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5 11:06

Heroes of Bargonia

조회 수 711 추천 수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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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귀족소년



그러
니까.. 이건 어떠한 경우지..?


“움직이지 마, 그 지저분한 상처가 벌어지잖아.”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24년 내내 거주했던 고향은 촌장의 심부름으로 약 2시간 가량 갑작스럽게 사나워진 폐광의 고블린들을 얌전하게 잠재우고 돌아오는 사이에 원인을 알 수 없이 그들과 같은 형태로 사나워진 마물들에게 습격당했고, 낌새를 눈치 채고 돌아온 내가 마을에 돌아 왔을 때는 이미..


“케엑..! 아파!!”


“움직이지 말랬잖아 멍청아! 내 옷에 피 한 방울이라도 묻으면 그때는 그냥 버려 두고 가 버릴 거야!”


어찌된 일인지 갑작스러운 마물의 기습으로 잿더미로 변한 마을을 등지고, 혹은 마을에 남아있던 마물들에게 쫓기어 마을로부터 꽤나 멀리 떨어진 외진 숲까지 다다른 나, 그리고 나를 추격하던 마물인줄 알고 무작정 칼을 들이밀었더니 나에게 명령조로 짓거리며 갑자기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는 고양이 귀와 꼬리가 달린 소년.


“일단 약초를 으깨서 바르고 붕대를 감아뒀으니까 상처는 금방 아물 거야.”


“이봐 잠깐만!”


“뭐야? 천민의 고맙다는 인사 따위는 필요 없어.”


뭐? 저 빌어먹을 꼬맹이가 지금 뭐라고 짓거리고 있는 거야..


“그게 아니라, 붕대라니? 이건 내 옷 가락지잖아!”


“도와줬으면 됐지 천민주제에 그런 사소한 걸 따지려고 해?”


“....”


확실히 저 녀석, 분명 나를 도와 준건 맞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이내 그 꼬맹이는 나에게로 다시 다가와 손을 무릎위에 가지런히 얹고 허리를 숙이며 내 얼굴을 주시한다.


“관상을 보아하니 너, 마물 사냥꾼이냐?”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촌장의 심부름으로 마을 주변에 서성거리는 몇몇 고블린을 퇴치해주며 돈을 벌어먹는 일을 했었지.”


“그걸 더러 사냥꾼 이라고 하는 거잖아 멍청아.”


“어쩌면 그럴지도..”


“너 정말 바보구나?”


녀석이 무릎에 가지런히 올려둔 손을 서서히 뒤로 하면서 밑동이가 잘린 고목나무에 주저앉고는 피곤하다는 어조로 말한다.


“그런데 마물한테는 왜 쫓기게 된 거야? 아, 그리고 이름이나 자잘한 사항 따위는 네가 알아서 선택하고 말 하고 싶거든 말하던지 아니면 말던지..”


“내가 쫓기는 중이라고 말 했던가?”


“멍청이, 이런 외진 숲속에서 이정도의 상처를 입고 피비린내를 풀풀 풍기면서 갑작스럽게 수풀 사이로 튀어나온 무언가를 보고 칼을 겨누는 태도, 그리고 이 상처의 형태로 봤을 때 칼이 아닌 발톱같이 거칠고 날카로운 무언가에 긁힌 것, 그러므로 단순한 노상강도나 도적에게 습격당한 것이 아닌 마물에 의하여 쫒기고 있었던 것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지.”


이 녀석, 보통이 아닌데? 어린놈 주제에 내 심리적 반응이 어쩌느니 상처의 형태가 어떻냐느니..


“대답해.”


또 이 빌어먹을 명령조로군.


“너야말로 뭐야, 어린놈 주제에 이런 위험한 숲속에서.”


“나는.. 자.. 잠깐만, 내가 먼저 질문했어!”


이 녀석, 표정 변화가 굉장히 재미있군. 조금 전 에는 요염하게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내가 질문을 건 낸 후에는 잠시 진지하게 눈을 굴려대고, 지금은 또 화난 듯이 눈을 치켜뜨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내 이름은 리카엘 에키온. 올해에 24살이고 피레노바 지방의 샤르히 마을에서 사냥꾼 일을 했다.”


“호오, 결국은 사냥꾼이구만, 계속 해봐.”


