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실역에서 버스를 탔는데요

by 시우처럼 posted Dec 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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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이라고 하면 보통, 버스가 회향을 하는 곳이라


타고 보면 자리가 텅텅 비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버스도 있지만


전 언제나 자리가 널널한 버스를 이용하지요.


 


어제도 버스를 타는데


순간의 방심으로 줄타기를 잘못해 탑승 순서가 심각하게 뒤로 밀리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제가 좋아하는 1인석 좌석은 제가 버스카드를 찍고 돌아 봤을 때 이미 모두 동난 상태였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는 뒷자리에 마련된 2인승 좌석에 궁뎅이를 밀어 넣었습니다.


 


물론, 저는 예의 바른 청년인지라(뭐라고?) 통로쪽에 앉지 않고 얌전하게 창가 쪽엘 앉았지요.


뒤에 타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입장에서요.


 


하지만, 역시 제가 거의 끝 부분에 버스를 탄 탓에


저의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고(정말 이유는 그 뿐?) 그렇게 버스는 잠실역을 떠났습니다.


 


목적지로 향하면서


아직 퇴근 시간이 아니여서 인지 정류장마다 탑승객은 현저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그야 말로 넓찍한 양 좌석 점유를 통한 편안함의 극치 누리고 있었죠.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버스 앞 유리창을 통해 저멀리 개때같이 보이는 여고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죠.


아뿔사 퇴근 시간은 아니였어도 하교 시간에 제대로 걸리고야 만 것입니다.


 


평소 가득찬 만원버스는 심각하게 사절하던 저로써는


눈살이 찌푸러지는 일이었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올라탄 버스를 갈아탈 수도 없고, 저는 그저 무력한 승객일 뿐이니까요.


 


다만, 걱정스러운 건


제 옆에 비어있는 채로 남아있는 좌석이었습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중생 이상의 낯선 여자에게는 무언가 엄청난 거리감을 느끼는 저로써는


혹시나 저 여고생들 중 어떤 이가 내 옆자리에 앉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던 거죠.(정말? 설렜던게 아니고?)


 


하지만 저는 애써


센티멘탈한 여고생이 덥석 낯선 남자 옆에 앉을리 없어라고(뭔가 갑자기 애니매이션 제목 같은데?)


제 자신의 잣대를 여고생들에게 투영하며 살짝씩 떨려오는 마음을 진정시키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왠걸


어떤 여고생이 제 옆자리에 앉는게 아닙니까.


거듭 말씀드리자만, 저 따위는 감히 여고생에게 어떤 감흥 따위는 전혀 불러 일으킬 수 없는 외형과 미모를 가졌다고


말씀드리는 바입니다만.


 


그 결과 전 그 후로 고개는 전방 주시에서 오른쪽으론 단 1도도 돌릴 수 없었고


그 여고생이 몸을 뒤척이거나 기척을 내면 속으로 계속 깜짝깜짝 놀라고 시종일관 창 밖만 바라보며


어색한 자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창 밖을 바라보던 와중이었습니다. 정지 신호였던지라 또 다른 버스 한대가 제가 탄 버스와 나란히 섰고


제 눈은 무심결에 버스 옆의 광고를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 광고라는 것이 하필이면


가슴성형 이쁘게 해준다는 문구와 여성 모델이 황홀한 포즈를 취하는 노출 사진이 아닙니까.


 


순간, 저는 제 뒤에 서있는 무수한 여고생들의 시선이 저를 향헤 꽂혀짐을 느꼈습니다.(실제론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았겠지만)


그리고 머리속엔 이런 환청마저 들리더군요. 변태다. 여자 가슴 넋놓고 보는 것좀봐. 등등.


저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지만, 제 시선이 향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것은 전면 180도 중에서 오로시 좌측 90도 뿐이였죠.


 


그렇게 저는 제가 내릴 때까지


상당히 찝찝한 기분과 변태가 되어버린 기분 속에서 한참을 해맸습니다.


 


한마디로 어제도, 참 버라이어티한 하루였다고 할까요.


인생 살기 참 고달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