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8 20:01

[단편]최후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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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박물관 건물에 그 학교는 자리하고 있었다. 고생물의 흔적과 옛 문명의 유산들, 시퍼런 녹과 퀴퀴한 곰팡내에 파묻혀 학교는 그들 모두와 함께 있었다. 마치 학교 자신이 그 오래된 유산들과 마찬가지로 박물관 전시품 가운데 하나인 양. 이 학교 설립자는 틀림없이 유머러스한 사람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런 곳에 학교가 있다니 아이러니하죠? 분명 담장으로 둘러싸인 널따란 운동장과 책걸상으로 가득 찬 교실을 기대하셨을 텐데 말이죠."


 천만에! 교정을 안내해 주는 여자 말에 나는 이렇게 대꾸하고 싶었다. 이런 시대에 여기만큼 '학교'가 어울리는 장소는 또 없을 것이다. 그것은 여자도 나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다만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나와 달랐던 모양이지만.


 "하지만 옛 사람들이라면 부러워했을 지도 모르죠. 여기라면 지식을 전수하는 동시에 그것을 실제 체험하는 것도 가능하니 말예요. 우리 조상들은 비교적 고해상 사진 자료가 실린 교본을 남겨 주었지만, 사실 여기선 별로 필요가 없어요. 적어도 교육을 위해선 사진보다 실물이 더 효과적인 법이죠."


 그녀 말처럼, 이 독특한 교정을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몇 번인가 이 학교 학생들 행렬과 부딪쳤다. 인솔하는 교사 안내를 받으며 그들은 교정 이곳저곳에 놓인 옛 유물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어떤 것은 먼지가 가득했고, 또 어떤 것은 너무 녹슬어 있었다. 오래되어 바스라진 것도 있었고, 너무 작아 유실된 것도 부지기수였다. 그들은 그런 잔해 하나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관심을 보이며, 한편으론 이어지는 교사의 설명에 계속 귀기울였다. 그들은 매우 열정적인 학생이었다. 왜 아니겠는가? 이 시대 남은 최후의 학생들인데 말이다.

 이제 막 우리 곁을 지나친 학생들을 가리켜 여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들은 역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우리 학교 가장 중요 과목 중 하나죠."

 "다른 건 또 무엇을 가르칩니까?"

 "문학, 철학...역사와 더불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과목들이죠. 간혹 잊혀진 기술들을 전수하는 경우가 있어요. 활판 인쇄술이라던가 종이 제작, 점토 공예 같은 것들이죠. 학생들 중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그때 생기는 과목들이에요."

 "그런 것들이 쓸모가 있나요?"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을 여자에게 던졌다. 여자는 즉시 물론이라고 답했다.


 "여기 말고는 달리 배울 수 있는 곳도 없는 걸요."


 대화는 어긋나고 말았다. 분명 여자 말대로 이 시대에 문사철을 가르치는 곳은 이 '학교' 말고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국가가 무너지고 문명이 붕괴된 이 시대에, 대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칠 테니까. 여기 있는 '교사'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 학교 내에선 고상한 학문을 논하고 머리에 담겠지만, 한 발짝이라도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그들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생존을 위해 쥐나 벌레를 붙잡고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처지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 없다.


 그러면 의문이 생긴다. 대체 이 '학교'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시대에 뒤떨어진 고상한 취미나 가르치는 낡은 유물이, 모든 인류가 그 생존과 존망에 목숨을 건 이 때에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문사철 따윈 아무도 가르치려 들지 않고 아무도 배우려 들지 않는 게 정상일 텐데 말이다.


 내가 이 '학교', 시대에 뒤떨어진 옛 문명의 흔적을 방문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당연한 상식을 공유하는 한 상관이 내린 명령 탓이었다.






 '귀관은 혹시 '학교'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시가를 입에 물고, 어깨에 단 금빛 별을 떼어내 거기 묻은 먼지를 닦던 상관이 내게 물어왔다. 우리 사이에선 '장군'으로 불리는 이였다.


 '모릅니다.'

 '흠, 그럴 테지. 알 필요도 없는 곳이고.'


 그 말과 함께, 장군은 흘낏 곁눈으로 나를 보았다. 마치 내가 그 '학교'라는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정말 그 학교란 것에 대해 들은 바가 없어서, 오히려 어떻게 행동하는 게 장군에게 쓸데없는 의심을 품게 하지 않을까 몰라 전전긍긍해했다. 다행히 장군은 내 태도에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은 모양이었다.