이제 녀석은 어린아이가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듣듯이 조용히 내 말에 네 개의(...) 귀를 기울였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계속 기분 나쁘게 명령조로 짓거리는 것 정도랄까. 여담이지만 수인족을 본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반묘인족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녀석의 꿈틀대는 네 개의 고양이귀와 보통 인간들과 같은 자리에 달려있는 자그마한 귀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3일 전 까지만 해도 샤르히 마을에서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또 다시 그 기억을 더듬어야 하나? 단 두 시간 만에 피비린내와 온갖 살들, 나뭇가지 타는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잿더미가 되어버린 마을, 그리고 그것을 지켜내지 못하고 끝까지 남아서 싸우다 죽지는 못할망정 비겁하게 혼자 도망치고 지금 이 꼴이 나서 주저앉아있다.. 라고 말이야?


“...내가 못 물을 거 물어봤냐?”


녀석의 물음에 나는 어느새 심하게 구겨진 표정으로 엎드려 아무 죄 없는 무고한 잡초를 쥐어뜯으며 흐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거니 나는 잿더미가 된 마을을 처음 목격하고 나서도 위기의식과 정체모를 굴욕감만을 느꼈을 뿐, 오로지 자기 보호 만에 신경 쓰는 바람에 희생당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했다.


“보나마나 난폭해진 마물들이 네가 살던 마을을 짓밟은 거겠지.”


“...?!.. 그건 또 어떻게 알았지?...”


“요 근래 들어서 원인불명으로 난폭해진 마물들이 경비가 취약한 마을을 대상으로 습격, 약탈 등을 감행하는 일이 급증해서 말이지, 최근 1주일 사이에 다섯 마을 이상이 습격당했다고 들었어. 물론 보고 된 것만.”


아, 그러고 보니 3일 전 촌장도 비슷한 말을 해주었지... 그런데도 지켜내지 못한 거냐..


“너무 자책감 갖지 말라고. 어차피 샤르히 마을의 규모는 피레노바 중에서도 제법 작은 편에 속하고 평균 연령대도 50 이상으로 노인 비중만 매우 높아, 만일 네가 죽어라고 마물과 싸워봐야 그런 분리한 조건에서는 개죽음 밖에 얻을게 없지. 도망이란 정말 현명한 선택 이었을 거야.”


저 말이 도대체 위로인지 아니면 귀족 나부랭이들이 천민의 목숨을 하찮게 보는 심상에서 나온 건지는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지만 그의 씁쓸한 눈빛을 보았을 때 최소한 조롱이나 비판 하는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


“아 짜증나니까 그만 엎어져서 쳐 울어대고 일어나! 어른이 돼서 부끄럽지도 않은 거야?”


아니, 어쩌면 그냥 바닥에 엎어져서 추한 꼴 보이는 어른을 바라보는데 흥미가 없었는지도..


 


<4> 추격자


 


녀석을 만난 지 1시간 남짓 지나고는 우리는 숲 밖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어두컴컴하고 햇빛 한 줄기 조차 들어오지 않던 늙은 느티나무 숲을 벗어나 서서히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밝은 소나무 숲으로. 여담으로 그동안 깜깜하고 정신이 몽롱해서 보지 못했지만 이 반묘인족 소년은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찢기고 수십 차례 넘어져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잡스러운 상처들이 가득했음에도 곱게 차려입은 값비싼 귀족들의 외출복으로 인하여 귀티난다기 보다는 단순히 이질적인 분위기를 연상케 하였다.


“다리아파!”


이동을 시작하고부터 정확히 녀석의 열두 번째 불만사항이다. 처음에는 ‘배고파’로 시작하더니 다음에는 ‘냄새나’,‘씻고 싶어’,‘목말라!’등 일반인과 다를 것 없는 생리적인 불만을 표시하였다.


“너 말이야, 아까 내가 치료해준 상처는 괜찮은 거지?”


“아아, 덕분에 한결 나아졌어. 걷는데도 별 지장 없고.”


“정말?”


근심이 가득했던 붉은 눈은 점차 활력을 되찾는다. 이 녀석 정말 나름대로 나를 걱정해 준거..


“그럼 업어봐.”


