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02:14

[단편] 우연히 스친 밤 - 1

조회 수 287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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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우연히 스친 밤 -1

 

 


 내가 생각할 땐 현대예술은 죽었어. 지금 판치고 있는 예술들은 모조리
과거의 유사품이거나 모방에 불과해. 현대 비평가들에 극찬을 받고 있는
현대미술? 현대문학? 다 때려치우라 그래. 그들은 아류일 뿐이야. 과거
위대했던 예술혼의 얕은 숨결만 흉내 내는 버러지들. 이 이상 백색 도화
지는 없다구. 보는 것만으로도 순수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깨끗한 미
학, 그 아름다움에 숨이 멎을 것만 같은 클래식한 예술. 요즘엔 그런 게
없다고. 1800년대에 있던 순수 예술에 목숨 걸며 불타오르던 그 찬란한
영혼들은 대체 어디 간 걸까? 그들이 남긴 위대한 업적들을 보며 우리네
예술쟁이들은 왜 요 모양 요 꼴일까? 이 썩어빠진 현실에 나는 한숨만 나
온다.

 

 - 벨레벨레벨레레~ 엘레엘레엘레레~

 

 내 폰 벨소리가 울린다. 나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작가지망생이다. 이 세상에 절대 잊히지 않을 불후
의 명작을 쓸 예술혼에 불타는 진정한 예술쟁이를 꿈꾸는 진짜 작가다.
돈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진짜 문학가란 말이다. 물론 아직 작가가 되진
않았지만, 나는 이런 염증에 곪아버린 현실 속에서도 빛줄기 같은 문장을
써내려 가는 현대문학에 메스를 들이댈 수 있는 의사인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내 방에 틀어박혀 심혈을 기울인 문장들을 조합하고 있
었다. 물론 문단 하나 제대로 써내려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 벨레벨레벨레레~ 엘레엘레엘레레~

 

 오늘따라 유독 글이 안 써지는 참에 울려대는 벨소리. 평상시 같았으면
집중에 방해된다고 폰을 꺼버렸겠지만 오늘만큼은 도저히 현실이 괘씸해
서 전화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폰 액정에 임유빈이라는 이름이 떴다.

 

 “여보세요?”

 

 “민석아, 뭐해?”

 

 “뭐하긴 뭐해. 글 쓰고 있지.”

 

 “점심이나 같이 먹자. 나 혼자 밥 못 먹는 거 알잖아.”

 

 “사주게?”

 

 “……나와.”

 

 “수제 햄버거. 그거 아니면 안 먹어.”

 

 “알았으니까 닥치고 나와.”

 

 전화를 건 친구는 내 대학교 동기 임유빈. 중성적인 이름에 어울리게 내
성적인 성격을 가진 녀석인데 유독 나한테는 친근하게 굴었다. 나는 입고
있는 편한 차림 위에 그대로 빨간색 카디건을 걸쳤다. 흔히 말하는 프리
(Free)한 차림의 정석으로 코디한 오늘의 패션은……, 거울에 비친 내 모
습을 보는 순간 나는 뭔가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빨간색
이 아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녹색 카디건으로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
왔다. 녀석은 나랑 같은 동에 살기 때문에 내려가기만 해도 마주칠 수 있
었다.

 

 “너 그렇게 차려 입고 나오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오늘 무슨 색을 걸칠까 고민 좀 하느라. 녹색으로 결정했어.”

 

 “……그게 지금 신경 쓴 거냐?”

 

 “야, 오해하지 마라. 패션을 신경 쓴 게 아니라 색깔을 신경 쓴 거야.
빨간색을 입고 싶은데 오늘은 녹색인 것 같더라고.”

 

 “대체 무슨 소리야.”

 

 “아니, 빨간색을 입고 싶지만 오늘은 녹색을 입어야 될 것 같다고. 그래
서 녹색 카디건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니까?”

 

 나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녀석은 무시했다.

 

 “가자. 밥 먹으로. 일단 네 입에 먹을 걸 처넣어야 말을 못하지.”

 

 “수제 햄버거.”

 

 “닥치고 따라와.”

 

 “넌 날 닥치게 할 거면 대체 왜 부르냐?”

 

 “밥 혼자 못 먹으니까.”

 

 “너 좀 이상한 것 같아.”

 

 “……그게 지금 네 입으로 말하기에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하냐?”

 

 “어, 왜?”

 

 “됐으니까 그만하고 빨리 가자.”

 

 나는 우리 학교 근처의 유명한 수제 햄버거 집으로 향했다. 규모가 작은
가게이지만 분위기도 괜찮고 맛도 보장되어 있기에 언제나 기분 좋게 식
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특히 그곳에서 틀어주는 올드한 팝송들
이 좋았다. 주인장의 안목이 빛을 발하는 곳이랄까. 우리들은 가게에 들어
섰다. 약간 어두운 조명에 단정하게 잘 꾸며진 인테리어, 특히나 선반 위
에 쌓여있는 오래된 앨범들과 베이지색 벽면에 군데군데 센스 있게 박아
놓은 벽돌이 이 집에 포인트다. 주인아주머니가 다가와 사근사근하게 군
다.

