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창조도시를 이용하곤 했던 유저입니다.
벌써 15년쯤 된 일이라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그래도 한 때 게임 만들기를 취미로 했었던 기억은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보니 종종 창조도시라는 공간과 거기서 보냈던 시간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 시절에 나름 열심히 만들어서 단편제에 출품했던 작품이 나무위키에 나오다보니, 뭔가 제 어린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 같아 종종 찾아보게 되고 그 때마다 창조도시 근황도 한번씩 찾아보게 됩니다.
저는 고등학교 진학 이후로는 더이상 게임을 만들거나 창조도시를 들를 일이 없었는데, 그 이후로 창조도시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사이트 이름도 바뀌었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떨어진 글 리젠율과 몇몇 광고글, 댓글들을 보면 뭔가 헛헛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제 아이디도 어느새 휴면계정이 되어 삭제된 모양이라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작성글 검색해보면 예전 아이디가 검색되기는 하던데..
사이트가 쇠퇴한 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제가 게임을 만들던 당시에도 알만툴이 그렇게 메이저한 취미는 아니었고 아무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 상업적 게임들과 그래픽이나 성능 격차가 커지다보니(이미 15년 전에도 친구들이 제가 게임 만드는 것을 보고 2d 도트 그래픽에 상하좌우로만 움직이는 캐릭터를 보고 허접하게 느꼈던 것 같네요) 어쩔 수 없는 일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시글들을 보면 여러 플랫폼으로 게임 제작도 하고 알만툴을 모바일에 올리기도 하고(이건 정말 신기하더군요) 단편제도 계속 진행하고(상품과 상금 퀄리티가 많이 올라갔더군요. 저는 문상 1만원인가 그랬는데..ㅎㅎ) 했던 흔적들을 보아서 정겹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사이트 활력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예전에 활동하던 분들은 지금 여기저기서 잘 살고계시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나름 유명인사(?)가 되신 분도 있고, 저도 최근에 여기서 친하게 지냈던 분의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책도 쓰시고 언론 인터뷰도 하시고 활발하게 활동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대단한 것을 이루지는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어릴 적에는 문과를 가려고 하다가 고등학교 가서는 이과를 선택하고, 지금은 이공계 박사 졸업까지 앞두게 된 데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뭣도 모르고 알만툴을 붙잡고 게임 하나 만들어보려고 창도 사람들과 소통하며 낑낑대던 시절에 저절로 학습된 이공계 마인드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요새 유행하는 코딩 공부를 자발적으로 한 셈이네요. 제 전공에서는 코딩이래봐야 매트랩 정도밖에는 쓸 일이 없긴 합니다만..
저 이외에도 창도가 활발하던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영향을 받아 지금 사회 여기저기에서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곳이니까요. 지금은 사이트 자체에서 옛날의 모습이 잘 남아있지는 않지만, 저는 몇 년 간 꾸준히 해왔던 취미생활과 그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추억은 지금도 가지고 있고 그 때 출품해서 입상했던 작품에 대해서는 가끔씩 성취감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보면 소개글부터도 너무 오글거리고 부족한 점이 많아보여서 차마 다시 플레이해볼 자신은 없네요.
돌이켜보면 워낙 아는게 없던 시절이라 만들려고 시도했다 엎어졌던 작품이 한 두 개가 아닌데 그래도 알만툴을 그만두기 전에 뭐라도 완성작을 내놓을 수 있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 만들었던 게임 파일은 아직도 제 노트북에 소장중입니다. 런타임 파일같은거도 잘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여기 다운로드 링크가 살아있는 한 파일을 완전히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안심입니다.
다소 뜬금없이 이런 글을 쓰기에는 제가 그렇게 창도에서 유명했던 사람도 아니고, 이제와서 여기에 쓴 글을 봐줄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어쩐지 간만에 창도를 찾아왔다가 묘하게 감성이 돋아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사실 지지난주에 쓰려고 했는데 아이디가 삭제돼있고 신규가입하려니 광고글들 때문에 가입 직후 글쓰기가 제한돼있더라고요). 창조도시 덕분에 좋은 경험과 추억 많이 남기게 해주셔서 운영자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운영자님과 이곳에서 활동하던 다른 분들도 다들 이제 사회생활 하느라 바쁘실텐데, 모두들 자기 자리에서 무탈히 살아나가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