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8 03:49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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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쨩한테서 손 떼!"


날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딱 하나밖에 없다. 지금 이 위험한 곳에 왜 오신 거예요, 아름선배.


"아름선배?"
"아..름이 누나?"
"둘이.. 아는 사이였어?"


권밝힘 저녀석이 여자를 밝히고 다니는 건 전부터 익히 알던 사실이지만, 언제 아름선배한테는 손을 뻗친거야.


"밝음이 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나 알아?"
"누나가 끼어 들 일이 아냐. 난 지금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악을 처단하려는 거야. 윤민이형은 악이야. 이 세상 모든 솔로부대들에게 암적인 존재야."
"민쨩을.. 데려가려고 하지 말아줘. 아영이도.. 없는데.. 민쨩마저.. 없으면.."
"설마 누나도.. 윤민이형한테.. 홀린거야?"


저녀석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내가 설마 사람을 홀리게 되더라도 아름선배같은 사람을 홀리기는 싫은데.


"나.. 그때.. 내가 당한 것도 수치스럽지만.. 아영이가.. 죽은 뒤.. 정말.. 차라리 이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어. 하지만.. 이런 나한테 잘 해 준 게.. 효선이하고.. 민쨩이었단 말야."


효선선배라면 몰라도 나는 뭔가 아닌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대충 넘어가자.


"윤민이형.."
"민쨩 건드리기 전에.. 먼저.. 나부터 쓰러뜨려. 나.. 민쨩이 어떻게 되는거.. 내 두 눈 뜨고.. 못봐."
"누나.."


내가 정말 믿기지 않는 것은, 지금 여기 있는 아름선배가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나이값 못하는 그 아름선배가 맞는가 궁금하다. 평소 모습하고 완전 딴판이야. 권밝힘녀석하고 과거가 있어서 그런건가.


"누나.. 미안. 나.. 아영이.. 지켜주지 못한게 언제나 미안한데.. 누나가.. 윤민이형을 그렇게 생각했을 줄이야.."


잠깐.


권밝힘 저녀석 분명 '아영이'라고 했어? 그 때 아름선배한테 말했다가 아름선배 표정이 싹 바뀌었던.. 그 '아영이'?


"나.. 그나마 지금 민쨩때문에 살아가는 거니까, 더 이상.. 나한테 상처주지 말아줘. 부탁이야."
"아영이에 이어.. 누나까지 잃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누나. 왜 굳이 윤민이형인지.. 이해가 안 돼."


권밝힘녀석이 들고 있는 광선검의 빛이 사라졌다. 정말로 칼을 거둔걸까.


"밝음이가.. 민쨩을 잘 몰라서 그래."
"윤민이형.. 고등학교에서 누나들 많이 사귄거는 알고 있어. 그래서.. 그거 때문에 더 이상의 비극을 막고 싶었는데.."


솔직히 아름선배도 저를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같은데요.


"하지만.. 민쨩은.. 착하니까. 상냥하니까.."
"누나가.. 그렇게 보면 어쩔 수 없잖아. 하지만.. 다시 잘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 말이 끝나자마자 권밝힘 녀석은 다시 자기 갈 길을 갔다. 휴. 정말로 십년 감수할뻔 했네. 아름선배만 아니었다면 내가 또 어떻게 되었을 지 모른다. 살다보니 아름선배한테 고맙다고 느낄 때가 있구나.


"고마워요.. 선배."


분명 내가 알던 아름선배라면, 말투랑 표정이 급하게 평소대로 바뀌면서


'민쨩, 내 연기 어땠어? 내가 민쨩 목숨 구해줬으니까 나한테 잘해줘야 해!'


이런 식으로 나오겠지. 하지만..


"민쨩.. 미안. 나 이런모습.. 처음 봤지?"


연기가 아니었던거야? 그리고 권밝힘.. 아니, 권밝음하고 아름선배 둘이 도대체 어떻게 알았냐도 궁금해진다.