 

 “뭐 먹을 거야?”

 

 많은 학생들이 왔다 갔다 하기에 결코 우리를 알아보고 반말을 하는 것
은 아니다. 아주머니의 친근함은 오랜 장사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른바
패시브 스킬(Passive skill)이었다. 유빈이는 메뉴판을 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녀석은 한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메뉴에 대해 잘 모른다.

 

 “뭐가 맛있냐?”

 

 나는 녀석을 무시하고 아주머니한테 질문했다.

 

 “‘오늘의 버거’ 뭐에요?”

 

 “오늘은 더블 치즈 쇠고기 스테이크 버거지.”

 

 “저거 먹어.”

 

 “……먹어 봤냐?”

 

 “어.”

 

 “맛있냐?”

 

 “어.”

 

 녀석은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 아주머니를 보고 물었
다.

 

 “아줌마 맛있어요?”

 

 “어.”

 

 “……주세요.”

 

 아주머니는 빙긋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학생은?”

 

 “아, 더블 치즈 쇠고기 스테이크 버거랬죠? 아, 오늘의 버거를 먹어야
되는데 쇠고기가 안 땡기네. 아주머니, 쇠고기는 빼고 주세요.”

 

 “……뭐?”

 

 아주머니는 경악했고 유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 쉐이키 또 시작이네.”

 

 “다른 걸 먹고 싶으면 다른 메뉴를 시키면 되지, 학생.”

 

 “안돼요. 저는 오늘의 버거를 먹으러 왔다고요. 근데 쇠고기는 먹기 싫
으니까 빼고 주세요.”

 

 아주머니는 별 미친놈을 다 본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학생?”

 

 “이 녀석 원래 이래요. 아주머니. 그냥 주시면 되요.”

 

 아주머니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돌아섰다. 하지만 나는 거기
서 멈추지 않았다.

 

 “잠깐만요, 아주머니. 고기도 없는데 치즈가 들어가면 좀 이상한 것 같
아요. 치즈도 빼주세요.”

 

 아주머니는 더 이상 말을 섞기 싫다는 듯 대답도 없이 황급히 사라졌다.
유빈이 녀석도 질렸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네 그런 빙신 같은 점이 맘에 들어서 데리고 다니긴 하는데, 진
심 궁금하다. 수제 햄버거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

 

 “정확하게 말하면 오늘의 버거를 먹을 생각이었지.”

 

 “오늘의 버거는 매번 바뀌는 거잖아.”

 

 “그렇지. 한계를 지정해두지 않은 모습.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음식이라니! 멋지잖아? 내 글도 매번 완독할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오늘의 버거를 먹어야 갰다는
삘이 확 오더라고! 근데 오늘 나는 쇠고기 먹을 입맛이 아니야. 그러니
그냥 먹을 밖에.”
 
 “그거랑 그게 대체 어떻게 연관이 되냐? 그리고 기왕 먹으러 왔으면
먹고 싶은 걸 시키면 되잖아?”

 

 “오늘은 오늘의 버거를 먹어야 된다니까? 오늘의 버거를 먹어야 하는
기분에서 다른 버거를 먹는 건 의미가 없지.”

 

 그때, 때마침 아주머니가 버거를 들고 왔다. 특별히 오래 조리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치즈와 스테이크가 빠진 내 버거는 빵과 야채만 들어있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유빈이가 밥맛이 떨어진다는 표정으로 내
게 물었다.

 

 “너는 그게 먹고 싶냐?”

 

 “괜찮아. 내가 이러기로 결정했으니까.”

 

 유빈이는 결국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이 해치워야 할 대상에게 모
든 집중력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나는 더블 치즈 쇠고기 스테이크 버거에
서 버거로 변신한 내 버거를 한입 베어 물었다. 입 안 가득 느껴지는……,
빵맛을 음미하며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요즘 무슨 글을 쓰냐?”

 

 “알잖아.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에 대해 쓰고 있지.”

 

 “주제가 뭔데?”

 

 “우주와 행성이 관련된 SF 소설.”

 

 “너 SF 싫어하잖아? 과학 쪽도 잘 모르고.”

 

 “뭐 어떡해. 써오라면 써오는 거지. 안 그래도 글이 잘 안 써져서 죽겠
다.”

 

 “아니, 대체 왜 그래야 하지?”

 

 “뭐가?”

