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9 07:32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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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이.. 착한 앤 줄 알았는데, 뒤에서 이렇게 콩깍지나 까고 있었다니.."


나도 여태까지 새롬이가 그냥 똑똑하긴 하지만 철없는 어린 애인줄만 알았는데, 지금까지 혜인이가 새롬이를 조심하라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편지 내용은 이렇다.


'윤민오빠. 이 편지를 보고 있겠죠? 이제 모든 걸 다 밝힐게요. 저는 사실 인간이 아니예요. 흔히들 호문클루스라고 불리는 인공생명체예요. 아직 태어난 지 3년밖에 안 지났어요.


우리 아빠가 제 동생을 만들어 준다는데, 유일고에 다니는 윤민오빠가 언니들하고 많이 친하다는 소문을 우리 아빠가 들어서, 아빠는 그 언니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고 해서 저보고 유일고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꾸미라고 했고, 그래서 자칭기자라는 찬오빠한테 붙어서 윤민오빠 소개시켜달라고 했던 거예요.


윤민오빠한테 컴퓨터를 준 것도,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넣은 것도 윤민오빠가 무슨 사이트에 들어가는지, 그래서 윤민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 한 것이었구요. 윤민오빠, 디씨인사이드라는 데랑 엔젤헤일로 위키라는 데에 왜 그렇게 자주 들어갔던 거예요? 노모라던가 무삭제라던가는 또 뭐예요?


하지만 이제 백신프로그램에서 악성코드도 잡히고, 윤민오빠가 마녀랑 친한데다가, 윤민오빠 자신마저 더 이상 예전의 윤민오빠가 아닌 것을 눈치채서 이제 더 늦기전에 유일고와 윤민오빠한테 발을 떼려고 했던 거예요.


지금까지 바보같이 착하기만 한 윤민오빠 덕분에, 윤민오빠랑 친한 언니들에 대해 알게 되어서 고마웠어요. 하지만 얼마 안 되어서 곧 윤민오빠 목숨도 사라질 거예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안녕.


추신. 윤화언니한테 전해주세요. 윤화언니가 만든 요리는 최악이었다구요. 제가 인간이 아닌게 정말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였어요. 일부러 윤민오빠랑 윤화언니한테 비위 맞춰주려고 거짓말을 한 거였다구요. 메롱.'


난 정말 호문클루스라는 것이 판타지소설이나 게임 속 얘긴줄만 알았다. 그런데 정말로 이런 걸 만드는 연금술사가 있었다니. 게다가 지금까지 우리를 속이려고 이 모든 것을 숨긴 거였다니. 혜인이가 한 말이 모두 맞았어.


정말 이럴 땐 내 자신이 밉다. 남들이 나보고 둔하다 둔하다 한 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결국 내가 둔한 것 때문에 일을 제대로 망치게 되는구나.


"안새롬. 절대 용서못해. 지금까지 착한 척 오빠를 속이고 이용해먹은 것이 너무 괘씸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
"내가 만든게 맛있었다는게 거짓말이라는 게 괘씸해. 나 정말 기뻤단말야. 내 요리가 맛있다는 사람을 난생 처음 봐서. 게다가 새롬이가 엄청 착해보였으니까. 거짓말은 안 할 애같았으니까. 그런데.. 낚였어. 꼼짝없이 낚였어. 이거 어떡할거야아아.."


허탈하다. 하지만 이미 새롬이는 여기에 없다. 이 편지에 나온 '아빠'가 혜인이가 말한 그 연금술사가 확실한데. 내일 혜인이한테 얘기해서 대책을 세워야겠어. 그리고 새롬이한테 낚인 박찬녀석한테도 따져야지.


이 텅 빈 집에 계속 있어봐야 할 수 있는게 전혀 없다. 일단은 윤화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괘씸해. 안새롬. 다시 보면 가만히 안 놔둘거야."
"화 풀어, 윤화야. 흥분해봐야 오히려 일을 망쳐. 새롬이 보는대로 내가 혼내줄테니까."
"아냐. 내가 혼낼거야. 정말 지금까지 우릴 속였다는 게 열받아."


