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9 22:00

gobetween dragon

조회 수 282 추천 수 2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푸른 숲 속. 때로는 햇살조차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이 무성한 나뭇잎들 사이로 보이는 붉은 바위가 보인다. 그 붉은 바위를 조금 지나면 깊은 협곡이 나타나고 그 협곡 끝에는 호수와 함께 호수 중앙에는 낡은 성 하나가 서있다. 그 곳이 용의 성이다.
10년 전. 현재 왕으로 있는 용사가 용을 무찔렀다는 이야기 이후로 그 성을 찾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면 이 후로 용을 본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갑자기 그 성에서 꼬맹이 하나가 튀어나왔다. 마을로 온 꼬맹이는 사람들에게 지금이 몇 년이냐고 물어보고는 ‘너무 오래 잤다!’라는 말과 함께 왕궁으로 갔다고 한다. 사람들은 꼬맹이의 집을 찾아주려고 했지만, 꼬맹이는 자신의 집이 협곡의 용의 성이라고 말했지만 아무도 안 믿었다. 어쨌든 왕궁으로 간 꼬맹이는 의외로 왕비의 산책 중에 왕비를 만나서 왕을 만나게 되었다. 정말 의외로 그 꼬맹이는 왕의 친한 친구라고 했다.

왕은 용사 때와는 달리 툭 튀어나온 배와 동그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용사 때는 날렵한 몸에 샤프한 턱선이 멋졌으나, 국정에 시달린 건지 음식에 시달린 건지, 과거의 영광과는 영 다른 모습이 되어있었다. 사실 왕관과 옷만 아니었다면 이미 옆 집 쌀아저씨, 아니 밀아저씨 같은 느낌이었을 거다.
“오! 오랜만!”
“오랜만은 무슨! 10년이 지났다고!”
왕의 인사에 꼬맹이는 당돌하게 대답했다. 분홍색 머리를 양쪽으로 따고 파자마 차림의 꼬맹이는 왕 앞에서도 같이 대면하고 있었다. 왕은 모두가 물러나게 한 상태에서 꼬맹이를 맡이했다.
“아, 그렇게 되었나.”
“너 말야! 나를 속였잖아!”
“응? 내가 너를 속이다니?”
“이게 어디서 오리발이야!”
“오리발보다 닭발이 우리나라 특산물이지.”
“아, 닭발 먹고 싶다.”
“하나 시켜줘?”
꼬맹이는 왕의 능글맞은 대화에 속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꼬맹이는 ‘너, 너’라면서 씩씩 거렸지만, 꼬맹이 앞의 왕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지도를 쳐다봤다. 비록 정치는 어느정도 하지만, 몸의 대화에 익숙한 젊은 시절을 보내다보니 왕이 되어서도 외교에는 영 아니었다. 왕은 옆 나라들을 보면서 인상을 썼다.
“네가 공주를 납치해서 대강 너한테 넘겨주면 맛있는 걸 사준다고 해놓고는!”
“어라? 그랬었나.”
“뭐얏! ‘어라? 그랬었나?’라니! 그래놓고는 나한테 수면제를 타서 이렇게 오래동안 자버렸잖아!”
“미안미안. 치료제인 줄 알았지. 가짜로 싸웠지만, 꽤 격렬했잖아.”
“네가 싸우는 척만 한다고 해놓고는 진짜로 때렸잖아!”
꼬맹이는 오른팔을 걷어서는 이제는 아주 희미해서 그냥 그림자인 것 같은 곳을 가리키면서 ‘칼등으로 쳤지만 아팠어!’라고 외쳤고, 왕은 ‘미안 미안’이라는 건성의 사과를 했다. 꼬맹이의 양갈래 머리가 하늘로 치솟을 것 같이 발을 동동굴렀지만, 실내에서 원래 모습을 보일 정도로 화가 나진 않았다.
“이래서 어른들이 함부로 인간을 믿지 말라고 했나봐!”
“그렇지 않아. 너를 위해 진수성찬을 차렸는데, 네가 자버렸지.”
“일부러 재웠잖아! 혹시라도 내가 용이라고 말하고 다니고 너랑 짜고 공주를 납치했다고 할까봐!”
“그렇지만, 그 덕분에 왕이 되었지. 사실 왕까지 될 줄은 몰랐지만.”
“그러고보니 너 왕 됐더라. 원래는 그냥 부마로 있는 거 아니었어?”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선왕 돌아가시고, 처남도 전쟁 중에 떠나는 바람에 내가 되어버렸지.”
“뭔가 슬픈 이야기네. 나름 그 처남 착했는데. 물론 내가 공주를 납치할 때는 나한테 진심으로 마법을 걸었지만!”
“처남은 죽을 때까지 모르는 이야기니까.”
왕은 그제야 꼬맹이의 말을 제대로 받아줬다. 왕은 별 볼 일 없는 용사였다. 사실 실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실력이 없다기보다는 빽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는 용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0년 전에 용의 성에 찾아갔다.
용사는 당연히 용에게 뭔 이유는 모르지만 용을 무찔러야한다는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 답게 ‘내 칼을 받아라!’라고 외쳤고, 용은 아침 식사하다가 체했는데 이 인간 녀석은 뭔 헛소리하는 건가 싶어서 싸울 기운이 없어서 인간으로 변신했다. 문제는 여기서였다.
“너 여자였냐?”
분홍색 양갈래 머리의 여자 아이로 변신한 용을 보고는 용사는 싸울 기운이 없어졌다. 아무리 용이라고 해도 자신의 반만한 여자아이에게 칼을 휘두르는 건, 사실 체급상으로도 안 맞는 것 같고, 우선 무찔렀다기보다 나쁜 짓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이라 관뒀다.
“여자지만 싸울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좀. 아침 먹은 게 체해서.”
“소화제 줄까?”
“있어?”
용사는 혼자 사는 남자일수록 잘 챙겨먹고 잘 가지고 다녀야한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따라 많은 것을 가지고 다녔고, 그 날 소화제도 있었다. 용사는 용에게 소화제를 줬고, 그걸 계기로 둘은 친해졌다. 이후 용사는 자주 용의 성에 드나들었다. 그러다가 용사는 하소연하듯이 옛날 동화 이야기를 꺼냈다. 용이 납치한 공주를 구하는 용사가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였다. 용은 별 생각 없이 ‘그러면 되면 되잖아’라고 말하고는 공주를 납치했다. 물론 먼저 떠난 처남과 왕국에서 난리를 쳤지만 용은 어설프게나마 공주를 납치했고, 용사는 용을 무찌르는 척을 한 거다. 그렇게 지금의 자리에 왔지만, 용의 상처 치료 때문에 급하게 약국에 가서는