 '수십년 전엔 그런 기관이 도처에 있었지. 그래, 그 평화로운 시절 말이네. 아직 문명이 붕괴되지 않던 시기 말일세.'

 '...'

 '내가 의문을 갖는 건, 어째서 그런 실용적이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은 기관이 이같은 시기에 존속할 수 있느냐 하는 거네.'


 손에 들고 있던 견장을, 장군은 책상 위에 던져놓았다. 한 손으론 책상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사각사각 서류 뒤적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나는 그가 어째서 이런 얘기들을 꺼내놓았는지 생각했다. 한 가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은, 장군이 '학교'란 것에 대해 대단히 신경을 쓰고 있단 정도였다. 물론 좋은 의미로, 가 아니라 나쁜 의미로. 문제는, 과연 이 장군이 대체 그 학교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였다. 파괴하는가? 약탈하는가? 점령하는가? 해체하는가? 협력하는가? '만인이 만인에 대해 투쟁하는' 시대다. 인류는 공동의 적 앞에선 동료였지만, 그것이 없을 땐 기본적으로 서로를 적대시했다. 우리 '부대'의 경우, 상대가 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오로지 '장군'만이 가진 권한이었다. '장군'이 아군이라고 결정하면 그건 아군이었고, 적이라고 결정하면 그건 적이었다. 새로이 우리가 대면하게 된 그 '학교'란 것에 대해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장군은 아마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학교'는 우리의 적인가? 혹은 아군인가?


 '귀관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과하겠네.'


 서랍 안에서, 장군은 한 통의 서류 뭉치를 꺼내어 던졌다. 나는 그것을 받아 맨 앞 장을 눈으로 훑었다. 형식적인 문구들을 제외하면 그 문서는 대충 이런 의미였다. '귀관에게 '학교'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부여함. 대상에게 우호적으로 접근, 그러나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대상에 대한 첩보를 수집할 것. 기타 우군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예견되는 상황시, 첨부한 명령서를 제시해 협조를 구할 것. 단, 허락 없이 물리적 충돌은 금지함.'


 '그 '학교'란 곳에 다녀오게. 가서, 우리에게 협력할 만한 곳인지 아닌지, 유용한 곳인지 아닌지를 살피게. 뒤에 첨부한 명령서가 통행증을 대신할 걸세. 가는 길에 우군 세력의 검문소를 몇 군데 거쳐야 할 테니까. 질문 있는가?'

 '만일 상대가 우호적이더라도 우리에게 유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됩니까?'


 젠장, 어째서 그런 바보같은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장군의 뉘앙스로 보아, 내 말대로 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렴풋이 예상한 탓일까? 최종 결정권자는 어쨌건 장군이다. 나 같은 일개 병사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을 것이다.


 장군은 내 얼굴을 잠시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도 내 눈빛을 읽으려 했던 게 분명하다.


 '어떻게 될 거 같나?'


 그 반문의 의미는 분명했다. 장군은 결코 무능력자와 손잡지 않는다. 내가 던졌던 그 바보같은 질문은, 스스로 무능력자라는 걸 내비치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내가 그대로 장군 막사에서 벙찐 얼굴로 쭈뼛쭈뼛 서 있었다면, 장군은 틀림없이 나를 먼저 박살내고 곧바로 '학교'를 흔적도 없이 무너뜨렸을 테지. 다행인 건, 난 그 정도까진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경례를 붙이고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막사를 나와 그대로 운전병을 찾았다. 주어진 시간은 사흘, 그러나 '학교'까지 오가는 것만으로도 만 하루가 필요할 것이었다. 첫날은 늦은 오후 출발했던 탓에 야간에 도착했다. 문이 닫힌 학교 시설을 외부에서 정탐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정식으로 학교를 방문해 내부 안내를 받는 건, 그러니까 출발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계단을 타고 이층으로 올라가자, 때마침 햇살이 쏟아져 박물관 정면으로부터 중앙 홀을 가득 채웠다. 홀을 중심으로 좌우측을 향해 뻗은 복도에도 환한 햇살이 들어왔다. 양쪽 복도는 각각 두 개의 전시관 입구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여자는 먼저 왼쪽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요한 수업 중이기 때문에 가급적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봐주셨으면 해요."


