 참이었다.


 


 "어. 요즘 좀 깜빡하고.."


 


 귀찮아서 먹은게 아니였지만, 뭐라 둘러대는게 마치 변명같아서 그냥 대답해버린다.


 


 "쯧쯧쯧! 그래서야 건강을 지킬 수 없지. 앞으로 내가 쉬는시간마다 가서 '약먹어라!' 말해줄께. 어때? 좋지? 물론 학교에서만."


 


 결국 저 말은 쉬는시간마다 나를 귀찮게 하고, 내가 짜증을 내는걸 보고 즐거워하겠다는 의도이다. 항상 그런 식이다. 자신의 심심풀이로 언제나 나를 사용한다는 것. 뭐, 귀찮기야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저런 핑계를 안대도 맨날 쉬는시간마다 나를 귀찮게하고 있으니까.


 


 "그래, 니 맘대로 하세요."


 


 "쳇, 안 낚이는군. 다음엔 더 센걸로 해야지. 아! 소혜야! 너, 어떻게 하기로 했어?"


 


 느닷없이 말을 소혜쪽으로 돌리며 묻는 기진이.


 


 "응, 탈퇴하기로 했어."


 


 소혜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러고보니, 요새 소혜가 수능공부, 대학진학때문에 수영부를 관둘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는게 생각난다. 보아하니, 아까 양호실밖에서 그 일로 수영부원들이랑 상담을 한 모양이다.


 


 이제는 아니지만, 소혜는 거의 1년간 수영부장을 하고 있었다. 물론 부장이 될만큼의 실력도 가지고 있어서 작년 도대회때 3등을 해 1달동안 인양시내에 플랜카드가 걸린 적도 있었다. 게다가 수영부원끼리 사이도 좋아서 잘들 어울리고 하던데. 결국 탈퇴하는구나. '탈퇴'라는 말을 한번 더 속으로 되새기는데,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 생각을 접는다.


 


 "드디어 물개집단을 나왔구나! 연소혜! 축하한다! 인간이 된것을!"


 


 퍽!


 


 "아~!!"


 


 남이 무슨 맘으로 탈퇴를 정한지 정말 모르고 저러는걸까. 소혜에게 맞은 옆구리를 촐싹대며 비벼대는 기진이 덕에 조용했던 양호실이 또 시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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