“집에서 키우는 이구아나가 상처를 많이 입어서요.”
라고 말해서 제대로 제조되지 않은 이구아나 용 약을 먹인 게 실수였다. 의외로 용은 수면제 성분에 약했고, 꽤 오래동안 잠들어버렸다. 그것도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그리고 지금 깨어나서는 용사였던 왕을 찾아온 것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어린아이 꼬맹이의 모습으로.
“지금이라도 나 살아있는 동안은 맛있는 걸 많이 먹여줄게.”
“뭐야! 내 평생 먹여줘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이 나라도 계속 있을지 모르니까.”
왕이 심각하게 말하자 꼬맹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왕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지도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자신의 나라는 약소국이며, 여러 나라와 전쟁 중이라고. 그 외에도 심각한 용어들을 몇 가지 말했지만 꼬맹이는 알아 듣지를 못 했다. 다만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에 빠져있었다. 살짝 얹은 투명한 소스가 끈적거렸지만 달고 맛있었다. 꼬맹이는 인간의 이런 음식 솜씨가 좋았다. 사실 소화제도 용사와 친해진 계기지만, 용사가 이후에 가져다준 음식들이 더 큰 계기였으니까.
“아들들도 보내야하지만. 원래는 전략 결혼을 하려고 했지만, 최근 왕족과 귀족들 사이에서 전략 결혼에 의한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서.”
“응? 어떤데?”
사실 꼬맹이는 하나도 듣지 않고 있었지만 그냥 맞장구 치듯이 물어봤을 뿐이다. 그러자 왕은 이때다 싶어서 꼬맹이에게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몰래 연애하거나 그런 식이었는데, 요새는 적극적으로 혼외정사를 통해서 자식을 가지거나 아예 이혼하는 사례가 있더라고. 어렸을 때는 우선 아들딸 많이 나아서 다른 나라와 정략결혼 시키면 되겠거니 했는데, 우선 가진 게 없잖아. 게다가 정략 결혼 시켜도 이혼하면 그거 이혼 소송하고 재산 분할하면 오히려 골치 아파지니까. 한 때는 뉴오라는 마법사가 사랑의 물약을 팔고도 다녔지만, 그것도 효과 떨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곤란해졌어. 게다가 아들딸 구분말고 잘 낳자고 했었는데, 아들만 일곱 낳아서는 무슨 일곱 난장이도 아니고, 내 이후에 이 나라에 왕자의 난이나 그런 거 안 일어나지 않을까도 걱정되고.”
“이래서 자식새끼 소용 없다는 거군.”
“차라리 장가라도 제대로 가면 좋겠지만, 최근에 불고있는 운명론이니, 자유연애니, 그런 바람 때문에 가지고 않는다고!”
꼬맹이는 케이크를 다 먹어치우고 왕 앞에 있는 쿠키까지 가져다가 열심히 먹었다. 왕은 꼬맹이가 제대로 눈치를 채주길 바랬지만, 꼬맹이는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주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파악을 못 하는 녀석, 아니 용이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 쿠키 먹은 거 괜찮지?”
“더 갖다줄까?”
“있어?”
소화제가 있냐고 물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나, 왕은 쿠키와 함께 케이크를 가져오라고 했다. 곧 하인이 가져온 쿠키와 케이크를 보면서 꼬맹이의 볼에 살짝 혈색이 돌았다. 왕에 눈에 꼬맹이는 쿠키와 케이크로 움직일 수 있는 고급 인력으로 보였다.
“다 먹어도 돼.”
왕의 말에 꼬맹이는 포크를 들고는 맹렬히 달려들었다. 고기보다 케이크를 좋아하는 용이라니, 처음에 만났을 때도 그거 때문에 꽤 웃겼다. 왜냐면 탄 팬케이크를 먹고는 체했던 거니까. 왕은 다시 말을 빙빙 돌릴까하다가 아무도 안 듣는 걸 주변을 둘러보면서 확인하고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네가 공주 납치해줘.”
“응? 지금 네 아내를 납치해서 뭐해?”
“아니, 우리 아내 말고!”
“너 딸 있어?”
“없어! 아들만 시커멓게 일곱이라고! 다른 나라 공주 말야!”
“다른 나라 공주를 왜?”
“10년 전에 했던 그 걸 다시 하려고.”
그 말에 꼬맹이는 빵가루가 잔뜩 묻은 입을 살짝 벌린 채 놀랬다. 왕은 진지함과 장난의 중간 어딘가에서 왔다갔다하는 듯이 말했다. 왜냐면 꼬맹이에게 이 일의 심각성이 없다는 듯이 보여주려고 했지만, 꼭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타국 공주를 납치해서 우리 아들이 구한다면, 뭐 지들끼리 운명이니 어쩌지 하지 않겠냐는 생각.”
“그렇지만, 네 아들들 뭐 자유 연매? 어쨌든 그런 거라며.”
“자유 연애. 확실히 아들들이 나처럼 약진 않겠지.”
“그러면 진심으로 나 때릴 거 아냐?”
“응.”
“싫어. 맞는 건.”
“그러면 아마 아들들도 너한테 케이크를 평생 줄거야.”
“평생?”
“케이크 뿐 아니라 쿠키도.”
꼬맹이는 그 말에 어쩔까 고민을 했다. 케이크와 쿠키는 맛있다. 그렇지만 맞는 것은 아프다. 게다가 다른 나라 공주면 구하러 오는 사람도 많을텐데.
“물론 다른 녀석들은 진심으로 물리치고, 우리 아들만 적당히 봐달라고.”
“우웅,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유능한 녀석을 붙여줄테니까.”
“유능한 녀석?”
“요리를 잘 해.”
“우와, 그러면 매일 요리해주는 거야?”
“매일이 아니라 매끼니때마다 요리해 줄 거야. 참고로 디저트를 참 잘 만들지.”
“나 할래!”
그게 바로, 용이 본격적으로 공주를 납치하기 시작한 일이었다. 왕은 곧 타국의 지도와 공주에 관한 정보를 줬다. 꼬맹이는 제대로 정보를 보지 못 했지만, 왕이 붙여준 요리사 완은 그 정보를 제대로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 중 한 명에 대한 정보도 줬다.
완은 요리를 잘 했다. 그리고 말이 참 없었다. 사실 요리도구같은 느낌이 강한 인간이었다. 꼬맹이가 용이라는 것을 알리고 인사하자, 완은 ‘요리사입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리고 긴 여정 끝에 타국에 도착했을 때, 완은 ‘식사하세요’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을 오랜만에 꺼냈다.