안새롬. 언젠가 잡히기만 해봐. 내 동생의 몫까지 제대로 혼내줄테니까. 그런데?


"너.. 주윤민 맞지?"


뒤를 돌아보니까,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이 뒤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때 죽은 줄 알았더니.. 용케도 살았네. 아까전에 걸리적거리는 귀찮은 여자애들 때문에 혹시나 했는데."
"정초혜.."
"오빠. 저 여자.. 누구야?"
"그때 유정이랑 서연이 납치한 그 여자야. 내가 저 여자때문에 죽을 뻔 했어."


윤화한테 염동력자라던가 도플갱어라던가 알려줘봐야 믿기 힘들테니까. 하지만 저 정초혜는 정말 위험한 여자라구.


"놀라지 마. 이번엔 윤민이 너 도와주고 싶어서. 잠시만이지만."
"날.. 도와주겠다니. 이번엔 도대체 뭐야."
"혹시 아까 안새롬이네 갔다오는 길 아니었어?"


뭐야. 어떻게 알았지. 혹시 정초혜도?


"어떻게.. 알았어?"
"그렇지 않아도 나도 연금술사를 추적하러 갔었어. 그런데 이미 집은 비어있더라. 윤민이 읽어보라고 쓴 편지가 있길래, 안읽고 나왔어."


뭐야. 내가 한발 늦은건가. 그런데 새롬이를 만든 연금술사를 이미 쫓고 있었던건가.


"연금술사.. 라니?"
"내가 눈여겨보고 있었던 연금술사 하나가 있어. 자기만을 따르는 꼭두각시들을 만들어서 그 꼭두각시들에 둘러싸여 살고 싶은 소원이 있다는."


지금 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런 걸 이룰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런데 그 연금술사가, 인공몸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는데, 도저히 인공으로 생명을 구현할 수는 없었던거야. 생명이라는 것을 창조하는 일은, 아무리 이능력자라고 해도 결코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그 꼭두각시를 만든다는 거야?"
"그래서.. 결국 살아있는 사람의 혼을 이용하려고 시도했어. 어떤 어린 여자애 두명을 표적으로 했는데, 그 때 이짓 저짓 다 했다나봐. 그래서 둘 다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성격이 많이 망가졌어."


조공명만 제대로 인간말종인 줄 알았는데, 조공명보다 더한 인종도 세상에는 분명히 있긴 있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야. 자기가 손댄 여자애가 죽은 걸 알아낸 연금술사는, 어디서 초혼망을 구했는지 몰라도, 그 영혼을 포착해서, 결국 자기가 만든 인공몸에 넣은 거야."
"초혼망..이라니?"
"자기가 마력으로 미리 포착한 영혼을 거두어들이는 망이야. 몇몇 연금술사들에게 비보로 내려오고 있다는데."


잔인한 놈. 인간으로서 실격이다. 아니, 이건 인면수심도 아니고 수면수심(동물의 얼굴에 동물의 마음) 도대체 어떻게 그런 식으로까지 자기 꼭두각시를 만들려고 하는거지.


"설마.. 그게 새롬이라는거야?"
"그렇게 된 거지. 그게 너가 알고 있던 바로 그 새롬이라는 애야. 하지만 초혼망에 거두어들이기 전의 유아영으로서의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 기억을 소거하는데도 공을 들였다고 하던데."
"잠깐."


뭐, 유아영?


그래. 혹시나 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분명히 아름선배 동생 아영이 얘기겠지. 만우절날에 새롬이가 자기가 살던 별 이름이 아영이라고 한거랑 그 별에 있던 자기 언니 이름이 아름이라고 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어. 어딘가의 살인탐정 김정일이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할 때의 그 기분이야.