 복도 쪽에는 창문이 없었기에, 수업하는 모습은 전시관 앞 유리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첫 전시관 안에선 학생들이 돌아가며 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다음 전시관은 문이 활짝 열린 채 비어 있었는데, 여자는 그곳이 역사 강의실이라고 말했다.


 "아까 오면서 마주친 사람들 있었죠?"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잠시 교실 안에 들어갈 수 있느냐고 허락을 구했다. 여자가 그러라고 해, 나는 빈 교실에 발을 들이밀었다. '교실'은 무척 허전해 보였다. 출입문 가까운 편에 교단과 칠판이 있었고, 교단을 마주보고 열을 맞춰 놓인 책걸상 열세 개가 있었다. 교실 가장자리를 빙 둘러 각양각색 수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특별히 다른 시설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학생들 책상에서, 한 권 펼쳐진 책을 집어들었다. 낡아빠진 책엔 낯선 단어들과 사진들이 잔뜩 있었다. '세계대전', '대공황', '전체주의'. 나는 그것에서 어떠한 유용성도 찾아낼 수 없었다.


 "흥미 있으시면 한 권 드릴까요?"


 여자가 물었지만, 나는 필요 없다고 거절했다.


 빈 교실을 나와 그대로 홀 오른쪽 복도로 향했다. 첫 교실은 무언가 시끌벅적했다. 학생들도 교사도 시장통 상인들처럼 요란하게 떠들어댔다. 그들이 하는 얘기 가운데 몇몇이 귀에 익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갖고 계시던 책들 중 그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제목 책이 몇 권 섞여 있었던 거 같기도 했다.


 "여기선 무엇을 가르칩니까?"

 "철학 수업중이에요. 저 선생님이 조금 괴짜라, 토론하는 걸 좋아하시거든요.한 번 들어가 보시겠어요?"

 "괜찮습니까?"

 "학생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호의를 보여준 건 고맙지만 나는 학생이 아니다. 떠들썩한 교실을 지나며 나는 여자에게 물었다.


 "어쩌다 이런 것들을 가르치게 된 겁니까?"

 "아까도 말했다시피, 생존법이나 구급법, 싸우는 법은 다른 곳 어디서나 배울 수 있어요."


 여자는 조금 전 했던 말을 거의 그대로 반복했다.


 "하지만 문학이나 역사, 철학은 여기 아니면 달리 배울 곳도 없죠."

 "애당초 왜 문학, 역사, 철학인 거죠? 지금은 아무 쓸모도 없지 않나요?"

 "그건 관점에 따라 다르겠죠."


 여자는 걸음을 조금 늦췄다. 그녀는 지긋이 내 눈을 올려다봤는데, 마치 훈계하는 어른들 같아 보여서 조금 불쾌했다. 여자는 그대로 하려던 얘기를 계속 이었다.


 "문학, 역사, 철학은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한다. 이 학교를 세운 설립자의 말이에요. 생존법이나 전투 기술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문학과 역사, 철학은 아니죠. 왜 그런 줄 아세요? 이것들은 당장 살아가는 방법이나 싸우는 법보다 훨씬 고도의 욕망을 통해서만 생겨나는 학문이기 때문이죠."

 "..."

 "쉽게 말하자면, 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욕망하지 않으면 문학이나 역사, 철학은 탄생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인간은 동물보다 훨씬 욕망이 강해요. 동물은 생존하고 배를 채우는 걸 원하지만, 인간은 그 이상을 원하죠. 당신에겐 낯선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인간은 신보다도 훨씬 욕망이 강해요. 신은 최고의 지위와 힘, 운명을 갖고 태어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그 모든 걸 원하고 도전하니까요."


 그녀 말대로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죄다 인간다워지길 바라는 자들이다. 현재 자신이 인간답지 않다고 느껴서, 어떻게든 인간다워지고자 발버둥치는 이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결코 과거 선조들처럼 인간다워질 수 없다. 시대가 그렇고, 상황이 그렇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결코 옛 선조들같은 몽상가가 아니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그런 의미에서, 문헌과 기록을 뒤져가면서 과거 학교들과 비슷한 이 '최후의 학교'를 세운 거에요. 본래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지금은 나이드신 분들이 훨씬 더 많이 오신답니다. 옛 추억이나 향수를 찾아 오시는 거죠."