"선배.. 권밝음 쟤랑 아는 사이였어요?"
"민쨩이 얘기 다 들었으니까 그냥 말할께. 밝음이가 내 동생 아영이랑 사귀던 애였어."


역시 누가 권밝힘 아니랄까봐, 별의별 군데를 다 쑤시고 다녔구나. 설마설마했더니 아름선배 동생한테까지.


"쟤가 제 동생 윤화랑 같은 학원에 다닌 적이 있어서 아는데, 걔 하도 밝혀서 별명이 권밝힘이니까요."
"아냐. 아영이 죽기 전에는.. 그런 애 아니었어. 그 뒤에.. 걔도 그렇게 망가진거야. 아영이 잊어보겠다고.."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그 아영이라는 애가 죽기 전의 권밝힘 녀석은 어떤 모습이기에. 아예 밝히지도 않았던건가.


"그래서.. 나도, 모든 걸 잊고 싶어서, 그냥 '재미'만을 찾아서 이것저것 하게 된거야. 다른 사람들한테 내 성격이 이상하다는 얘기 들어도 상관없었어. 나.. 이미 내 자신이 '여자애'라는 걸 포기했으니까. 다른 사람들한테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아름선배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으로는 '성격이 이상하다' 정도가 아니었지만.. 그냥 넘어가야지.


"효선이한테 언제나 고맙고.. 미안해. 효선이가 아니었으면.. 나, 정말로 어떻게 되었을까 몰라. 그리고, 처음엔 민쨩이 재밌어보여서 일부러 접근했던건데.. 민쨩. 정말 상냥해. 자기 애인한테만 푹 빠져있는 호진이라던가 하는 애랑은 완전 달라."


내가 그렇게 아름선배한테도 마음에 들었던건가. 그러니까 이런 사람한테 찍혀버리면 안되는데. 뭐 이것 뿐 아니라 이미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서 내 고교생활을 무사히 하기는 이미 틀렸지만.


"선배.. 어쨌든 고마워요. 선배가 아니었다면 저 여기서 죽었을 지 몰라요. 그리고.. 지금까지 선배에 대해서 잘 모르고 선배를 안좋게 봤던거.. 죄송해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민쨩만은 살리고 싶어서. 민쨩.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앤가봐."


아름선배도 이 기회에 성격을 좀 고치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좋지 않은 과거 때문에 쉽지가 않겠지.


그런데.. 뭐야. 아름선배. 갑자기 왜 매달리는거예요. 그리고 내 볼에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서.. 선배. 뭐하시는 거예요!"
"싫어? 역시 민쨩도 나같이 조그만 애는 싫은거구나. 흑. 실망이야 민쨩.."
"싫은게 아니라.. 그렇게 갑자기 매달려서 볼에다 키스하면 안 놀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민쨩이 좋아서 이러는 거니까. 남자들 중에서 민쨩같은 애.. 보기 드무니까. 조공명? 그건 벌레만도 못한거고."


이미 저 세상으로 간 조공명. 하지만 그건 누가 봐도 인과응보다. 그래도 아름선배의 과거를 알았으니까.. 나라도 아름선배를 최대한 이해해봐야지.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저거 미쳤나' 하겠지만 다들 왜 아름선배가 지금의 이런 모습이 되었겠는가. 또 다시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상하게 민쨩은 가까이 있으면 차가운데.. 파고들면 따뜻해. 마치.. 아이스크림 튀겨먹는 느낌이랄까."


도대체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어떻게 튀길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선배.. 그런데, 권밝음이 광선검 쓰는거.. 알고 계셨어요?"
"응. 아영이가 말하긴 했는데 실제로 쓰는 건 처음 봤어."


권밝음도 아마 자기 여자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이 크겠지. 자기가 그런 능력이 있는데도 결국 아영이를 떠나보냈으니.


"저, 오늘 제 친구 한명이 죽어서.. 장례식장 갔다왔어요. 그런데.. 거기서 충격 많이 받았어요."


아름선배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좀 아니지만, 지금의 아름선배는 평소랑 뭔가 많이 달라. 그냥 얘기해도 되겠지.