“내일은 왕족의 행차가 있다고 합니다. 성 안에 있는 공주는 꺼내기 힘들지만, 사람들 행렬에 섞여있다가, 공주의 마차가 지나가면 통째로 들어서 옮기는 건 어떨까요?”
“완. 너 대단하다.”
“실제로 하시는 건, 용님이시니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계획 정도죠.”
“그렇지만 행차할 때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아니면 주말에 있는 귀족들이 파티에 섞여가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전 요리사니까 제 조수인 척 하시면 들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왕이 너 유능하다고 하더니 진짜구나.”
“원래는 용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응? 너도 용한테서 공주를 구하고 싶은 거야?”
“아뇨. 용이 어째서 공주를 납치하는 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알았으니까 소원 성취?”
“예. 아마도.”
완의 말에 꼬맹이는 뭔가 시원찮은 느낌이 들었지만 별 신경 안 썼다. 오히려 완한테 ‘케이크 더 줘!’라는 말을 했다. 완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네’라면서 딸기를 얹은 케이크를 만들어줬다. 꼬맹이는 완이 10년전 용사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결전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디데이D-day였다. 왕족의 행차에는 백성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이미 기사들이 막고 있었다. 꼬맹이는 사람들에게 치여서 제대로 행차를 보지 못했다. 그 모습을 완이 보고서는 목마를 태워줬다. 꼬맹이는 완의 어깨에 올라가서 행차를 봤다. 타국의 왕과 왕비. 그리고 공주가 탄 마차가 보였다. 마차 창문에는 약간 불투명한 천이 있었지만, 왕이 말한 공주의 모습이 보였다. 공주의 마차 안에는 시녀도 한 명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변신해서 그대로 날아갈까?”
“그러면 용님의 인간 모습이 드러날 겁니다.”
“음, 섬광탄같은 거나 안개 마법을 쓰면 되는데.”
“안개 마법이라면 아마 기사들 속에 마법사도 있을 겁니다. 곧 없어지거나 공격 받게 될 겁니다.”
“그러면 어쩌지? 그냥 변신해버리고 나돌아다니지 말까?”
“밀가루라면.”
그러면서 완은 자신의 왼손 검지를 입에 넣더니 빼서는 세웠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재고 있는 거였지만, 꼬맹이는 ‘새로운 요리법인가?’라는 생각만 했다. 완은 고개를 돌려서
“아마 저 건물에 밀가루가 저장되어있을 겁니다. 그걸 터트린다면 바람을 타고 잠시 안 보일 겁니다.”
“오, 대단해!”
꼬맹이는 완의 머리를 흔들면서 완의 계획에 만족해했다. 옆에 있던 사람은 ‘자상한 오빠네’라는 말을 했다. 꼬맹이는 ‘응응’이라고 대답했고, 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밀가루 창고로 갔다. 밀가루 창고 사람도 왕족을 구경하러 갔는지 사람은 없었다. 완은 칼을 꺼내서 밀가루를 터트리려고 했지만, 꼬맹이는 곧 용으로 변신했다. 그 크기탓에 밀가루 창고도 무너지고 밀가루들도 터졌다. 용은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하얗게 되었다. 완은 간신히 용의 위에 올라탔다. 용은 눈이 좀 아팠지만, 공주의 마차를 찾아서 집어 올렸다. 이리저리 창과 화살이 날아들었다. 몇 개는 맞아서 아팠지만 곧바로 날아올랐다. 여기저기서 ‘하얀 용이다!’라면서 사람들의 외치는 소리가 나왔다. 완은 용의 등에서 아래를 쳐다봤다. ‘작다’라는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차 안에서는 여자의 비명 소리가 났고, 완은 공주를 위해서는 어떤 식단을 준비해야하는 지를 걱정했다. 꼬맹이는 집에 가서 밀가루를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용의 성에 도착해서 마차를 내려놓자, 마차 안에서는 두 여자가 있었다. 옷을 봐서는 왼쪽이 공주 같았지만, 프로필 그림과는 많이 달랐다. 이 프로필 그린 화가도 많이 피곤했겠다 싶었다. 꼬맹이는 공주와 시녀 앞에서 변신하지 않고 둘을 입으로 물어서 성의 탑에 올렸다. 완은 공주와 시녀가 있는 탑의 방에 갔다.
“너는 뭐냐!”
완은 어떤 핑계를 댈까하다가, 용의 부하라고 하면 욕 먹을 것 같아서
“용에게 잡혀있는 요리사입니다.”
라는 솔직한 대답을 했다. 공주와 시녀는 이것저것 부탁했지만, 용에게 잡혀있는 주제에 살이 오르거나 하면 안 좋을테니, 채식만 시켰다. 다행히도 완의 채식이 통했는지 공주는 프로필 그림과 비슷해져갔다. 꼬맹이는 성에서 꽤 오래 기다렸다. 성이 오래되어서 이곳저곳 수리도 했지만, 가장 생각하지 못 한 건 용사의 아들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와서 윽박지르고 가는 거였다. 성을 부수기도 했고, 마법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꼬맹이는 용으로 변해서 그들과 싸웠지만, 많이 다치기도 했다. 꼬맹이는 완을 통해서 치료제와 음식들을 제공받았다. 때로는 왕에게 편지를 써서 부서진 성을 수리하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왕의 아들이 도착했다. 자기 나라 안에 있는 용의 성인데 왜 이렇게 오래동안 안 왔는지 투덜거리고 있으니까 완은 담담하게 말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해서 있어보인다고 합니다.”
꼬맹이는 ‘주인공은 나라구!’라며 외쳤지만, 완은 곧 블루베리 스무디로 꼬맹이를 조용히 시켰다. 왕의 아들은 어설프게 칼을 휘둘렸다. 용으로 변한 꼬맹이는 성의 이곳 저곳으로 뛰어다니면서 왕의 아들을 탑의 꼭대기로 유도했다. 왕의 아들은 왕의 아들 답게
“내 칼을 받아라!”