"혹시.. 그 지금 살아있는 언니 이름이 '유아름' 아니냐."
"난 그런건 몰라. 하지만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수많은 조련을 거쳤다는군. 그리고 결국 완전히 자기 꼭두각시가 된 '안새롬'이 가짜 고등학생으로 유일고에 다니게 된 거였지."


자기의 꼭두각시를 만들려고 한 그런 행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망쳤는지 그 연금술사는 알고 있을까. 그 연금술사의 막장행각만 아니었으면 권밝음 녀석도 권밝힘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름선배도 그렇게 성격이 망가지지 않았을텐데.


"어차피 날 버린 세상에도 복수할 거지만, 같은 이능력자로서 세상이 이능력자를 버리게 만드는 그런 말종은 처리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나섰던 건데.. 이미 자기 집을 버리고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으니. 일단 그 연금술사를 처리할 때까지는 당분간만 도와줄께."


그 조공명처럼, 나도 정초혜한테 이용당하다가 결국 단물 다 빨리고 끝나지 않을까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문제는 나중 문제야. 나도 어차피 지금 혼자가 아니니까.


"어차피 나도 그 연금술사한테 쌓인 빚이 많으니까. 그 연금술사가 새롬이를 조종해서 날 속이고 내 개인정보를 빼낸 거라던가, 자기 꼭두각시를 만들기 위해서 아영이를 죽게 만들고 아름선배의 성격을 망가뜨린거라던가.. 용서할 수 없어. 도와준다면.. 고마워."
"오빠. 저 여자.. 믿어도 돼?"
"일단은. 나중에 집에 가서 자세히 얘기하자."


어차피 이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고 하니까. 돌아서는 건 나중 문제고.


"내 동생도 유일고에 다니는데. 걔도 언니 잘못 만나서, 참 불쌍해.."
"그 동생도 이능력자?"
"아니. 걘 그냥 보통 사람이야. 정혜림이라고, 지금 밴드부에 있어."


...뭐?


밴드부 혜림선배가.. 알고보니 정초혜 동생이었다고? 뭔가 전혀 의외네.


"걔도 좋아하던 애가 있었어. 이호진이라고. 초등교때부터 계속 말은 못 붙이고 뒤에서 쳐다보기만 했다나봐."


호진선배도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사람 울렸구나. 나래만 그런 줄 알았는데.


"하지만 너도 유일고 다니니까 알겠지. 그 이호진이라는 애는 전혀 다른 여자애랑 맺어져서 둘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걸. 혜림이가 그렇지 않아도 나 때문에 맘고생 많이 심한데 학교에서도 그러니까, 언젠가 그 호진이라는 애한테도 복수할거야."


정초혜. 확실히 위험한 존재다. 이미 조공명한테 붙어서 조공명을 이용한 적도 있었고, 언젠가는 정초혜를 막아야 해.


"거봐. 오빠. 저 여자.. 별로 안 좋아보여."
"나중에 얘기하자."


옆에서 윤화가 작은 소리로 속삭이고 있다. 정초혜도 이능력자인 만큼 큰 소리로 말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아. 한가지 더 말할께. 주윤민 너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강남 민뷰티샵에서 민수희라는 이름을 쓰는 여자. 진짜 민수희가 아냐."
"그건 인터넷의 이미 소문이 퍼질대로 퍼진 거 같은데."
"진짜 민수희의 행방을 내가 알고 있어. 민수희가 내 친구거든."


이건 또 뭐야. 진짜 민수희랑도 얽혀있었다니. 도대체 왜 이렇게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연결되는거야.


"자기 오빠의 말에 상처받은 뒤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중이야. 다시 나오면.. 지금 민수희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사람은 크게 다치겠지. 참고로 걔도 이능력자니까, 너도 만나게 되면 조심해. 그럼 난 이만."