"친구가 죽은 것 때문에 충격 많이 받았구나, 민쨩."
"그 뿐이 아니예요. 앓고 있었을 때 쓴 편지라는게.. 저한테 마음이 있다는 얘기라서. 여태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민쨩이 많이 둔하니까. 하지만 민쨩은 착해서, 여자애들을 홀리게 하는 뭔가가 있으니까."


왜 다들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모르겠다. 착하다는 건 칭찬이긴 하지만, 내가 딱히 다른 애들하고 비교해서 착한 것 같진 않고.


"민쨩. 오늘 보고 들었던 것들 다른 애들한테 말하면 안돼. 알았지?"
"네.. 선배도요."


그 사람이 누구라고 해도, 안 좋은 과거를 퍼뜨리는 건 상처를 줄 수 있겠지.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인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니까.


"내일 학교에서 봐, 민쨩!"
"네.. 안녕히 가세요."


그나마 지금 여기가 인적이 별로 없다는 게 다행이다. 만약 아까전 권밝힘 녀석이 광선검을 질러대고 아름선배가 나한테 앵기고 볼에 뽀뽀하고 그런 걸 누가 보면, 특히 서연이라던가 유정이라던가 윤화라던가 자칭기자 박찬놈이라던가 봤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이번엔 정말로 그냥 집에나 조용히 가야지. 어느새 날이 많이 어두워졌네. 그런데..?


"윤민아."
"빛나..누나?"


권밝힘녀석이라던가 아름선배라던가에 이어서 빛나누나라니. 오늘 왜 이렇게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이랑 많이 만나는걸까.


"아까 윤민이 버스에서 내렸을 때 말 붙이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꾸 말건다던가.. 싸움났다던가 하는 것 때문에 말 붙이기가 겁나서 지금까지 윤민이 뒤를 조용히 쫓고만 있었던 거야."


가만. 버스에서 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날 쫓고 있었다면..


설마, 아까 신지수가 나한테 심한 말을 한 거라던가, 권밝힘이 광선검으로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라던가, 아름선배가 나한테 매달려 키스한 거라던가 다 봤단 말야?


"그럼.. 지금까지.. 다 본거야?"
"응. 하지만.. 그 권밝음이라는 애가 이능력자라는 거, 알고 있었으니까 별로 안 놀랐어."


뭐.. 뭣?


권밝힘이 이미 그 광선검을 지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단 말야?


"그걸.. 알고 있었어, 누나?"
"응. 이 유일동에 염동력자라던가.. 마녀가 살고 있는것도 알고 있는데."


...


염동력자라면 정초혜 얘기겠고, 마녀라면 혜인이 얘기겠지. 빛나누나.. 어떻게 이렇게 다 알고 있는거야. 갑자기 무서워진다.


"그래서, 윤민이가 마력으로 나 괴롭히던 애들 눕힐 때도 별로 안 놀랐어."
"..."


빛나누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이다. 어쩌다 또 이런 사람하고 얽히게 된거야.


"하지만 그 광선검 쓰는 애가 유아름의 동생하고 관계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
"누나도.. 아름선배 알고 있었어?"
"걔 유명하잖아. 내가 이 유일동에 전학온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루미 얘기는 많이 들었어. 유일고의 요주의 인물이라던걸."


뭐 아름선배야 이미 이곳저곳에서 악명이 높으니까 빛나누나가 못 들었을 리가 없겠지. 다솜이가 죽어서 장례식장 갔다왔다던가 하는 얘기는 그냥 하지 말자.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다.


"그런데 빛나누나.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어떤거야?"
"아차. 얘기가 빗나갔네. 지난번에 윤민이가 눕힌 애들 있잖아."
"응."
"내일 윤민이한테 복수하겠다고 유일고 교문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니까.. 학교 끝나고 조심해."
"응.. 누나. 지금까지 본 거.. 그리고 누나가 알고 있는거,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말아줘."
"걱정마. 나 그런 얘기 아무한테나 안하니까. 윤민이도 이능력자라서 내가 이능력자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걸 말할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빛나누나와도 헤어졌다. 진짜 무서운 사람은 따로 있구나. 저런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확 터뜨리면 파장이 장난이 아닐텐데.