라는 대사를 외치면서 꼬맹이를 따라 다녔다. 꼬맹이의 노력으로 공주가 있는 방에 도착한 왕의 아들은 ‘오, 아름다운 공주. 내가 구하러 왔소’라는 말은 시녀에게 외쳐서, 다시 처음부터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용은 어쩔 수 없이, 왕의 아들을 내쫒았다. 공주는 화가 많이 났고, 시녀는 운명의 사랑이 있다는 이야기를 쉴새없이 완에게 했다. 완은 그 날 공주에게 어쩔 수 없이 고기를 줬다.
“다른 아들 있다며! 다른 아들 보내!”
꼬맹이는 성에 찾아가서는 왕한테 하소연했다. 왕은 그 아들이 가장 멍청하다면서 다음 날 다시 그 아들을 보냈다. 꼬맹이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싸워주는 척을 했다. 실수로 발을 딛뎌서 오른팔을 맞긴 했지만, 여태껏 진심으로 싸워왔던 다른 녀석들보다는 덜 아팠다. 이번에 공주의 방에 도착한 왕의 아들은 제대로 공주에게 ‘그대가 너무 빛나 그대를 차마 찾지 못 했구려’라는 팔십년도 대사를 날리면서 공주를 데려갔다.
납치한 공주와 멍청한 아들의 결혼식은 크게 열렸고, 꼬맹이도 맛난 음식을 많이 맛보았다. 공주의 나라의 유명한 왕립 무용단의 공연도 있었고, 왕의 10년전 용사때 이야기를 과장한 연극도 있었다. 꼬맹이는 그 연극에서 자신이 멍청한 용으로 나오는 거에 화가 나서 자신의 정체를 밝힐 뻔 했지만, 옆에 있던 완이 팝콘과 나쵸를 챙겨줘서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다.
이후에도 공주의 납치는 계속 되었다. 완은 몇 가지 계획을 세워줬고, 밀가루 폭탄에 이어서 초콜렛으로 된 옷 같은 것도 만들어줬다. 왕은 자신들의 아들에 이어서 다른 나라에도 주선을 하기 시작하면서 외교에 성공적이었다.
거의 납치 안 당한 공주가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 꼬맹이는 완이 해주는 케이크를 열심히 먹으면서 평생 뒹굴 거릴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자신의 정체를 아는 건 완과 왕 뿐이었다.
왕은 꼬맹이를 자신의 특별한 신하로 삼았다. 꼬맹이는 용사였던 왕의 신하로 불리는 게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납치를 하지 않아도 완이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준다는 거에 만족했다. 왜냐면 완은 자신의 보좌로 공식적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왕국에서 뒹굴 거리고 있을 때, 꼬맹이가 왕비를 만났던 그 산책로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검은 망토를 두른 한 남자가 꼬맹이를 유심히 쳐다봤다. 꼬맹이도 왕국에서 보지 못했던 사람이라 같이 유심히 쳐다봤다. 그러자 남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인간이 아닌 모양이네요.”
“응? 들켰어? 나나, 티나?”
“아뇨. 제가 예민한 겁니다. 혹시 제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꽤 유명한데.”
“음. 얼굴로 이름을 맞추진 못 해, 난.”
“뉴오입니다. 마법약을 잘 만들죠.”
“몰라.”
“그렇군요. 당신이 그 유명한 공주 전문 납치 드래곤인가 보죠?”
꼬맹이는 깜짝 놀랬다. 그렇지만 티를 내면 안 될거라는 생각에 ‘아냐! 난 용사 훈련 드래곤이다!’라고 외쳤다. 그렇지만 망토를 쓴 남자, 뉴오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꼬맹이를 쳐다봤다.
“그렇지만 이젠 납치당했던 공주들이 좋은 배필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오히려 좋은 일은 한 게 아닐까요?”
“그렇게 칭찬해도 줄 건 없는데.”
“아뇨. 줄 게 없다뇨. 정말 대단한 걸 가지고 계신데.”
“응? 뭐? 뭐?”
꼬맹이는 자신을 더 칭찬해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곧 뉴오는 차가운 표정으로 꼬맹이를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돌아서갔다. 꼬맹이는 뭔가 싶었지만, 자신의 뒤에 오는 기사단을 보고 뉴오가 도망갔다는 걸 곧 알아챘다. 왜냐면 기사단은 뉴오의 뒤를 쫒아서 달려갔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완은 간만에 표정이 있는 얼굴을 했다. 웃는 얼굴이 아니라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뉴오라는 마법사가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응. 나보고 대단하다고 하더라고!”
실제로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꼬맹이는 멋대로 받아들여서 그렇게 완에게 말했다. 완은 어린아이 대하듯이 ‘낯선 사람이 사탕을 준다고 해도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라는 말을 꼬맹이에게 했다. 그렇지만 꼬맹이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쎈데, 왜 따라가면 안 돼?’라는 말로 완의 말을 막았다.
완 외에 왕도 꼬맹이를 불러 걱정했다. 꼬맹이는 도대체 왜 주변 사람들이 뉴오의 등장에 자신을 걱정하는 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쿠키를 입에 잔뜩 묻히면서 먹는 꼬맹이를 보면서 왕은 드디어 불안한 소리를 했다.
“왜냐면 네가 깨기 전까지는 뉴오가 이 쪽에서 일인자였거든.”
“이 쪽? 이 쪽은 아마 동 쪽일거야.”
“아니, 주선 말야. 물론 우리는 납치라는 좀 과격한 수단이고, 뉴오는 사랑의 물약이었지만.”
“그러면 상관없잖아. 난 사랑의 물약 만들 줄 모른다구.”
“하지만 우리가 납치를 시작하면서 사랑의 물약 판매를 확실히 줄었지. 사랑의 물약 자체가 원자재 값이 많이 들고, 최근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미리 사재기가 나타나면서 국제 정세가 불안하고.”
그런 불안한 소리로 넘어가다가 왕은 정신이 들었는지 다시 꼬맹이를 봤다. 꼬맹이는 완한테 케이크를 만들어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왕은 다시 꼬맹이에게 말했다.