정초혜는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나를 당분간 도와준다는 게 자기 목적을 위해서 나를 이용만 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도와주려고 그런 것일까. 아무래도 태도로 봐서는 나 역시도 조공명같이 이용당한 채로 버려질지도 모른다.


"오빠. 아까 그 여자가 서연언니랑 유정언니 납치했다니.. 무슨 소리야?"
"그때 조공명 나타났을때, 아까 그 여자가 조공명을 도와준다고 서연이랑 유정이를 조공명한테로 데려간거였어. 내가 어찌어찌 조공명을 처리하긴 했는데.."


사실 혜인이가 아니었으면 그 때 정초혜는 처리하지 못하고 나도 죽은 목숨이었지만, 윤화는 혜인이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윤화 앞에서 혜인이 얘기를 하기에는 좀 많이 아니다.


"오빠. 아까 그 여자는 믿지마. 새롬이는 보는대로 내가 혼내줄테니까."
"나도. 그 연금술사고 뭐고 결국 우리를 속이고 이용해먹은 건 새롬이니까."


정초혜같은 인물을 믿으면 곤란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완전히 믿지 않고 어느 정도 선을 그어둬야 하는거지.


휴. 겨우 집에 도착했다. 아까 너무 무리했는지 몰라도 정말 피곤하다. 마력같은 건 안 썼는데 말이지.


"안새롬. 너무 괘씸해. 나 주윤화가 가만히 두지 않을거야. 딴 건 몰라도 내 요리를 맛있다고 한 게 거짓말이라는게 정말이지.."


윤화가 저러는 게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나도 새롬이한테 화가 많이 났으니. 게다가 정초혜 말이 맞다면, 새롬이 편지 내용 속의 '아빠'가 새롬이의 '동생'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어서 호문클루스를 만든다는 얘긴데..


이거 조공명때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일이 커지고 있잖아. 그 연금술사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최대한 막아야 한다. 그때 그 블랙스퀘어 때문에 얼마나 큰 일이 일어났는가를 생각해보면.. 내일 혜인이랑 잘 얘기해봐야겠어.


"TYN 뉴스입니다. 오늘 아침, 부산 앞바다 해변가에서 정체불명의 요트 한 대가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요트에 일본어가 써 있어서 일본에서 출발한 게 표류한 것으로 추정되며, 요트에는 남자의 목을 안고 있는 한 여학생의 변사체가 발견되어.."


TV를 켜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어휴, 끔찍하다. 도대체 왜 물건너에서는 저런 것들만 우리나라에 갔다주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많이 피곤하니까, 그냥 쉬어야지.


...


그리고 또다시 날이 바뀌었다. 도대체 윤화는 왜 계속 나랑 자려고 하는건지. 날 지켜주겠다고 하는 건 고맙지만.. 그리고 나도 윤화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절대 바라지 않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서연이랑 학교에 등교하고 나니, 오늘도 역시 박찬녀석이 제대로 호들갑이다. 그렇지 않아도 저녀석한테 할 말이 오늘 있는데.


"긴급뉴스. 어제 나의 우상인 종양일보의 사이비 기자님께서 유일동에 친히 방문하셨다."


우상이 그 모양이니 저 녀석이 기사라고 전해주는 것들도 저 모양이지 아마.


"그 사이비기자는 도대체 왜 왔대."
"유일동에서 여자애들이 집단으로 한 여자애를 괴롭히고 있는데 웬 남자애 하나가 난입해서 단체로 눕혔다는 비디오를 봐서 그거 관련으로 취재왔다나봐."


잠깐. 저거.. 혹시 그 빛나누나 얘기 아냐? 역시 그 캠코더를 어떻게 손봤어야 했는데. 그게 신문기자 손에 넘어갈 줄 누가 알았어. 사이비기자라면 분명히 그걸 있는대로 와전시켜서 카더라 아님말구 기사를 쓰는 사람으로 유명한데.