 듣고보니 이 '학교'엔 어린 아이들보다 노인이나 성인들이 많았다. 여자는 다음 전시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교실로 쓰이는 다른 전시관들과 달리, 마지막 전시관은 출입문이 뜯겨져 있었다. 안에는 빽빽히 책장들이 들어차 있었다. 책들은 그 수많은 책장을 채우고도 모자라 복도 앞에도 한무더기 쌓여 있었다. 여자는 그 책들에 기대어 이야기를 계속했다.


 "학교 형태지만, 수업은 희망에 따라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요.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도 없고, 시험도 없죠. 성적 자체를 매기지 않으니까요. 그 때문인지, 오히려 수업 태도는 과거 학교들보다 훨씬 좋아요."


 여자가 하는 말에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 내 관심을 사로잡은 건, 그녀가 기대고 있는 책무더기 사이 어느 한 책이었다. 책 제목은 이랬다. <심리학개론>. 표지가 왠지 낯이 익었기에, 나는 그 책을 집어들어 살폈다. 누군가 읽다 말았는지, 일부 페이지가 반으로 접혀 있었다.


 "혹시 이 학교에선 심리학도 가르칩니까?"


 심리학 얘기를 꺼내자, 여자는 신선하단 듯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곧 그녀는 아쉬움을 표정에 드러냈고, 조금 씁쓸한 미소를 띄고서 내게 말했다.


 "아니요. 가르치지 않습니다. 심리학 수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프로이트 얘기를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프로이트 얘기를 하면 필연적으로 꿈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 이상 심리학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인간다워지기 위한 지식을 가르치는 그들에게 '꿈' 얘기는 민감한 주제일 것이다.


 현재의 인류는 어느 시점을 계기로 더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되어버렸다. 이것이 우리가 과거 선조들과 완벽히 똑같아질 수 없는 이유다. 이 시대엔 아무도 꿈을 꾸지 않는다. 여전히 이 지상에서 꿈을 꾸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인류의 적들뿐이다. 인류의 적, 꿈꾸는 자들, 문명파괴자,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작자들. 오늘날 인류는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이 적들에 대해서도 투쟁한다.


 "프로이트에 대해서 아세요?"


 호기심이 생겼는지, 아니면 단순히 화제를 바꾸고 싶었던 건지 여자가 먼저 질문을 건넸다. 이름 정도는 안다. 적어도 책 표지는 본 적이 있었으니까.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그런 공부를 하셨죠. 몇 번 귓동냥으로 들은 적이 있을 뿐입니다."

 "분명 꿈을 꿀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였을 거에요, 아버님께서는."


 물론 그랬을 거다. 죽기 얼마 전부터 아버지는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최근엔 꿈을 꾼 적이 없어.' 물론 나는 그 꿈이란 것 자체를 꿔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아버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께서도 그 '꿈'이란 게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의식하지 못했을 거다. 당신에겐 분명 꿈꾸는 건 숨쉬는 거나 밥을 먹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을 테니까.


 유감스럽게도 아버지께선 꿈을 꿀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 인류였다. 거기에 꿈꾸는 자들과 꿈꿀 수 없는 인류 사이 전쟁을 경험한 첫 세대 인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는 바로 그 꿈꾸는 자들에게 습격당해 숨을 거두셨다.






 본래 박물관은 지상 6층, 지하 4층 규모의 건축물이었단다. 현재 '학교'가 실제로 사용하는 건 지상 1, 2층과 지하 일부 실 뿐이라고 여자는 설명했다. 지상 4층 이상은 전쟁 중 파괴되었고, 3층 역시 안전 문제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이곳 경비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는 여자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타인에게 알려주기 민감한 문제긴 하다. 명령대로 우호적으로 접근했고 방문 목적을 '상호 협력을 위해서'라고 미리 밝혀두긴 했지만, 상대는 언제든 나를 공격 의사가 있는 적의 첩자라고 판단할 수 있으니 말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내가 그런 질문을 던진 건, 이틀 동안 이 건물 안팎을 둘러보면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무장한 병력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크고 작은 집단 사이에서 매일같이 세력다툼이 일어나는 시대다. 어느 집단이라도, 심지어 '학교'도 스스로를 지킬 최소한의 병력은 갖추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처음에 여자는 내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경비라면...아, 교사들이 돌아가며 하루씩 숙직을 해요."

 "숙직이라구요?"