“어쨌든 뉴오는 너를 싫어할 가능성이 높다고.”
“얼마나?”
“네가 완한테 케이크 만들어 달라고 할 때, 완이 너에게 케이크를 해줄 확률.”
“100% 잖아!”
꼬맹이는 그제서야 뉴오가 자신을 싫어해서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하는 걸 알았다. 그 시작. 뉴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걱정이 많았다. 뉴오는 그녀 앞에 사랑의 물약을 내려놓았다.
“사랑의 물약을 만들 때 가장 힘든 게 뭔지 아나요?”
“뭐죠?”
“바로 냄새죠. 효과는 있지만, 바로 이 악취를 없애는 게 가장 돈이 많이 들어요.”
그러면서 사랑의 물약의 병 뚜껑을 열자 곧 방 안에는 숨쉬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쏟아져나왔다. 그녀도 이쁜 이마를 찌푸리면서 자신의 손으로 병 뚜껑을 닫고 창문을 열었다. 밝은 달빛이 쏟아들어오면서 악취는 사라졌다. 뉴오는 다시 사랑의 물약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면서 그녀의 등 뒤에서 말했다.
“우리는 닮은 구석이 있어요.”
“뭐죠?”
“바로 그 용을 싫어한다는 거요? 당신은 용에게 납치 당했지만 유일하게 짝을 못 찾은 공주고, 나는 그 용에게 내 고객들을 빼앗겼죠. 어때요, 손 잡지 않을래요?”
그러자 그녀는 뒤돌아서서 뉴오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불안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용은 내게서, 운명을 뺏어갔어요.”
“그리고 그 용은 내게서, 공주들을 뺏어갔죠.”
“나 아마 그 용의 약점을 알고 있어요.”
뉴오는 그녀의 다음 말에 흐뭇하게 웃었다. 약간 비열해보이기도 했지만.
다음 날, 꼬맹이는 완에게 건포도 머핀을 해달라고 했고, 기분 좋게 자신의 성을 청소했다. 이제는 공주 납치일도 없고, 왕궁에서 살지만 여태껏 많이 일이 있었던 성이었다. 지면 안되는 녀석이 혼자 온 게 아니라 팀으로 와서 한 명은 꼬맹이의 시선을 끌고 다른 한 명이 공주가 있는 탑으로 갈 뻔해서 완이 화살을 쏴서 맞춘 일도 있었고, 좀 져주려고 해도 체력이 먼저 떨어져서 탑까지 못 올라가서 꼬맹이가 몰래 회복약을 계단에 놔둬준 적도 있었다. 꼬맹이는 이리저리 생각을 하면서 청소를 하고 왕국에 돌아왔다.
왕국에 돌아오자 뭔가 심상치 않았다. 왕국의 문이 열려있었다. 꼬맹이는 긴급히 쫒아들어갔고, 용으로 변신했다. 기사단은 마법으로 만든 환영과 싸우고 있었다. 용은 왕이 있는 곳에 먼저 갔다. 왕은 왕비와 함께 기사단장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무사했다. 왕비는 용 모습의 꼬맹이를 보자 비명을 질렀다.
“바로 13년 전에 나를 납치했던 용이야!”
그러면서 옆에 있던 도자기를 꼬맹이에게 던졌다. 다행히도 꼬맹이에게 맞지는 않았지만 꼬맹이는 깜짝 놀랬다. 나는 납치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어째서 그렇게 놀라는 거지? 용이 공주를 납치하는 건 이 세상의 상식이 아니었던 거야? 용인 꼬맹이는 차마 말을 하지 못 했다. 왕은 그런 왕비를 말리면서 눈치로 꼬맹이에게 사과했다. 그렇지만 꼬맹이는 많이 놀란 상태였다. 인간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방 안에 있던 거울에 뉴오의 모습이 비쳤다.
“안녕하세요, 드래곤.”
꼬맹이는 거울 속 뉴오를 봤다. 문제는 뉴오는 건포도 머핀을 들고 있었다. 꼬맹이는 처음에는 ‘맛있겠다!’라는 생각 다음에 완이 떠올랐다. 꼬맹이는 거울의 뉴오를 무시하고 완이 자주 있는 전용 주방으로 달려갔다. 주방에는 뉴오가 거울 속의 모습과 같이 건포도 머핀을 들고 있었다. 꼬맹이는 용에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왜냐면 용인 상태에서 목소리를 들킬 수도 없고, 성 안에서 움직이기 불편하니까.
“이 주방. 일부러 드래곤님을 위해서 만들어서 큰데, 그렇게 작아질 필요가 있나요?”
“완은 어딨어?”
“잠시 나갔나 보죠. 아니면 드래곤님의 머핀을 만들기 싫었던 건가.”
“완이 여태껏 내 간식은 안 만들어 준 적이 없다고!”
“아, 아니면 그걸 지도 모르죠. 사랑에 빠져서.”
“사랑?”
여태껏 자신은 공주들을 납치하면서 계획된 사랑을 많이도 만들어왔다. 그렇지만, 사랑이 뭔지는 잘 모른다. 먹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관심을 잃었으니까. 그렇지만 사랑이 식욕을 떨어트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무서운 거라는 건 알았다.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만들어주고 싶을지도 모르죠.”
“그럴 리가.”
“제가 드래곤 님을 위해서 드래곤님이 짝을 찾아주지 못한 공주님을 찾아냈어요.”
“내가 짝을 찾아주지 못한 공주가 있다고? 그럴 리가. 여태껏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그래도 사람이 처음에는 다 서툰가봐요. 드래곤님은 두 명의 공주를 납치했죠.”
꼬맹이는 처음을 떠올렸다. 13년 전에 분명히 한 명을 납치했다.
“아냐, 한 명이었어. 그 때, 그 공주가 외동딸이었는데.”
“헷갈리시나보군요. 하긴 많은 공주들을 납치하셨으니까요. 바로 10년 전. 공주들의 납치가 시작된 그 날. 행차 주에 마차 통째로 납치당한 공주 자매가 있었죠.”
그제야 꼬맹이는 떠올렸다. 처음 완이 계획을 짜주고 밀가루 폭탄이 얼마나 위력이 좋은지 알게 되었던 그 날. 완이 처음으로 자신의 등에 타서는 무표정을 처음으로 버리고 ‘작다’라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살짝 웃었던 그 날. 마차에 탄 공주와 시녀를 납치한 그 날. 유난히 시녀의 옷이 화려해보였던 그 날. 그냥 그 나라 옷들이 다 화려해서 시녀 옷도 화려한 줄 알았던 그 날.
“그리고 그녀는 운명을 만났죠. 자신을 구하러 온, 그리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흔한 말이지만 진심으로 칭찬한 왕자를.”
“그랬어. 시녀가 한 명 있었어.”
“불쌍하군요.”
