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그리도 대단한가.

by 협객 posted Mar 0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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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news.yahoo.com/bestclick/shellview.html?articleid=2006030223271832124&date=20060303&rank=2

저는 기자가 쓴 이 기사가 심히 거부감이 느껴집니다.

"여기자를 기자아닌 그 무엇으로 보았다는 점에선 그렇다."

어젠가 그젠가 읽었을 때는 "기자를 기자가 아닌 여자로 본 것이 잘못이다"라고 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바뀐 것인지... 이상하네요.

어쨌든 참 이상한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자를 기자아닌 그 무엇으로 보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ㅡ.ㅡ; 그러니까, 저 말이 바로 "기자"한테 그러는 거니까 안되고 "여자"한테 그러는 건 된다고 말하고 있다는겁니다.

즉, 이 기사를 쓴 기자가 하는 말 역시, 최연희 의원이 한, "식당주인인 줄 알았다"라는 말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기자"를 "기자"로 안 본 것이 요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식당주인으로 봤으면" 성추행을 해도 되고, 최연희 의원의 잘못은 따라서, "기자를 식당주인으로 본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에 매우 반감을 느낍니다. 기자가 반어법을 쓴 것인지, 아니면 머리에 구멍이라도 난 것인지...

저 기사에서 기자가 한 말은 "어딜 감히 기자한테"라는 말 이상은 되지 않습니다.

"식당주인이면 되고 기자라서 안된다"는 말을 기자가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자니까 여자로 보지 말아달라"

여자로 본 것이 잘못이라? 여자로 보인다고 성추행해도 된답니까?
식당주인이면 해도 된다는 식에서, 여자로 보이면 해도 된다는 식으로 뻗어나갔습니다.

최연희 의원께서 하신 해명의, "식당주인인 줄 알았다"라는 말에 국민이 왜 분노하는데요.
기자를 식당주인으로 봤기 때문에, 딸처럼 봤기 때문에 분노하나요?

기자가 딸보다 대단합니까?
이 땅의 많은 아버지들이 귀한 딸자식 고생 안하게 하려고 힘들게 일하십니다.
귀하디 귀하게 키운 딸자식보다 기자가 그리도 대단하더랍니까?

기자가 식당주인보다 대단합니까?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아들자식 고생 안시키려고 힘들게 식당일 하십니다.
숭고한 정신으로 고생하신 어머니들보다 기자가 그리도 대단하더랍니까?

기자가 대단하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성추행의 상대가 "기자"라서 잘못이라는 겁니까?
진정 국민이 분노해야 하는 것은 그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국민이 진정 분노하고 있는 것도 그것입니다.
상대가 기자가 아니라 정말 식당주인이었다면 그냥 당하고도 힘이 없어서 아무런 대응을 못했을 것 아닙니까?

술취해서 식당주인으로 봤던 것, 충분히 가능합니다.
"딸같은" 남의 집 귀한 딸에 함부로 손댄 것이 잘못이라는 해명, 역시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국민의 딸에 함부로 손댄 것이 잘못이니까요.

그렇기에 "딸같은 사람이기에 손대서는 안되었다"라는 해명은, "식당주인이 아니라서, 기자라서 손대서는 안되었다"는 해명과 같다기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고백컨대, 당시 이 의원은 말을 꺼내기 앞서 여기자인 나를 의식하고 '이거 쓰고 그러는 것 아니죠?'라고 말했고, 나는 '그럼요'라고 약속했지만 얘기를 다 들은 뒤 후회했다. 쓰지 않는 것 역시 '오보'라는 판단에 지면을 통해 그 의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익명으로 인용한다)


이런 황당한 일을 봤나. 기자가 윤리 의식이 없군요. "지면을 통해 그 의원에게 양해를 구하고"라니요. "양해"를 구하는 것과 "통보"를 하는 것의 개념이 잡히지 않았군요. 익명으로 쓴다고 해도 비밀을 폭로한 것이고 의원은 분명 비밀로 한다는 전제하에 이야기한 것일텐데요. 사생활은 침해되지 않았다고 봐야 하지만, 기밀을 누설한 것은 도청과 마찬가지로 위법행위로 봐야 합니다.

쓰지 않는 것 역시 오보라는 판단이라니 참으로 대단한 판단력입니다. "오보"라는 것은 잘못 알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알리지 않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의 개념은 잡혀 있어야 할텐데요. 국민의 알 권리는, 기자의 알 권리만큼만 있습니다. 기자가 쓰지 않는다고 약속하고 들은 것은 기자의 권리가 아닌, 약속을 통해 주어진 "특권"이며 국민의 알 권리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주민 일동이 하는 말은 "딸자식 걱정되서 못살겠다"인데, 기자라는 사람이 오히려 "기자를 딸로 보는 것"이 "기자를 식당주인으로 보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있군요?

누군가의 "딸"이 당한 것이 논점이 아니라 "기자"가 당한 것이 논점이라면 주민 일동이 참 "딸자식 걱정되서 못살겠다"라고 현수막 달았겠습니다?

"딸자식 걱정되서 못살겠다"고 현수막 걸린 것이지 "기자들 걱정되서 못살겠다"고 현수막 걸린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당한 사람은 기자로서 국회의원 술자리에 갔다가 기자이기 때문에 당한 것일지언정, 기자이기 때문에 당한 것이라고 해서, 기자이기 때문에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딸이기 때문에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이지, 기자이기 때문에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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