"그건 그렇다치고, 나 새롬이라는 애한테 완전히 낚일대로 낚였다."
"도대체 왜."
"걔가 처음부터 나를 감시할 목적으로 너랑 친해진 뒤 나랑 친해지려고 했다는군."
"그거 좋은거 아냐? 그런 귀여운 애랑 윤민이랑 친해지면 좋잖아."
"전혀. 내 주변 여자애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이상한 데 써먹으려고 했어. 걔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몰라도, 여태 걔한테 낚인게 너무 괘씸해."


새롬이가 호문클루스라는 얘기는 이놈한테 하면 안된다. 물론 호문클루스라는 존재가 실제로 있는 걸 믿을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이 녀석의 귀에 들어가면 또 어떤 식으로 얘기가 와전될지 모르니까.


"새롬이가 완전히 흑막이었다는 얘기군. 미안하다. 그런 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기자로서의 크나큰 수치다."
"네놈은 원래 별로 믿을만한 놈이 아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그 민뷰티샵의 민수희 있잖아. 사실 구윤재이긴 하지만. 그 여자 때문에 밸리뷰티샵의 주인인 신유리가 제대로 털리고 있다는군."
"그러니까 그런건 나랑 상관이 없다니까. 그만 얘기해. 난 지금 새롬이한테 낚인 것 때문에 화가 좀 많이 나 있다구."


뭐 지금까지 새롬이한테 나도 낚였고, 이녀석도 낚였고, 윤화도 낚였으니까. 혜인이한테 가서 한번 새롬이에 대해 얘기해봐야지.


그런데 왜 다들 나를 벌레 보는듯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지. 자꾸 내 얘기가 이상하게 퍼져서 그래. 특히 어제 그 김하나라는 애가 아주 확인사살을 시켜놨으니. 정말 내가 고등학교 생활을 평범하게 할 수 있긴 한걸까.


혜인이네 반에 가보니까 마침 타이밍이 딱 맞게 혜인이가 왔다.


"혜인아, 큰일났어. 그 새롬이라는 애.. 역시 혜인이가 말한대로 호문클루스가 맞았어. 그리고 그 악성코드도 새롬이가 내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일부러 심은거고.. 걔 말로는 자기 아빠가 '동생'을 만들어 준대."
"연금술사..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
"새롬이네 집에 지금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집이 완전히 비었어. 게다가, 그 정초혜라는 여자를 어제 만났는데, 그 여자도 새롬이를 만들었다는 연금술사를 추적하고 있어서 나 도와준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아무래도 불길해. 나도 조공명같이 단물만 쏙 빨리진 않을까."
"그 여자도 조심해. 윤민이한테 좋은 일을 할 사람같지는 않아. 내 마도서 관련 능력은 봉인시켰지만, 염동력만으로도 쉽게 볼 게 아니야."
"정초혜 말로는 초혼망을 이용해서 자기가 포착한 영혼을 인공몸에 넣어서 호문클루스를 만들었다는데, 수많은 조련을 거쳐서 원래 기억이 돌아오지 않고 꼭두각시가 되었다고 하던데.."
"연금술사를 찾는다면, 그 새롬이라는 애의 원래 기억도 아마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쉽지 않을거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데까지는 도와줄테니까. 그리고 정초혜도 조심해."


혜인이가 도와준다니까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새롬이랑, 새롬이를 만든 연금술사를 어떻게 찾느냐지. 그 연금술사가 망친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찾기만 하면 충분히 손을 봐야지.


"아.. 그리고 하나 더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이거 말해줄 수 있어?"
"어떤..?"
"너네 엄마랑 싸우다가 같이 죽은.. 그 퇴마사 이름. 혹시 가르쳐줄 수 있어?"
"윤민이니까.. 가르쳐 줄께. 그 퇴마사 이름이.. '정화'야."


정화라..