 

 “우리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대학에 들어왔고 이 전공을 선택한 거
잖아. 멋진 작품을 쓰기 위해서 온 거라고. 그런데 왜 쓰고 싶지도 않은
글을 써야 하지? 그건 살아있지 않은 감정과 죽어버린 영혼으로 쓰는 글
이라고. 그런 글에 생명이 있을 리가 없지. 그럼 독자도 그런 감정으로 글
을 읽겠지. 한 마디로 완벽히 실패한 글이잖아.”

 

 “그래서 학점 깎이게?”

 

 “아, 정말! 대한민국 교육은 썩었다니까. 학생이라는 이유로 교수 비위
나 맞춰가며 쓰레기 같은 글을 써야 하는 거냐? 이러니 예술이 죽는 거
야. 썩은 동태 눈깔을 가지고 음미한 글이 아름다울 리가 있나? 진짜 이
래가지고 되겠느냐 이 말이야.”

 

 “네가 그런다고 뭐 바뀌는 거 있냐? 안 그럼 네가 그렇게 강조하는 예
술의 글을 써보던가.”

 

 “현실이 불가능하다 이 말이야 현실이. 이미 죽어있는데 내가 어떻게
살려? 요즘 같은 세상에 완벽한 창조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좋은 작품들
은 이미 옛날 사람들이 다 써버렸다고. 진정한 예술혼이 살아 숨 쉬던 시
기는 1800년대야. 그때가 예술의 전성기이자 마지막이었지. 가장 아름다
운 글들로 채워진 작품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이란 말이야. 문장 하나하나
가 살아 숨 쉬던! 그때 작가들이 좋은 글 전부 다 써버렸는데 내가 어떻
게 좋은 작품을 쓰겠어?”

 

 “변명이구만, 뭘. 현실에 패배한 작가는 절대 오래 남을 작품을 쓸 수
없어.”

 

 “아, 참. 이 친구가 뭘 모르네. 봐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루쉬에르
의 삶을 통해 얘기해볼까? 그는 한 여인을 평생 사랑했어. 하지만 그 여
자는 친구의 연인이었고, 루쉬에르는 평생 동안 그 여인을 가슴에 품고
한 작품만 썼어. 그리고 죽기 2년 전 사랑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찬가로
불리는 ‘천사의 미소’를 완성했지. 그는 그 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며 단 한 편의 단편집도 내지 않았어. 평생을 굶주려 가
면서도 자신의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이런 미칠 것 같은 예술과 사랑에
대한 집념. 요즘 같은 세상에 가당키나 하냐? 그는 죽었지만 그의 작품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있어. 그의 삶은 패배했지만 그의 영혼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요즘 누가 한 작품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어떤
독자들이 그런 작가를 기다려? 그리고 그렇게 평생을 헌신해서 쓰고 나면
독자들이 인정해주기나 할까? 잠깐 베스트셀러가 돼서 서점에 한편을 차
지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걸. 이미 대중이 예술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죽어있다고.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만 찾지. 최근에 가장 떠오르는
신예 몰트를 예로 들까? 그의 글 속에는 걸핏하면 여자를 벗기는 장면들
이 나오지. 그것도 사탕발림으로 점철된 문장들로 묘사하면서 말이야. 가
끔씩은 야설을 읽는 건지 연애소설을 읽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야. 그의
작품은 잘 포장된 도색잡지에 지나지 않다구! 그런데 대중들은 그걸 보며
하악하악 거린단 말이야.”

 

 녀석이 마지막 남은 자신의 버거 한 조각을 다 먹고는 손가락을 쭉쭉 빨
았다. 그리고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난 모르겠어. 난 내 작품에 자신을 가진다면 이 세상과 현실이 어떻던
상관없다고 봐. 본인이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한다면 분명 누군가는 인정
해 줄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내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최소
한 부끄럽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몰트처럼 영
리하게 글을 쓰는 작가도 충분히 이해가 돼. 나는 오히려 그의 그런 장점
들을 배우고 싶은데?”

 

 “아니, 방금 내가 한 말에 뭘 들은 거야? 그게 어떻게 장점이라고 생각
할 수가 있지? 그건 문학에 대한 참렬한 퇴보야. 예술을 무시하는 거라고.
저질적인 문학이 대중들에게 읽혀지고 사람들은 그런 글들이나 보고 자위
하는데 지금 어떻게 그 역겨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있지? 이런 썩어빠
진 환경에서 태어난 내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지 너는 모를 거야. 난 1800
년대에 루쉬에르가 있던 그 시절에 태어났었어야 했어. 정말!”

 

 녀석은 결국 내 말을 끊었다.