또, 걔네들이 나한테 복수한다고 기다린다고? 마른 가지에 바람이 잘 날이 없다는 것이 이걸 말한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냐.


지쳤다. 정말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집에나 가야지.


겨우 집에 도착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빠. 분명히 학교 끝나는대로 집에 오라고 했잖아. 왜 이렇게 늦은거야."


윤화한테 한 소리 듣는 건 예상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아까 권밝힘이랑 싸울 때 마력을 쓴 뒤 약을 안 먹었구나. 몸이 또 이상해진다. 좀 있다 방에 들어가서 꺼내먹어야지. 어차피 꺼내서 먹는다고 해도 윤화가 보기에도 평범한 '비타 573' 병으로만 보일테니.


"미안. 내 친구가 죽어서.. 못 본 척 할 수 없어서, 장례식장에 갔다오는 길이야."
"오빠가 늦게 와서 지금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는데 해결도 못했잖아."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다니? 도대체 이건 또 뭐야.


'모두 다 잡는 B4 Lite - 악성코드가 검출되었습니다. Trojan.VircamSerut.0804. 악성코드를 치료합니다. 위험요소 1급'


잠깐. 이 VircamSerut이라는 거. 인터넷에서 엄청 떠들어대는 그 신종 바이러스인데. 이 B4 라이트가 업데이트하면서 업데이트 목록에 뜬 거 보니까..


'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Trojan.VircamSerut 악성 코드의 새로운 변종을 추가하였습니다. 전파경로를 찾지 못해서 추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거 가만히 있을 문제가 아니다. 개인정보가 이 악성코드를 심은 사람한테 유출되는 심각한 악성코드라고 정보가 퍼질대로 퍼졌으니까. 일단 악성코드는 잡혔으니까, 내가 가입한 사이트의 비밀번호들을 다 바꿔야지. 그런데 악성코드에 걸릴만한 사이트에 들어간 적은 없었는데..


새롬이가 준 컴퓨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까, 내일 새롬이한테 뭐라고 말해야겠다.


"윤화도 비밀번호 바꿔. 요새 아이디 해킹이 많으니까."
"그런데 이상해. 나도 악성코드 있을만한데는 들어간 적이 없는데.."
"요새 하도 악성코드를 교묘하게 숨겨놓으니까. 나도 잘못하면 클릭했을수도 있고.."
"그런데 오빠. 오빠친구.. 누가 죽었길래 그래?"
"다솜이라고.. 나랑 건전 앤 파이터 같이 하던 애. 그래서.. 장례식에 갔다 왔어."
"아.. 다솜언니."


윤화가 다솜이를 별로 안 좋게 보기 때문에 윤화한테는 얘기를 안 했던 건데.


"..안타깝네."
"응. 앓다가 죽었다는데.. 친구가 내 곁을 떠나니까.. 정말.. 슬퍼."
"그래서.. 거기서 늦은거야?"
"...응."


차마 오다가 권밝힘이라던가 아름선배라던가 만났다는 얘기는 할 수가 없으니.


도대체 내 고등학교 생활이 언제쯤에야 순조롭게 될 수 있을까. 걔네들이 복수까지 하겠다고 끼어들면.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정말 나래 말대로 모두에게 상처만 주고 있는 애라는건 확실하니까. 이럴 때 아무것도 못 하는 내가 밉다.


그냥 오늘은 쉬어야겠다. 오늘 하루만도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아까 권밝힘이랑 싸우다가 많이 지치기도 했고.


...


그리고 날이 또다시 바뀌었다. 어제는 정말 잠이 안 와도 한참 안 왔다. 생각을 할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오늘도 학교에 등교를 해야지. 딴 건 안 챙겨도 비타573 병은 꼭 챙겨야지. 이게 없으면 학교생활에 지장이 많아.


