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9 07:32

곰인형 만드는 곰인형

조회 수 1179 추천 수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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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인형 만드는 곰인형>
 안녕하세요?
 소송을 준비하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됩니다.


 저는 곰인형 별의 3-1-2 곰인형이랍니다. 맨 앞의 숫자의 크기를, 두 번째 숫자는 재질을, 세 번째 숫자는 만들어진 순서랍니다. 저는 3호짜리로, 평범한 퀼트 천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곰인형입니다.


 제가 이렇게 변호사 별의 기타 상담님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은 처음에 말한 것처럼 소송을 준비 중이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소송은 아닙니다. 민사일지, 형사일지는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저는 곰인형이거든요.
 제가 만들어진 건 인간의 손에 의해서였습니다.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당연하잖아요. 눈은 가장 마지막으로 붙였는 걸요. 다행히도 저는 그래도 누군지 약간 기억이 날 듯도 합니다. 어쩔 수 없는 걸요. 눈을 붙여도 솜을 뒤늦게 넣었는 걸요.
 괜한 사설은 그만두고, 그리고는 저는 곰인형 별에서 사람을 대신해서 곰인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바늘 꽂이 대신 제 몸에 바늘을 꽂아둬도 됩니다. 저는 털실이 아니라 천으로 만들어졌기에. 털 곰인형들은 괜히 정전기 일어나고 바늘이 털에 가려지고 하지만, 저는 그런 경우가 없습니다. 또, 쓸모없는 이야기를 해버렸군요.
 그렇게 저는, 제조번호 8번부터 2개씩 띄우면서 만들고 있습니다. 저 말고 곰인형을 만드는 곰인형이 2마리 더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곰인형은 8, 11, 14, …… 어떤지 이해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송하고 싶은 건, 전 저의 별의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예, 저번주 일요일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번주 일요일에 다른 별에 가서는 제가 만들었던 혹은 저희 별에서 만들어진 곰인형들이 당하는 감정 노동에 대해서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별의 곰인형들은 일정의 노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 앉아서 선택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건 좋습니다. 저희 곰인형은 사람에게 안정된 감정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정도는 저도 배워서 압니다. 하지만, 시대가 어떤 데 아직도 그렇게 지내야합니까? 그건 계산기는 절대로 노래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같습니다. 계산기들이 얼마나 달칵 소리로 노래를 잘하는데! 그건 능력을 무시하는 생각입니다! 아니, 비록 능력상 부족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기회를 줘야합니다.
 근데, 곰인형은 어떻습니까? 심지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가슴에는 ‘HUG ME'라는 자수를 박거나, 그 문장이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곰인형의 치부를 만지거나 하더라도 곰인형을 대항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건 불공평 하다고 생각합니다. 곰인형은 안정적 감정을 주기 위해 귀여운 모양새를 하는 것이지, 안기기 위해 그런 모양새를 하는 게 아닙니다.
 변호사 별의 기타 상담님, 저의 이런 주장이 법을 바꾸거나 혹은 단체로 손해 배상을 할 수 있을지를 알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3호 곰인형들과 함께 단체 소송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곰인형 만들기 좋은 비오는 날에, 'Darling, Hug Me Please'로부터.


 


 


==========================================


 


42제 중 10번입니다.


 


42제 중 두번째로 쓰는 거고요.


 


이제 40개 남았어요.


 


(실제로 하나는 52제라서 39개지만요)


 


 


제목에 낚이신 분들에게는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하핫!

?
  • ?
    언제나‘부정남’ 2009.04.09 07:32
    곰인형은 곰인형을 만들고 사람은 곰인형을 만들고 신은 인간을 만든다. 그 다음은?
  • profile
    idtptkd 2009.04.11 09:51
    변호사가 신을 만들겠죠? 아마도요? 확신은 못 하지만요.
  • profile
    핑크팬더 2009.04.18 00:39
    음, 딱히 내용을 이해하면서 본것은 아닙니다.
    세상님의 글이라서 읽은 것이고 또한 글에 빨려 들어갔기에
    세번 읽어내려간 것입니다. 정확히 무엇을 말하시려는지 그
    의도를 콕 찝어낼수는 없지만, '자유 갈망' '자유 의지' 혹
    은 추상적으로 잡아 '어두운 공간' 또는 '계단' 정도로 봤
    습니다. 애초에 글을 쓰는 솜씨가 대단하시고 글에 들어가있는
    감정 표현이 매우 풍부하시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많이 느낄수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의 나열이었지만 정말 좋은 느낌
    이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profile
    idtptkd 2009.04.18 07:45
    ...벼,별 생각없는 썼는데요 ;ㅁ;!!
    글 쓰는 솜씨가 그리 좋지 않아 오히려 걱정입니다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ㅈ;
    제 글이라 읽어주셨다니 더 감사하고요ㅠㅈ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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