 "한 명씩, 박물관 숙직실에서 잠을 자는 거예요. 야간에 한번씩 순찰을 하면서, 문단속을 하고 시설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죠. 낡고 오래된 건물인 데다, 설령 고장난 곳이 있대도 제대로 고칠 기술자가 없어서 사실상 형식적인 순찰이긴 하지만요."

 "아뇨, 전투원말입니다. 출입을 통제하고, 접근해오는 병력을 감시하고, 유사시 전투를 벌일 무장 인원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습니까?"

 "그런 건 없어요."


 둔탁한 것이 머리를 치고 지나간 양 멍해졌다. 이 여자와 이야기하는 건 힘이 든다. 우리가 서로 같은 상식을 공유하고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뭐가 말입니까?"

 "네?"

 "그런 건 없다면서요? 뭐가 없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무기요. 무기는 하나도 없어요. 전시물을 제외하고는요."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만일 이것이 장난이라면, 더없이 질 나쁜 장난이다. 겉으로라도 협력을 구하는 상대에게 거짓말이라니! 최소한 납득할 만한 거짓말을 하면 모를까, 이건 대놓고 상대방을 우롱하는 것이다. 무장병력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여자는 거듭 주장을 반복했다.


 "장난이 아니에요!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무기는 하나도 없어요. 아, 물론 학생들 한둘은 무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들은 다른 집단에 소속되어 있으니까요. 때로는 아주 멀리서부터 오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그들은 이 '학교'에 소속된 병력은 아니다, 이겁니까?"

 "네. 원한다면 언제든지 자기 집단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설령 그들 중 누군가가 갑자기 이 '학교' 안에서 전투를 벌일지라도, 저희는 그에게 무기를 쓰지 않을 거예요. 애당초 무기가 없으니 말이죠."

 "설령 그 누군가가 '마법소녀'라 해도 말이죠?"


 확인을 위해 극단적인 상황까지 상정해 물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황당한 심정을 구태여 감추지 않았다. 무방비해도 너무 무방비한 게 아닌가.


 '꿈꾸는 자', '인류의 적', '문명파괴자'. '마법소녀'를 부르는 별칭은 많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비상식적인 힘을 사용하며 세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 중무장한 군대조차 그들을 제대로 상대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생명을 지키는 게 전부였다.


 어떤 '마법소녀'는 마음대로 공간을 이동한다. 그는 LA에 있다가도 어느 순간 파리에, 또 어느 순간 지부타에 자신을 옮겨놓는다.

 어떤 '마법소녀'는 인과관계를 바꾸어놓는다. 바가 어느 순간 파티장이 되기도 하고, 운 나쁘면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총을 발사한 사람이 총탄을 맞고, 계단을 오르던 사람은 끝없이 그것을 반복한다.

 어떤 '마법소녀'는 추락한다. 갑자기 달리는 차 속에 나타나 탑승자들을 끌고 벼랑 끝에서 떨어지고는, 다시 롤러코스터 좌석에 나타나 차량이 탈선하게 한다. 몇 번이고 추락하고, 몇 명이든 끌어들여 추락하지만 정작 자신은 죽지도 다치지도 않는다.


 '마법소녀'가 꿈꾸는 자'인 이유가 이것이다. 증언에 따르면, '마법소녀'들은 현실 속에서 꿈을 재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꿈을 꿀 수 있었던 인류 마지막 세대들은, 꿈 속에선 논리도 상식도 통하지 않고, 배경이 제멋대로 바뀌고, 몇 번이고 쫓기거나 추락하는 체험을 하지만 죽지도 상처입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 말대로라면, '마법소녀'들은 현실을 꿈꾸듯이 사는 것이다.


 마법소녀를 죽일 수는 없지만 쫓아내는 건 가능하다. 총격이나 타격, 어떤 방식으로건 큰 타격을 입으면 마법소녀는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물론 상식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마법소녀들을 겨냥해 타격을 입히는 건 어렵다. 다만 훈련받은 무장 요원들, 조직적이고 숙련된 군인 집단이라면 그렇지 않은 개개인보다 훨씬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남은 인류가 크고 작은 무력 집단을 이룬 이유가 여기 있었다.


 여자에 따르면, '학교'엔 마법소녀나 타 집단에 대항하는 무장집단이 없다고 했다. 나는 여자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비록 실제로 무장한 병사나 경비원을 여지껏 확인하지 못했긴 해도 말이다.


