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8 15:18

이방인 7/8

조회 수 365 추천 수 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모든걸 확연하게 알게된 소녀의 선택, 그리고 「낙원」의 결말…

"내 선택은…… 니루를 따라 가겠어요."
"어?"
"으잉?"
모두들 하미의 선택에 놀랐다. 「낙원」이 멸망하기 초읽기 전인데, 그 모든걸 외면하고 나모른체 하겠다니. 그것도 이렇게나 깊이 연루된 중요한 소녀가 말이다. 하미가 밝게 말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걸요?"
"없다니……. 넌 어느 하나를 살릴 수 있는 힘이 있잖니."
"하지만, 제가 「그림자」편을 든다면 촌장은 망하겠죠. 반대로 나나세 님편을 든다면 「그림자」는 사라지겠죠."
"자네는, 양쪽 다 살린다는건가? 그런 희망에 젖은 소리를! 잘 듣게. 우리는 이미 서로를 적대하는 관계로 돌아섰네. 그건 촌장녀석도, 나도 택할 수 없네!!"
"하지만 서로가 상잔한다고 「낙원」이 과연 유지될까요? 상잔은 행복하고 걱정 없이 지내는 사회라고 학교에서 배웠어요. 서로 증오로 얼룩져서, 어느 한쪽이 남는다 해도 그런 조직이 낙원을 이룩할 수 있을까요. 나나세 님은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선악 모두가 존재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에 저는 동의해요. 요 며칠 사이에 모든 사람들의 선과 악을 봐왔으니까요. 심지어는 제 엄마, 하연 님도……."
하미는 촌장댁, 「그림자」 본거지에서 들은 내용을 토대로 진실을 알 수가 있었다. 비록 자신이 옳다고 맹신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제3자 입장에서 본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 열쇠가 아니에요."
"뭐라? 그럼 누가 열쇠란 말인가?"
하미는 물끄러미 해연에게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쳤다.
"……나?"
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곧 하미의 생각과 일치점을 찾았다.
"옳거니! 그런거였구만1"
하미는 노인에게 미소를 짓고는 (노인은 순간 하미의 몸에 하연의 영이 씌워진 줄 알았다) 자신의 생각을 말해나갔다.
"엄마는 해연 언니가 자신을 해치는건지 이미 알고 있었다 말했죠? ("응!" 해연은 답했다) 그리고 절 부탁한다고 그랬죠? ("응." 하연은 이번에는 힘없는 목소리로 끄덕였다) 저희 엄마는 해연 언니를 처음부터 지목하고 계셨던거에요. 그리고 만약이라는 가정이지만, 제가 엄마 성격을 꼭 빼닮았다면 해치려 한 그 순간부터 도리어 죽였을 테니까요."
하미는 해연에게 도발적인 표정을 지었고, 해연은 놀란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아, 물론 전 힘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를 죽인다는건 무리겠지만요~"
하연이 자비롭다는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원수를 은혜로 갚는 격보다 심했다 이건. 그리고, 해연도 하연의 악이 뭔지 알게 되었다. 이런 나쁜 여자가……, 내 행동도 고작 당신의 작전에 포함된 포석이었다는거야?
"그럼 나보고 널 돌봐달라는건……?"
"……언니의 악이 사라지는걸 바랐겠죠."
"내가 널 죽일거라는 예상은 안했으려나……?"
"……죽일 수 없어요. 전 언니보다 뛰어나지 못하니까요. 알고 지낸지 3년이 넘었지만 살기는 한번도 느꺼본 적이 없거든요."
하미는 스스로가 비천하다고 말해야 하는 대목에서 기분이 복잡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사실인걸 어쩌겠는가? 하연의 후계는 해연이지, 그 딸 하미가 아니다. 그리고 그 열쇠 보호라는 명목으로 그 딸을 어떻게든 살아남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이 풀렸다.
해연이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정은 해연이 생각했던 만큼보다 끈끈했다.
"정말…~ 기분이 복잡하네……. 살아 있었다면, 언니인데도 한 대 크게…… 치고 싶을 정도야……. 먼저 가버린건 이런 속셈이었구나……."
"……그럼 전 가봐도 돼죠?"
하미가 열쇠가 아니었다니 더는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설령 하미가 궤변으로 책임을 무마했다고 해도, 이게 하미의 「선택」이니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림자」는 생각보다 악한 조직이 아니었다. 나나세 님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럼, 나루 가자."
"응? 으, 으응!"
하미와 나루가 나가자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발자국 소리는 한 예닐곱 명, 촌장댁 수하를 전부 데리고 왔군. 해연은 생각했다. 아니면 그보다 더 유동인력이 있는건가? 상대가 나나세이니 어림짐작은 위험했다. 「그림자」에서도 이번 계획에 사활을 건 만큼, 나나세도 이번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을 것임이 명백했다. 제발, 그래야 할텐데……. 해연은 주먹을 피가 나도록 꽉 쥐었다. 이제 웅성거림은 지척에까지 들려왔다. 곧 이어, 중무장한 병사들 사이로 나나세가 나타났다. 가벼운 복장에 투구는 쓰지 않았지만, 이목구비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얼굴 보호대는 착용하고 있었다. 나나세는 지휘검을 들며 해연을 가리켰다.
"우하하하하!! 이젠 너희 「그림자」도 마지막이다! 양지에 태양은 두 개나 필요치 않아! 그렇다면 양지는 말라 비틀어져 썩을 걸이다! 나, 나나세가 너희를 모두 제거하고 참낙원을 열 것이다!!!"
나나세의 안광은 어둠 속에서도 광기에 번쩍거렸다. 해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낙원 관리자도 마지막이에요. 옛말에,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 했지."
그 말에 나나세는 뭔가 짐작했다. 앞에 보이는 상대는 두 명 뿐이었고, 해연의 태도는 비관을 넘어서 초연하기까지 했다. 나나세의 얼굴에 땀이 맺혔다. 뭐지, 이 나나세 님이 두려워하다니, 고작 저 계집이 뭐가 두려워서? 해연은 나나세가 두려워하는걸 보며, 역시 인간이구나 생각했다.
이제 끝을 봐야 할 시간이 왔다.
"하미는 여기에 없어요. 하미는 내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이곳을 떠났죠. 생각해 보면 참 얄궃은 일이지. 그래, 나만큼이나 「낙원 관리자」나 「그림자」에 관해 잘 아는 이가 어디 있겠어? 나나세 님, 당신이 말했죠. 인간은 선악 모두가 존재해서 어느 한 체제라도 영원할 수 없다고. 맞아요. 이제 체제를 바꿀 시간이 된거에요!"
나나세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림자」도 「낙원 관리자」를 견제할 만한 세력이었던 것이다. 이 나를, 감히 나나세 님을, 너희가 유인했다고 하는 것인가!! 이들은 위험하다. 나나세는 설득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체제가 붕괴하면 「낙원」도 같이 붕괴할 것이다. 너희는 정녕 그걸 원하는가? 내가 통제한 보람이 결코 사라질 것임이다. 「낙원」은 순식간에 정반대의 의미로 향하겠지. 정말 그걸 원한단 말인가?? 그게 선조의 뜻에 부합한다고 정녕 생각하느냔 말이다!!!"
"어찌 됐건, 우리는 퇴장할 시간이에요. 이제는 우리 후손들의 몫인거에요."
"받아들일 수 없다!! 고작 너같은 계집 하나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는 없어!!! 내가 세운 백년대계는…… 백년대계는 어찌 된다는 말이냐!!!!"
"거 남자가 마지막까지 째째하시네. 결국 당신도 인간에 불과해요. 이게 제 선택이에요."
요란한 폭음에 나나세의 귀가 멍해졌다. 그리고 시야도 어두워졌다. 해연도 먼지에 싸여 이내 보이지 않았다. 나나세도 정신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 나는……!!
그렇게 선조의 의도와는 다르게 변질된 두 조직은 「낙원」의 역사에서 쓸쓸히 바위더미에 묻혀갔다.