그래. 이제야 모든 게 확실해졌다. 아직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퇴마사라는 정화랑, 영어선생님인 이선화 선생님이랑, 그리고 내 동생 윤화. 이 셋이 돌림자가 같아. 윤화는 다르게 보면 나랑도 돌림자가 되긴 하지만. 그나마 그 정화라는 퇴마사가 죽은 것 때문에 그 퇴마사 집안이 멸족했다는 게 다행이다.


그런데 이럴 때 하필 예비종이 치냐. 어서 교실에 돌아가야지.


"그럼.. 나 가볼께. 좀 있다 점심시간에 봐."
"응.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교실에 도착하니까, 유정이가 어째 표정이 별로 안 좋다. 얜 또 무슨 일이래.


"유정아,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요새 윤민이가 나 말고 다른 애들한테만 너무 신경쓰는게 아닌가 해서."


하긴.. 내가 요새들어서 유정이한테는 많이 소흘했으니 유정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어떡해.


"윤민이는 딴 게 문제가 아니라, 착하긴 착한데 '누구한테나 착하다'는 게 문제니까. 나한테만 착했으면 좋겠는데.."
"걱정마. 나.. 딴 맘 먹지는 않을테니까."
"윤민이가 나 구해줬을 때부터 내 남자로 만들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솔직히.. 윤민이가 다른 여자애랑 같이 행복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파. 저래선 안 되는데.. 윤민이는 나만의 남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니까 난 지금 누구랑 이성으로서 사귀는 게 아닌데. 난 가끔 여자애들이 이런 생각을 하면 무섭다.


"걔네들이랑은.. 사귀는 거 아니니까. 그냥 친구들일 뿐이니까."
"하지만.. 여자라는 게 질투의 화신이라는 건 어쩔 수 없잖아. 나.. 마음 아프게 하지 말아줘, 윤민아."


이래저래 내 주변은 너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단 이쪽은 새롬이랑 관련된 일부터 해결한 뒤에 해결해야지.


비타573에 담긴 약은 조금만 먹어도 효과가 나긴 하지만, 매일 먹어줘야 한다는 게 문제다. 뭐 비타573은 그냥 인기 많은 평범한 드링크니까 내가 먹는 걸 다들 그냥 비타573으로 생각할테니까.


오전 수업은 어찌어찌 대충 끝나고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시간. 혜인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왔다.


다행히도 오늘은 점심시간에는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그 연금술사의 목표가 나랑 친한 애들 중에 하나면.. 보통 큰 일이 아니니까.


오늘은 이상한 사연같은 건 안 나왔다. 다행이다.


식사가 무사히 끝나고 난 뒤, 혜인이한테 한번 같이 데이트같은거 해 보는건 어떨까 물어봐야지.


"혜인아. 혹시 이번주 토요일.. 시간 있어?"
"이번주 토요일이면.. 놀토라서 시간이 있긴 한데, 왜?"
"그냥.. 혜인이가 누구랑 같이 논 적이 얼마 없는 것 같아서, 이번에 어린이대공원에 같이 놀러가는게 어떨까 해서.."
"어린이대공원.. 어떤 곳인지 궁금하네. 윤민이랑 함께니까.. 괜찮아."
"응. 그럼 이번 토요일날 어디서 일단 만날까."
"내가 윤민이네 집 아니까.. 거기로 갈께."
"고마워, 혜인아."


휴. 가끔은 모든 걸 잊어버리고 같이 노는것도 괜찮지. 문제는 윤화인데, 그 때 아름선배 일 때문에 말도 없이 집을 나가면 또 울고불고 하겠지. 어떻게든 윤화가 혜인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혜인이가 교실로 돌아가고 난 뒤, 아니나 다를까 아까전까지 지켜보고만 있었던 서연이가 뭔가 물어보기 시작했다.