학교에 도착해보니, 오늘도 어김없이 박찬 녀석은 호들갑이구나.


"주윤민. 혹시 어제 새롬이랑 무슨 일 있었냐."
"아니. 별 일 없는데."


정확히는 새롬이가 준 컴퓨터에서 독한 악성코드가 걸리긴 했지만, 이게 새롬이 탓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니까.


"오늘 새롬이 결석했다."
"뭐..?!"


뭐야. 새롬이가 행방불명이라니. 이건 또 어떻게 된거야. 요새 하도 큰 일을 연타로 겪어서 그렇게 놀랍지는 않지만, 이것도 보통 일은 아닌데.


"새롬이랑 최근 싸우기라도 했어?"
"뭐.. 가벼운 말다툼이 있긴 했는데, 그거 때문에 설마 결석할리가."
"새롬이는 아직 어린 애니까, 그거 때문에 투정부릴수도 있지 않을까."
"하긴.."


오늘 끝나고 새롬이네 집에 꼭 가봐야겠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는 알아야 해. 어서 자리에나 들어가야지.


"윤민아."
"응?"
"요새.. 윤민이 안색이 별로 안 좋아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어제 다솜이 죽은거 때문에 장례식장 갔다온 거 말고는, 별 일은 없어."
"다행이야.. 윤민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게 놔둘 수 없으니까."


사실 '별 일'이 좀 많긴 했지만, 유정이가 알기에는 좀 그렇지.


오전 수업시간은 별 일 없이 마친뒤, 점심시간에 오늘도 어김없이 혜인이가 찾아왔다. 뭐 이것도 언제나랑 다를 바가 없지만..


"네. 1학년 12반 김하나 학생의 사연인데요. 저는 요새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답니다. 학교에 가면서 그 애만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는데요. 곁에 다른 여자애들이랑 계속 붙어있다보니 말을 못 붙였어요. 제가 알아보니 그 애가 학교에서 하렘메이커였던가 그렇게 알려져 있다면서 조심하라고들 하더군요. 6반 애라는데.. 여자친구가 있는 애한테 이런 얘기.. 하면 안 되는데, 저 그 애 좋아해요. 용기내서 고백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라고 사연을 적었습니다. 네. 누군지 몰라도 용기있게 고백을 하시길 바라며 신청곡은 따로 적어주시지 않으셔서 그냥 아무 노래나틀어드리겠습니다. 김건무가 부르네요. 잘못된 만남."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잠깐. 이 사연 뭔가 요상하다. 6반 애고.. 하렘메이커라고 불린다면, 혹시.. 나?! 에이. 설마. 아니겠지. 기분탓이겠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애가 설마 나한테 그렇겠어. 그런데 노래를 왜 하필 저런걸로 튼 거야.


"민군, 묘하게 인기가 많네. 모르는 애한테 방송으로도 고백듣고."
"에이.. 나 아닐거야."
"나.. 민군한테 무슨 일 생기는게 아닐까, 걱정이 많아."


뭐 '무슨 일'은 솔직히 요새 너무 많이 생겼으니까.


"아.. 맞아. 혜인아. 새롬이 오늘 결석했다는데."
"새롬이.. 결국 새롬이도 윤민이가 나한테 마력 받은 거.. 눈치챈걸까."
"새롬이가 나한테 컴퓨터 본체도 줬는데, 거기 개인정보 빠져나가는 악성코드도 있다고 하고."
"그런데.. 윤민아, 악성코드가 뭐야?"


아차. 혜인이가 악성코드가 뭔지 몰랐구나.


"악성코드라는게 뭐냐 하면.. 컴퓨터에 감염되서 컴퓨터를 못 쓰게 하는거야."
"감염이 되다니. 컴퓨터라는 거.. 그냥 전기로 작동되는 기계인 줄 알았는데, 컴퓨터도 병이 걸리는거야?"
"그건 아니고, 컴퓨터에 이상한 프로그램이 실행되면 그게 다른 컴퓨터로도 퍼지고 컴퓨터를 막 느리게 해서 그걸 악성코드라고 하는거야. 실제 병을 옮기는 바이러스랑도 비슷하다고 해서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고."
"컴퓨터라는 거, 너무 어려워."