 "지하 전시관에는 무기류가 조금 있을 거예요. 확인해보시겠어요?"


 박물관에 있을 법한 무기는 어떤 것일까? 녹슨 칼? 낡아빠진 활? 운 좋으면 초보적인 화약 무기를 구할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으리라.


 이번 임무는 딱 관광 수준이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그 이상을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하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서, 곧바로 이 몽상가와 낙천주의자 집단을 떠나 장군에게 돌아갈 것이다. 돌아가서 장군께서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겠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곳입니다.' 모레쯤엔 이 박물관 상공에 폭격기를 한 대 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하로 내려가자 습한 한기가 온 몸을 쓸고 지나갔다. 이 오래된 박물관 시설 상태가 좋지 않은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하는 더 상태가 심했다. 이런 곳에 오래 방치되어 있었다면, 설령 쓸만한 무기가 있었대도 사용 가능할 리 없다.


 "지하는 주로 창고로 쓰고 있어요. 지하 1층엔 기계실이 있는데, 바로 옆에 숙직실이 있어요."

 "아까 얘기했던 숙직 말입니까?"

 "네, 발전기가 기계실에 있어요. 저희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설비에요."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니, 필요한 곳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해 쓸 수밖에 없다. 발전기는 어느 곳에서라도 중요한 시설일 것이다.


 "아래층도 보시겠어요?"


 전시실 안을 둘러보는 내게 여자가 물었다. 총구에 녹이 잔뜩 슨 구식 화승총을 들여다보던 나는 곧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하 2층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하 3층으로 내려갔을 때, 어쩐지 주변 공기가 훈훈해졌다. 어두침침한 복도 끝에 어렴풋한 빛이 새어나오는 방이 있었다. 따뜻한 바람은 분명 거기서부터 새어나오고 있었다.


 "저긴 뭐하는 곳입니까?"


 여자는 듣지 못했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느새 그 빛이 새어나오는 방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마치 태어난 고향을 향해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빛을 향해 본능적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태아와 같이.


 그리고 나는 최종적으로 이르러야 할 곳에 이르렀다.


 "이, 이게 다 뭐!"


 방 안은 대단히 넓고 또 환했다. 박물관 벽은 대개 새하얬는데, 이 방은 화사한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난방을 시키는지 방 안은 조금 후끈댈 정도로 따스했다.


 바로 그 방 안에,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놀라 소스라치는 내게, 어느새 다가온 여자가 말했다.


 "어째서 인류는 꿈을 꾸지 않게 된 걸까요? 왜 마법소녀는 영원히 꿈꾸게 된 걸까요? 꿈은 욕망이예요. 꿈꾸지 않는 건 욕망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어요. 영원히 꿈꾸는 건 영원히 욕망하는 것과 다름없어요.

 생각해 봐요. 인류는 새로운 종이 된 거에요.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하여 새로운 두 개의 종이 되었어요. 꿈꾸지 않는 인류와, 꿈꾸는 마법소녀로 말예요. 영원히 욕망하고 실현하지 못하는 종과, 영원히 실현하고 욕망하지 않는 종. 지구 역사상 이렇게 독특한 생물종들이 출현한 적은 달리 있었을까요?"


 나는 여전히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그것들은 끔찍하고도 황홀했다. 소름끼치고도 흥분됐다. 기이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여자는 말을 계속했다.


 "영원히 꿈꾸는 자가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당신은 생각할 수 없겠죠. 애당초 꿈이란 걸 모르고 자란 세대니까.

 영원히 꿈꾸고 또 꾸다가 제가 얻은 결론이 뭔줄 아세요? 외로움이에요. 지독한 외로움이요.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이요. 남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외로움이요. 새로운 종인 우리는, 타인과 공감하는 선조의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그것은 비극이에요. 왜냐면, 자기 존재는 오로지 자기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요. 만족도, 반성도, 위안도, 격려도 전부 오로지 자기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요. 본래는 다른 사람들에게 지원받던 것들이죠. 그래요, 우리 선조들은 다들 타인에게서 이런 것들을 얻었어요.

 피드백이 없으면 발전하지 못해요. 우리 마법소녀는, 그리고 당신들 인류는 더이상 발전하지 못할 거에요. 진화의 끝자락에 이른 거에요. 인류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거예요.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나 인류는 기어이 겨울을 맞게 된 거죠. 겨울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다들 얼어 죽고 말 거에요.