꼬맹이의 말에 뉴오는 거짓된 표정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눈을 살짝 내리면서 입술을 다물었다. 그렇지만 손에 든 건포도 머핀에는 힘이 들어갔다.
“자신의 언니에게 운명의 상대를 빼앗기고, 거기에 시녀 취급까지 받다니.”
“아냐, 내게는 한 명의 공주에 관해서만 알려줬다고. 공주가 두 명인 줄은 몰랐어.”
“많은 공주들이 납치 이후에 잠을 잘 못자거나, 작은 소리에서 놀라거나, 혹은 하늘에 나는 새를 보고 놀라거나, 분홍색을 보고 놀라거나 하는 사례가 많이 들리는데, 뭔가 아시는 거 있나요?”
그 말에 꼬맹이는 아까 왕비의 반응을 떠올렸다. 13년이나 지났다. 그런데도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비명을 지르고 도자기를 내던졌다. 왕비의 표정에는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자신이 왕을 만나서 산책로에게 만났던, 꼬맹이인 자신에게 친절했던 왕비는 없었다.
“잔인하네요. 납치라니. 비록 만국 공통으로 여자를 납치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시달리다니. 어떤 의미에서는 슬프네요.”
“아냐, 난 잘못 한 게, 아냐.”
“하긴, 드래곤님이 뭘 잘못하셨겠나요? 드래곤님은 인간과는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죠. 그러면 누가 잘못했을까요.”
꼬맹이는 곧 왕을 떠올렸다. 자신에게 납치를 하자고 꼬셨으니까. 그렇지만 뉴오는 꼬맹이의 생각을 곧 읽은 건지, 꼬맹이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 그리고 꼬맹이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만들기 위해, 건포도 머핀을 한 입 먹었다. 그러자 꼬맹이는
“완은 아무 잘 못 없어!”
라고 외쳤지만, 그 말은 뉴오를 즐겁게 만들었다. 드디어, 용이 자신에게 휘말리고 있다!
“아니죠. 왕이 시켰어도 왕은 어쩔 수 없죠. 이 많은 백성들을 전쟁에서 희생시키지 않기 위한 묘책이었고, 그건 성공했어요. 그러면 납치당했던 공주들은? 어쩔 수 없는 희생양이었죠. 그러면 납치당한 공주를 구해낸 왕자들은? 그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여태껏 자신이 용을 물리쳤다고 자랑하고 다니죠. 그러면 가장 가까이에서 당신에게 이렇게 맛난 머핀은 만든 요리사 잘 못이죠. 그가 말려야했죠. 그는 모든 것을 알고, 게다가 아무것도 잃을 것도 없었는데!”
“완은 잘못 없어! 다 내가 케이크를 먹고 싶어서!”
“케이크?”
뉴오는 용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 했다. 아니 제대로 들었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케이크가 어린애들이 좋아하는 그런 빵조각따위에 용이 움직였을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뭔가 자신이 모르는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걸 모른다는 게 좀 부끄러워서 일부러 아는 척을 했다.
“그렇죠. 케이크, 대단하죠.”
“응, 게다가 완이 만든 것은 정말 맛있어서. 계속 내가 먹고 싶어서. 나쁜 짓이라는 걸 몰랐지만, 납치를 계속 했어.”
“정말 완이라는 요리사를 좋아하는군요.”
“응, 그러니까 완한테 아무짓도 하지 마!”
“이거이거, 이미 해버려서 어떡하죠?”
꼬맹이가 놀래서 고개를 들어 뉴오를 보자, 뉴오는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머핀을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그 불쌍한 공주님을 좋아하게 사랑의 묘약을 먹였죠. 공주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비록 운명은 아니지만, 꽤 훌륭한 요리가가 자신을 좋아하니까요. 아, 그것도 아시려나?”
뉴오가 더 말을 하려고 했지만, 꼬맹이는 창문으로 몸을 던져서 용으로 변해서 완과 처음갔던 그 나라로 갔다. 납치는 나쁜 짓이라는 걸 드디어 알았다. 그렇지만 이번에 마지막으로 하자! 완을 데려오자!
뉴오는 자신의 말이 씹히자 좀 기분이 나빠져서 식탁에 있던 다른 머핀을 하나 더 먹었다. 확실히 맛있어서 놀랬다. 어쩌면 완도 자신처럼 마법약과 관련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꼬맹이는 그 나라에 도착했지만 뭘 해야할 지를 몰랐다. 언제나 관련 계획을 후보까지 만들어서 완이 짜주었다. 자신은 완의 계획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했다. 꼬맹이는 계속 생각했다. 완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그러자 꼬맹이는 성에 몰래 들어가서 공주를 납치했을 때를 생각했다. 요리사 완의 조수인 척 들어갔던 거. 왕궁 내 어린이 합창단인 척 하면서 들어갔던 거. 야밤에 몰래 들어갔던 거 등등.
그러다가 꼬맹이는 이 나라에 공연들이 왕국의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왕립 무용극단의 아역 배우인 척하면서 들어갔다. 꼬맹이는 근처 옷 가게에 가서 가장 요란한 옷을 갔다. 무대 의상이라고 모두가 믿을만한 옷이었다. 그리고는 문 앞에서 요란한 옷을 보여주면서 ‘무용 극단이 옷을 놓고 갔어요.’라는 말로 들어갔다. 작전은 성공했다.
꼬맹이는 곧 공주의 방에 갔다. 공주는 꼬맹이를 보고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꼬맹이는 그 공주가 진짜로 자신이 납치했던 마차에 있던 시녀인 것을 보고는 놀랬다. 그리고 가장 슬픈 것은 그 공주 옆에 완이 있었다. 완은 꼬맹이를 보고는 모르는 사람인양 대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거의 보여준 적이 없는 미소를 공주에게 보이면서 자신에게 자주 해주던 케이크를 내밀었다.
“부디 맛있게 드셔주시기 바랍니다.”
공주는 매번 꼬맹이가 먹던 케이크를 먹으면서 완한테 ‘음식은 좋네’라는 말을 했다. 꼬맹이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서, 공주와 완에게
“공연단은 어디에 있나요? 무대 의상을 가져다줘야해서!”