 

 “난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글쟁이는 역시 글로 말하는 법이지. 우리도
대학교 졸업하고 언젠가 한 두 작품 정도는 출판하겠지. 운이 좋다면 좀
더 빨리 작가 반열에 설 수도 있을 거고. 너도 작가가 되고 싶다면 작품
으로 말하고 작품으로 인정받아. 말만 번지르르한 작가만큼 추한 건 없어.
이 이상 이 문제로 우리가 싸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녀석과 헤어지고 내 방으로 들어온 나는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았다. 나
는 사람들이 이상하다 말해주기 전까지는 내가 특이한 줄 몰랐었다. 그들
은 나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대해 항상 뭐라 딴죽을 걸었고, 나는 언제나
그들의 그런 행동을 무시했다. 소수를 인정해주지 않는 대한민국의 유행
따라잡기 식의 폐쇄적인 사고방식이야 이미 진절머리 날만큼 구시대적이
어서 진작 포기한 상태였다. 나는 내가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
든 나는 남들이 특이하다고 말해주는 내 자신이 좋다. 나는 남들과는 다
르니까. 내가 특이할수록 내 글에도 그 특수성이 고스란히 담긴다고 믿으
니까. 다만 특이보다는 특별하단 소리를 듣는 내 자신이 되고 싶다. 어렸
을 때부터 항상 그 모토로 살아왔는데 최근만큼 현실에 염증을 느껴 글이
안 써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 유빈이 녀석의 마지막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글쟁이는 글과 작품으로서 말한다.
 그렇다. 나는 현실과 예술을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남들한테 입으로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작가지망생인 내가 글로써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
던 게 아닌 것이다. 물론 요즘 독자들이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어째 건
현실이 그렇다면 그 열등한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내가 써 보이
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입 아프게 떠들 필요도 없을 테니까.
다만, 다만. 다만 한 가지 내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하는 것은 살아있지
않은 예술에 대한 것이다. 이미 죽어버린 예술을 다시 되살린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나의 글이 말라비틀어진 문학이란 나무를 되살릴 생명수
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 진짜 글 더럽게 안 써지네.”

 

 내 이름 반민석. 나는야 작가지망생. 시간을 초월하는 불후의 명작을 꿈
꾸는 이 시대에 단 하나 남은 진짜 문학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역시나
1800년대의 예술혼 때문이다. 그 시절 수많은 천재들 중에서도 역시 루
쉬에르 만한 이가 없다. 그는 평생 동안 단 한 편의 작품만을 썼고 그 작
품의 대상 역시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사랑한 한 명의 여인을 위
한 것이었다. 그가 집필한 천사의 미소는 정말 세련되다 못해 세심하기까
지 해서 관능적이다 할 정도의 미려한 문체로 여성의 심리와 외관을 묘사
하는데 읽고 있다 보면 저절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특히 이 소설에 백
미는 마지막 비극적 엔딩, 여주인공 오뜨르를 위해서 남주인공 알미온이
죽음으로서 헌신하는 부분이다. 그 비극적인 엔딩 속에서 알미온의 심리
묘사는 표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오뜨르를 위해서 죽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한 한 남자의 마음. 단 한명의 여인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죽음을 통
해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인공. 그 작품에는 그의 인생과 그의 감
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그 작품은 세월을 초월해 지금도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도 그렇다. 나는 그의 감성에 현대적인 문학기법을
믹스해 좀 더 화려하고 빠른 전개로 연출해보려 한다. 나 역시 내 작품을
쓰기 위해 그처럼 평생을 투자해야 한다 해도 좋다. 다만, 내 부모님이 아
주 역정을 내시겠지. 아, 불쌍한 나의 예술혼이여. 아, 이 참담한 현실이
여. 나는 결국 써지지 않는 글을 포기하고 자리에 누웠다. 답답해서 그냥
잠이나 자야할 것 같았다. 나는 루쉬에르의 천사의 미소를 읽어 내리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문득 나는 눈을 떴다. 누군가가 내 방에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사람의
인기척이었다.

 

 “누구야!”

 

 나는 깜짝 놀라서 불을 켰다. 심장이 미친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잠깐동
안 너무 밝아서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손을
들어 등을 가렸다. 어렴풋이 보이는 사람의 형상. 쿵! 정말 심장이 멎을
뻔했다. 내 방에 웬 백인이 앉아 있었다. 나는 내 목청이 허락하는 최대한
의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
 글이 잘 안 써져서 기분전환 겸 단편을 써봅니다. 본문 안에 있는 작가
의 이름과 작품은 다 제가 만들어낸 허구입니다.

 

 최근의 너무 바쁘고 건강 상태도 안 좋아서 진득하게 집중하기가 좀 힘
들군요.

?
  • profile
    윤주[尹主] 2012.08.01 15:45
    다른 얘기입니다만, 복고적 취향이란 건 흔히 현실에 대한 회피로 나타난다고들 하죠;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거나, 경기가 어렵다거나...

    남은 분량이 궁금해지네요. 좋은 결말을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잘 봤어요~
  • profile
    yarsas 2012.08.01 18:40
    약간 사회부적응자에다 비관론자 느낌이 나는 인물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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