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내와 뱃속의 아기가 낙이었던 남자.
산부인과로 운전중이던 차가 다른 차량과 부딪히면서 홀로 살아남았다.
사고로 인한 자기혐오에 이성이 마모되어 기어이 온 세상을 저주하기에 이른다.
아아, 이렇게는 안 돼, 가능한 한 지독한 이미지를 새겨야해. 더 많은 눈과 귀가 나의 저주를 들어야만 해!
남자는 최대한의 악을 담은 최후의 쇼를 벌이기로 한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그의 몸짓, 내뱉는 낱말 하나하나를 생중계한다.
열에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마친 남자가 자신의 몸과 방에 칼자국과 피로 쓴 욕설과 기호를 새긴 뒤 불을 지른 그 순간,
그는 인간이 아니라 온 세상에 대한 저주요 존재하는 모든 가치의 실패였다.
하지만 그 모든 파괴의 충동은 세상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으니..
세상은 남자가 죽도록 허락하지않았다.
그를 감싼 화염은 스스로 스러졌고 상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남자는 자신의 설명할 수 없는 실패에 우두망찰하여 그저 가만히 있었다.
묵직한 곤봉이 그의 머리를 후려갈길때까지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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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파괴할 권리를 잃어버린 주인공입니다.
자신의 죽음이 또다른 객체로 분리되어서 무슨 꼴을 당해도 안주금.
고문당하고 실험당하고 무한 고기 취급에 기억도 잃고 사람도 해치고 멀쩡한 가정 파탄내고.. 할 일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