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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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냉정하고 쿨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그의 신경을 뒤흔들어 놓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실제 사람의 시체를 눈앞에 마주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해지는 일이다. 더욱이 그것이 혈육의 시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맨정신으로 쉽사리 대처를 할 수 있을 사람은 아마 전 세계를 뒤집어 털어보더라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박 호안 역시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다. 제 아무리 어려운 사람 이미지를 만들어 쌓아온 경험치가 있더라도 아버지의 시체를 눈앞에 두고 멀쩡히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연식 구역질을 하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약간 기울어 있는 지형 탓에 시체 또한 느릿느릿한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 자신의 아버지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나름대로 냉정하게 행동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돌아가던 것을 멈추고 시체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이미 목을 매단지 오랜 시간이 지나 구하기에는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곧이어 자신의 아버지가 확실하게 사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사회생의 가능성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 10여분이 지났고, 그간 그는 계속 토하는 시늉을 하며 안절부절할 뿐이었다. 

     그러다가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핸드폰을 꺼내어든다. 119에 신고하는 것이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소매로 대충 훔치며 상황을 설명한다. 곁눈질로 힐끔 시체를 처다본다. 또다시 입을 틀어막은 그는 문을 박차고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잠시 뒤에 구급차가 도착했고, 그 때 까지 정황을 전혀 모르고 야구 중계만 보고 있던 경비는 소스라치게 놀라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다. 박 호안은 그런 광경을 반층치 계단 위에서 보고 있었지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구급대원들이 올라오자 조용히 그들을 안내할 뿐이었다. 

     구급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아버지의 시체는 곧 땅으로 내려왔지만, 박 호안은 그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사무실 바깥에서 계단쪽을 바라보며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잠시 뒤에 구급대원 중 한 사람이 다가와 그에게 정황을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구급대원은 가족에게 연락을 해야 하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물었다. 그는 다소 쉰 목소리로 조용히 어머니의 핸드폰 번호를 불렀다. 구급대원은 이내 그 번호로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현재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구급대원도, 경비도 되도록 박 호안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바꿔 말하면, 아무도 박 호안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일하게 말을 걸었던 구급대원 조차 핸드폰 번호를 구한 뒤에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마치 투명인간이 된 것 마냥 무시당하던 그는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는지 다시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떨구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한숨을 내쉬었다. 곧 어머니가 올 것이고,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거칠게 다그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상황이 오는 것이 싫었던 것인지, 그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 밖으로 나갔다. 다른 곳으로 향하려는 것 처럼 보였다. 그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잠시 화면에 떠오르는 번호를 주시하던 그가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던 듯 싶다. 그는 조용히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는지 어쨌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어디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다시금 조용히 건너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알겠노라고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다급하게 택시를 잡았다. 그가 택시 기사에게 요청한 행선지는 그가 다니는 고등 학교였다. 택시 문을 닫으면서 그가 “동아리실이라니…….” 하고 중얼거렸지만, 택시기사는 그것에 대해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작은 라디오소리만을 태운 듯 정적이 감도는 택시는 유유히 사고 현장을 떠나 사라져가고 있었다.


 


---


 


자살. 동아리. 는 이걸로 끝입니다.


 


다음화는 동아리.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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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09.08.18 17:52
    갑작스런 사건, 과연 어떻게 될지요?
    6회 마지막 장면과 7회 사이가 왠지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흥미진진한 내용이고, 7회에서 본격적인 사건과 의문을 제기하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요. 묘사된 장면을 제가 잘못이해한 걸까요. 암튼 다음 회도 재미있게 부탁드립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09.08.18 18:04
    이제보니 제가 잘못 생각한 듯. 토사물 '위'라는 말이 on도 될 수 있고 above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문맥이 없으면 이렇게도 헤멜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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