혜인이가 컴퓨터랑은 별로 친한 애가 아니다보니. 내가 틈틈히 잘 가르쳐 줘야겠다.


오후수업이 끝나고, 오늘도 교문 밖에서 윤화는 기다리고 있겠지. 그런데 빛나누나 말로는 그 때 빛나누나 괴롭히던 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데, 제발 없기를 바래야지. 윤화가 있기 때문에 마력을 쓸 수 없으니까. 마력을 쓰면 그 비타573 효과가 풀리고.


아니나 다를까. 교문에서 걔네들이 바로 보이네. 그 옆에 윤화도 있고.


"너.. 그 땐 잘도 날 건드렸겠다. 오늘 한번 제대로 당해봐."
"오빠한테 무슨 짓이야. 오빠 건드리지 마."
"쪼꼬만 건 빠져."


그러면서 윤화를 밀쳐서 넘어뜨리다니. 감히 누구한테 손대는 거야. 내가 망가지는건 그렇다 쳐도, 윤화한테 손 대는 건 용서못해.


다행히도 마력은 쓸 수 없지만 그 때 내 반사신경은 여전히 발동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게 슬로우모션으로 보여. 하지만.. 그냥 그 뿐이다. 결국 잡혔다.


"이번엔 더 이상 까불지 못하도록, 완전히 망가뜨려 주마!"
"안돼, 오빠!!"


다행히도 윤화가 뒤에서 책가방으로 후려쳐서, 일단 전부 넘어뜨리는 데는 성공했다. 일단 이 자리를 피해야겠어.


"오빠. 저 언니들은 도대체 누구야?"
"그때 빛나누나 괴롭혔던 애들. 그런데.. 여기까지 올 줄이야."
"오빠.. 조심해. 이러니까 안심이 안 되잖아."


윤화가 나를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나도 윤화가 걱정된단 말야. 비록 내 친동생은 아니지만, 친동생이랑 거의 다름없이 함께 자랐으니까.


"오늘.. 새롬이네 한번 가서 말해야겠어. 오늘 새롬이 결석했대."
"오빠. 그게 정말..이야?"
"응. 윤화도 한번 같이 가볼래?"
"새롬이.. 무슨 일로 결석한걸까. 걔 간만에 맘에 드는 앤데."


윤화의 요리를 맛있다고 해 준 것 하나 때문에 이미 윤화랑 궁합이 잘 맞는 새롬이. 하지만 윤화는 새롬이가 호문클루스라는 건 모르고 있으니까.


새롬이네 집에 가 보니, 벨을 눌러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문은 열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집은 텅 비어 있었다. 가구도, 가전도,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편지 한 장만 있었다. 마치 내가 올 걸 예상이라고 한 것 처럼 '윤민오빠 보세요' 라는 편지봉투에.


그리고.. 그 편지봉투를 열어보고, 그 자리에서 완전히 굳었다. 윤화도 표정이 안 좋다.


"새롬이.. 착한 앤 줄 알았는데, 뒤에서 이렇게 콩깍지나 까고 있었다니.."


- 다음회에 계속 -


이번 회에서 유아름과 권밝음의 과거를 드러냈습니다. 권밝음이 지금은 죽은 지 오래된 아름의 동생인 아영이랑 사귀던 사이였다는 것. 그리고 빛나는 이능력자들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 새롬이 준 컴퓨터에서 신종 악성코드가 발견되고, 복수를 위해서 찾아온 새림여고 일진들을 겨우 따돌린 윤민과 윤화. 새롬이네 집에 가 보고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유아름도 윤민과의 플래그가 이렇게 섰습니다. 확실히 다른 애들이 보기에는 경악할 상황이겠지만, 빛나 말고는 딱히 본 사람은 없었으니까. 점점 꼬이기만 하는 스토리, 과연 수습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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