라는 말을 했다. 공주는 ‘어린애가 길을 잃었나봐’라면서 완에게 안내해주라고 했다. 완은 성가시다는 듯한 표정으로 꼬맹이를 쳐다봤다. 꼬맹이는 무표정이긴 했지만 완이 자신을 그렇게 막대한 적은 없어서 놀랬다.
완은 꼬맹이를 공연단에게 안내했다. 공연단이 있는 연습실의 거울에는 뉴오가 나타났다.
“하다 말았는데, 그 요리사를 제대로 돌리고 싶으신건가요?”
“당연하지!”
거울을 보며 꼬맹이가 외치자 공연단은 혼자 모노드라마를 연습한다고 생각했다. 뉴오는 거울 속에서 비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오늘 밤, 공주의 방에 다시 찾아오세요. 그러면 돌려드리죠.”
그러면서 뉴오는 사라졌다. 꼬맹이는 요란한 옷을 공연단에게 ‘전달하라고 해서요’라면서 전해주고는 복도의 장 안에 숨었다. 그리고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주의 방에 갔다. 공주의 방에는 뉴오만 있었다.
“공주와 그 요리사는 즐거운 데이트를 하러 갔습니다. 아, 물론 맛있는 식사와 함께.”
“완은 돌려줘!”
“제가 그 요리사를 돌려준다고 했나요? 돌려준다는 건!”
뉴오가 그 말과 함께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 순간 꼬맹이의 목은 아무도 보이지 않게 졸렸다. 꼬맹이는 켁켁 하는 기침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목을 긁었지만 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이겁니다. 지난 3년간, 당신 덕에 많은 고객들을 잃으면서 내 목이 이렇게 졸렸죠!”
뉴오는 그 말과 함께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냄새를 없애는데 마법약에서는 드래곤의 비늘이 그렇게 좋다고 합니다! 사랑의 묘약의 완성을 드래곤님이 해주신다면 너할나위 없는 영광이죠!”
그 말과 함께 꼬맹이의 목은 더 졸렸다. 자신의 목숨을 노린거라는 걸 알았을 때, 꼬맹이는 오히려 ‘케이크 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이상하게 케이크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뉴오의 지팡이가 두 동강 났다. 매우 커다란 식칼이 지팡이를 내려쳤으니까.
“냄새를 없애는데는 레몬이 좋습니다. 특히 비린내는.”
그 말과 함께 완이 침대 밑에서 나타났다. 지팡이가 부러지자 꼬맹이도 목이 졸린 게 풀렸다. 꼬맹이는 완을 쳐다보자 환하게 웃었다. 완은 꼬맹이를 보자 평소의 무표정이었다. 꼬맹이는 완을 한 손으로 잡고는 용으로 변신해서 도망쳤다. 지난 3년간 했던 납치 수법이다. 뉴오는 당장 눈 앞에서 당하자 화가 났다. 분명 저 요리사가 사랑의 묘약을 먹은 듯이 행동했는데! 뉴오는 독수리를 불러서 독수리를 타고 꼬맹이와 완을 쫒았다. 완은 뒤를 돌아보고 뉴오가 쫒아오는 걸 알자 꼬맹이에게 물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몰라!”
“전에 패러글라이딩하던 전사때처럼 합시다.”
완의 말에 꼬맹이는 눈을 찡긋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성으로 달려갔다. 전속력으로. 뉴오 역시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꼬맹이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뉴오는 ‘바보 같은 것들! 그렇게 큰 게 숲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나무에 치인다고!’라는 친절한 설명처럼 꼬맹이의 날개는 나무들에 부딪혔다. 하지만 오히려 시야을 좁히기 위해 뉴오를 숲에 이끌 수 있었다. 이제 협곡. 협곡을 향해 갔다. 뉴오는 곧 보이는 붉은 벽돌들이 성이라고 생각했다. 꼬맹이가 더 속도를 올리자 자신도 성에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에 꼬맹이의 거의 뒤까지 쫒아왔다. 그 순간 꼬맹이는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렇지만 뉴오는 성이라고 생각한 붉은 바위에 장렬하게 부딪혔다. 꼬맹이도 지쳐서 바닥에 떨어지고 완도 같이 굴렀다. 뉴오는 바위에 부딪혀서 그대로 기절했다. 꼬맹이는 지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완은 구르면서 묻은 흙을 털어내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줄자로 뉴오를 묶었다. 숲에서 일어난 큰 소리 때문에 기사단이 와서는 뉴오를 잡아갔다. 뉴오는 기사단이 오자 자신이 묶여있다는 걸 깨닫고는 난리를 쳤다. 특히 완을 쳐다보면서
“너 사랑의 묘약을 먹은 게 아냐?”
라면서 원통해했다. 완은 ‘요리사가 코가 막혔을까, 그런 걸 왜 먹습니까?’라는 대답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완은 하도 눈 앞에 나타난 마법사가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말하면서 마법약을 건네길래 마시는 척을 하고는 그런 척 해줬다.
꼬맹이는 다친 상태에서 다시 눈을 뜨자 완이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것을 봤다. 다시 어린 여자아이 모습으로 변해서 완을 올려다봤다. 완은 기사단이 가져다준 많은 붕대가 쓸모없어졌다는 생각만 했다. 꼬맹이는 울먹거리면서
“공주를 사랑하면 나 이제 케이크 안 만들어주는 거야?”
라고 칭얼댔다. 완은 한숨을 쉬면서 꼬맹이의 팔과 등을 치료하면서 말했다.
“여태껏 공주들은 실컷봐서 공주에는 더 이상 끌리지도 않고, 케이크는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꼬맹이는 완의 품에 폭 안겼다. 완은 순간 쑥쓰러워하면서 ‘작다’라는 말을 했다. 꼬맹이는 ‘진짜 좋아!’라면서 완을 꼬옥 끌어안았다. 비록 완의 말대로 정말 작아서 완이 오히려 꼬맹이를 끌어 안은 모습이 되었지만.
그제야 완은 자신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궁금증을 해소했다. 용이 공주를 납치했던 이유는 ‘배가 고파서’였다. 그게 아니고서야 요리사인 자신을 가장 마지막 제물을 납치할 이유가 없으니까.