"민군. 아까 그거.. 혹시 데이트 신청이야?"
"아니.. 그냥 혜인이가 평소에 별로 못 논것 같아서 같이 놀아주려구."
"나.. 미니가 다른 여자애랑만 단둘이 노는 건 보고싶지 않아. 나도 따라갈거야."
"..."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여기서 거절하면 서연이가 삐질거고, 들어주면 혜인이랑 같이 노는 데 지장이 좀 크겠지.


"좀.. 생각해볼께. 그 전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시간 좀 줘."
"민군이.. 내 부탁을 거절하는 애라고는 생각을 안 하니까.. 믿어 볼께."


혜인이랑 데이트하기도 이래저래 쉽지가 않구나. 다른 애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혜인이랑 단둘이 놀고 싶은데.


그런데.. 누가 갑자기 내 눈을 가리는거야.


"누구~게?"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이렇게 말할 사람은 딱 한 사람밖에 없다.


"아름선배잖아요."
"민쨩은 귀신같이 잘 맞추네. 아까 얘기 들어보니까 민쨩이 데이트한다는 것 같은데, 나도 따라가면 안될까?"
"아뇨. 선배는 됐어요. 선배가 가면 분위기 다 망쳐요."
"힝. 민쨩 실망이야."


아름선배. 죄송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언젠가.. 그 연금술사를 찾아서, 아름선배하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아영이의 복수를 꼭 해 줄 테니까요. 기다리세요.


남은 수업이 다 끝나고, 오늘도 교문 밖을 나가니까 어김없이 윤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저기 오고 있는 여자애는.. 뭔가 좀 달라지긴 했지만, 분명히 새롬이다. 그런데 쟤 내가 봤을때랑은 달리 머리카락마저 새하얗다. 피부라던가 머리가 하얗고 눈이 빨간 거 보면 저거 영락없이 알비노인데.


"안새롬.."
"안새롬, 이 언니가 잘해주니까 여태 우리를 속였다니. 가만히 안 둬."


하지만 새롬이의 인상은 내가 전에 많이 보던 때랑은 달리 완전히 차갑다. 인상만으로 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저 눈빛도 살기를 품고 있고.


"어차피 저도 오늘 윤민오빠랑 윤화언니를 가만히 두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모든 걸 알아버린 이상. 윤민오빠의 목숨은 없어요. 물론 윤화언니도요. 남매가 사이좋게 여기서 같이 죽는거예요."


저렇게 조그만 애가 어떻게 저런 말을 태연히 할 수 있는걸까.


"그래서. 그래서 어쩔건데. 이 언니한테 장난은 그만 쳐. 너 이제 착한 애 아니라는건 아니까."


그리고, 내 눈 앞에 들어온 새롬이의 모습은, 아까 전과는 달리 온 몸이 노란 빛 광채로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무섭다. 진짜 지금 이 순간이 2008년 4월의 대한민국 서울이 맞긴 맞는건가.


"그냥.. 여기서 죽으면 돼요. 언니오빠들."


- 다음회에 계속 -


네. 이번 회에서 결국 새롬이 호문클루스라는 게 완전히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여태 새롬이 윤민과 윤화를 속인 것 때문에 특히 윤화가 새롬한테 배신감을 많이 느꼈죠. 정초혜는 자기 역시 연금술사를 추적하고 있다며 윤민이를 도와준다고 하지만 윤민이랑 윤화는 정초혜를 별로 반기지 않고. 다음날에 혜인이한테 새롬이의 실체를 얘기하고, 은근슬쩍 데이트 신청까지 하는 윤민. 혜인이가 허락했긴 했지만 다른 여자애들 때문에 윤민의 데이트가 순조롭게 돌아갈리가 없는데. 그리고 윤민이랑 윤화를 죽이기 위해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 새롬. 과연 윤민 남매는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그리고 제 소설 진도가 늦는게 모 위키 때문임이 밝혀졌습니다(?) 그 위키가 잠시 죽은 동안 소설 집필 속도는 빨라졌으니. 하지만 중독성이 생기는걸 어떡합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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