...일 리가 없지. 녀석의 능글맞은 태도가 그닥 귀염성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는 어린 아이의 부탁을 냉홀차게 거절할 만큼 나쁜 사람은 못된다.(라기보다는 싫다고 했으면 또 그 ‘바보, 멍청이’소리만 지겹도록 들어댔겠지) 잠시 녀석의 흔들거리는 꼬리를 감상하다가 무릎을 구부려 온갖 불평불만의 근원을 등에 짊어졌다.


“그러고 보니까 너, 말하는 어투나 생긴 걸로 봐서는 어디 이름 좀 날리는 귀족 집 도련님 같은데.. 너야말로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었던 거냐?”


“하암~, 그런 거 꼭 대답 해줘야 돼?”


녀석이 스르르 눈을 감으며 내 등에 얼굴을 파묻는다.


“캬악! 땀내나, 더러워!”


....정말 귀엽게도 노는군.


“그렇게 알고 싶으면 설명해 줄게.”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내 귀에 대고 속삭이듯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셀러바튼 영지의 영주 루시엘 지 셀러바튼 백작의 아들 ‘가일 글로리안’이다.. 지금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잠시 이런 촌구석으로 귀양 오기는 했지만.”


보통 귀족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백작의 아들이라니.. 이 녀석, 알아갈수록 굉장한 녀석 같은데? ...아니, 잠깐만.


“글로리안? 셀러바튼 가문의 사람이면 당연히 셀러바튼 이라는 성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닌가?”


“...수인족에 대한 편견은 성전 이후로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귀족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못했어, 특히나 인간과 수인 사이에서 태어난 반수인족에게는 더더욱..”


귀족꼬맹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글로리안은 백작인 아버지의 성이 아닌 내 엄마의 성이야.”


-부스럭.. 부스럭/ 퍼드득!


“수풀소리..”


“그럼 네 어머니라는 작자가.. 응?”


“쉿, 조용히.”


녀석이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코로 갔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한다. 외진 소나무 숲에서의 수풀 소리, 그리고 순간의 정적과 거칠게 들려오는 날갯소리.


“무슨 일이야?”


-스윽


가일의 고양이 귀가 심하게 쫑긋거리기 시작한다. 잠깐만, 그런데 저건..


“끼야아아아아앍!!”/ “하앗..!”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괴이한 비명, 혹은 기합 소리와 함께 소나무 숲 주변이 환하게 빛났다 조금 전 까지 내 등에 업혀있던 반묘인족 꼬맹이는 괴이한 비명의 출처로 추정되는 마물의 사체를 향해 호화롭게 장식된 검을 겨누고 있다.


“저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면 저런 번거로운 것들이 여기까지 쫒아와?!, 뒤쪽에 더 있어 멍청아!”/ “키에에에에에에에엑!!”


거칠고 부식된 황금빛의 날개를 퍼드덕 거리는 작은 드래곤들, 내 고향을 잿더미로 만든 빌어먹을 마물들 중 하나, 해출링의 일종으로 분류되고, 주로 무리 생활을 이루며 다른 마물이 사냥한 시체만을 파먹는 하이에나 같은 새끼들.. 페이드래곤... 지금.... 내 눈앞에는.. 그 빌어먹을 원수 덩어리들이 진을 치고 있다.


-----------------------------------


사실 이번 화는 조금 길게 써보려고 했는데..........


“그럼 네 어머니라는 작자가.. 응?"부분부터 앞에 셀러바튼 가문에 대한 대화부분 2페이지 분량 날아가고 절망.

?
  • profile
    황제폐하 2009.06.25 11:06
    흠 졸려
  • ?
    후냥 2009.06.25 11:42

    아옳옳옳옳옳옳
  • ?
    카스 2009.06.27 09:13
    혼잣말이ㅋㅋㅋㅋㅋ'이녀석 정말 나름대로 나를 걱정해준거 ..... 일리가없지 'ㅋㅋㅋ
  • ?
    후냥 2009.06.28 00:32
    그거슨 진정한 싸가지
  • ?
    샤이, 2009.06.27 19:23
    이거 연재다하면 게임도 완성시켜줘 완전 해보고 싶음 ㅋ
  • ?
    후냥 2009.06.27 22:46
    연재 끝내기 전에.. 게임이 이미 완성되있음..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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