 저희가 살아남는 법, 인류가 살아남고 마법소녀가 살아남는 법은 오로지 하나, 계속 진화하는 것뿐이에요. 성장을 멈추지 않는 거에요.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되찾는 거에요. 그래요. 우리는 우리의 선조가 되어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어요.

 어떻게 우리는 우리의 선조가 될 수 있을까요? 인류는 선조처럼 현실적이고, 마법소녀는 선조처럼 꿈을 꿀 수 있죠. 그렇다면 만약, 그 둘이 뒤섞여 새로이 자손을 낳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류와 마법소녀, 양자가 만나 서로 뒤얽힌 자궁 안에서, 우리는 우리 선조를 온전히 재현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어째서, 이런 걸..."


 나는 간신히 외마디 말로 저항하려 했다. 그 방을 가득 채운, 압도적인 기이함에 심연 깊은 곳으로부터 내 존재가 산산조각나기 시작한 그 순간에 말이다.


 "인류가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험해 왔어요. 다시 시를 읊게 하고, 역사를 탐구하고, 철학을 궁리하게 만들어 보았죠. 하지만 그 어떤 방법으로도 인간을 다시 꿈꾸게 할 순 없었어요. 당연한 결과죠. 태생적으로 이 신생 인류에게는 꿈 꾸게 하는 기능이 없었으니까요!

 이건 종과 종의 결합이에요. 과학과 기술만으론 불가능했던 거죠. 종과 종이 결합해, 생식 기능을 갖춘 온전한 과거의 종을 재현하는 거니까요! 인류의 자궁과 마법소녀의 자궁, 인류의 씨와 마법소녀의 씨, 이 둘의 마술적인 결합으로 인류는 회귀하겠죠. 아니면 더욱 진보하거나!"


 그래서 자, 하고 마법소녀인 여자는 등 뒤에서 내 어깨를 양 손으로 짚었다.


 "인류의 새로운 미래에 참여하게 된 소감은, 어떠세요?"


 뭔가 말하기도 전에 나는 그 방 안으로 떠밀려졌다. 기괴한 것과 잔혹한 것과 끔찍한 것과 황홀한 것들이 눈 앞에서 뒤섞여 한꺼번에 쏟아져왔다. 내 영혼은 삽시간에 구멍난 댐처럼 무너져 내리고 그 다음엔...




 이전과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되어 버린 내가 거기에 있었다.




 - 가장 좋은 질문으로 이 글에 영감을 준 하늘 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by 윤주. 
?
  • ?
    乾天HaNeuL 2012.10.18 20:47
    대략 표면적으로 두 가지 아이디어.

    과연 학교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중요 질문에 마법 소녀네요. ㅡ.ㅡ;;;



    그리고 망할 프로이트.

    나의 신경정신의학 시험 범위를 무지막지하게 늘린 그대의 공로를 잊지 않으리. ㄱ-
  • profile
    윤주[尹主] 2012.10.19 06:02
    정말 적절한 의문이었어요. 뭐...미래 학교는 어떤 형태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째서 그런 형태가 되었나, 하는 건 변명 붙이기 나름이니까요 ㅎ
  • profile
    욀슨 2012.10.19 05:23

    능력만을 중시한 나머지 꿈을 잃어버린 부류와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류라...... 다소 어렵군요. 그래도 과연 화자가 본 것이 무엇인지는 정말 궁금해지기는 합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2.10.19 06:07
    주제 생각 않고 모티프와 소재 위주로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니;;
    화자가 본 건 일부러 쓰지 않았습니다. <악마의 씨>였던가요? 고전 영화가 한 것처럼, 직접 말하거나 보여주지 않고도 독자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혹시 그런 기술 있으시면, 조만간 시연 부탁드립니다^^
  • profile
    yarsas 2012.10.23 16:19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루다 자유로운 결말을 보니 조금 맥이 빠지긴 하지만 이 방식도 좋군요. 잘 읽었습니다.
  • ?
    강건마 포인트맨 2012.10.23 16:19
    10점 뽀오나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profile
    윤주[尹主] 2012.10.25 19:53
    글을 전체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썼던 거 같아요 ㅠㅠ 결말이 맥이 풀린다면, 애초에 글이 단단히 설계되지 못한 탓이겠죠; 좋은 점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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