=====================================

작년 게임문학상에 단편 부분이 생겨서 썼던 겁니다.

블로그에는 올려놓고 창도에는 안 올려서
까먹고 있었네요.


?

  1. [UNDEAD] 3. 되찾은 미소 - 2

    Date2012.08.03 Category Byyarsas Views618 Votes2
    Read More
  2. 현실과 꿈 아저씨15(나타난 소년 4)

    Date2012.08.02 Category By다시 Views388 Votes1
    Read More
  3. 역겁정략 2화 3막

    Date2012.08.01 Category Byㄴㅏㄹㅏㅣ Views307 Votes1
    Read More
  4. 현실과 꿈 아저씨편 14(나타난 소년3)

    Date2012.08.01 Category By다시 Views358 Votes1
    Read More
  5. [단편] 우연히 스친 밤 - 1

    Date2012.08.01 Category Byyarsas Views287 Votes1
    Read More
  6. 현실과 꿈 아저씨편 13(나타난 소년 2)

    Date2012.07.31 Category By다시 Views375 Votes1
    Read More
  7. 현실과 꿈 아저씨편- 12(나타난 소년1)

    Date2012.07.31 Category By다시 Views385 Votes1
    Read More
  8. gobetween dragon

    Date2012.07.29 Category Byidtptkd Views282 Votes2
    Read More
  9. 하림의 세계 6-5

    Date2012.07.29 Category Byㄴㅏㄹㅏㅣ Views311 Votes0
    Read More
  10. [사건은 해결되어야 하죠]기억해줄래 - 8. 오해와 진실(덧말 추가)

    Date2012.07.29 Category By클레어^^ Views265 Votes1
    Read More
  11. 『1999년 4월 30일』타임슬립 로맨스! 장기일【7화】

    Date2012.07.29 Category By♀미니♂ban Views325 Votes1
    Read More
  12. 기사를 위한 장송곡-4악장

    Date2012.07.28 Category By욀슨 Views420 Votes2
    Read More
  13. 역겁정략 2화 2막

    Date2012.07.28 Category Byㄴㅏㄹㅏㅣ Views383 Votes1
    Read More
  14. [UNDEAD] 3. 되찾은 미소 - 1

    Date2012.07.27 Category Byyarsas Views629 Votes2
    Read More
  15. 나와 그녀의 생존전략 5화

    Date2012.07.26 Category By윤주[尹主] Views425 Votes2
    Read More
  16. 현실과 꿈 아저씨 편-11

    Date2012.07.25 Category By다시 Views461 Votes1
    Read More
  17. 역겁정략 2화 1막

    Date2012.07.24 Category Byㄴㅏㄹㅏㅣ Views389 Votes0
    Read More
  18. [당분간은 이것만 올릴지도...]기억해줄래 - 7. 부산에서

    Date2012.07.22 Category By클레어^^ Views375 Votes1
    Read More
  19. 역겁정략 1화 10막(1회 마지막)

    Date2012.07.21 Category Byㄴㅏㄹㅏㅣ Views422 Votes1
    Read More
  20. 하림의 세계 6-5

    Date2012.07.21 Category Byㄴㅏㄹㅏㅣ Views570 Votes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30 Next
/ 13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