"저게 너의 선택이야, 하미."
하미와 나루는 상공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놀랍게도 나루는 하늘을 비행할 수 있는 기계 새를 가지고 있었다. 앞에는 바람개비가 달리고, 날개짓을 하진 않았지만 매캐한 숯 태우는 냄새가 이 기계새가 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줬다. 하미는 이제는 연기만이 자욱한 「낙원」 아래 계곡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 난 전혀 선택할 권한은 없었으니까. 근데, 좀 씁쓸하네……. 중요한 열쇠라고 나 스스로도 여겼는데, 저들에게 있어서 역시 이방인이었다니……."
나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나루는 고글을 쓰고 비행기 조종을 하고 있었다. 하미가 물어보니, 활공기(이게 기계새의 정식 명칭이었다)는 먼거리를 돌아다닐 여행자에게는 필수품이랜다.
"그렇기에 더욱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잖아. 정말로, 네가 열쇠였다면 어쩌려고 그랬어?"
"으응ㅡ. 아마 서로를 화합하게 하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으려나?"
"그리고 너는 낙원을 떠나고?"
"아마도? 아무래도 저들이 서로의 감정을 풀 때까지는 있어야겠지……."
"역시나 「낙원」에 미련이 있구나."
"내가 태어난 곳인데 그런게 당연하잖아……."
"하긴, 나도 「낙원」을 파악하자마자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니까."
"뭐야 그건."
"하하."
하미는 여전히 「낙원」에서 얼굴을 떼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후시경으로 본 나루가 한 마디했다.
"너무 자책하지는 마. 중책을 맡은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을 모두가 다 의지해. 근데 그 사람이 죽었어. 그 나라 망할거 같지? 전혀 아니야. 그래도 그 나라는 돌아가. 비록 그 사람 생전만큼은 아니라할지라도……. 그도 결국은 인간이니까."
하미와 나루를 태운 활공기는 이윽고 「낙원」의 시야에서 멀리 사라졌다.



-끝-
==================================================================================
허무한 반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profile
    윤주[尹主] 2012.07.09 04:42
    잘봤어요~
    결말에 이르기까지 하고자 하셨던 얘기를 충분히 다 풀어내지 못하신 것처럼 보이네요. 지금이라면 더 충실하게 내용을 채워가며 그려내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profile
    ㄴㅏㄹㅏㅣ 2012.07.09 09:10
    다신...............손 대고 싶지 않네요 ㄷㄷㄷ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2291 하림의 세계 4-1 3 ㄴㅏㄹㅏㅣ 2012.07.08 463 2
» 이방인 7/8 2 ㄴㅏㄹㅏㅣ 2012.07.08 365 1
2289 [그로부터 5년 후]기억해줄래 - 5. 재회 2 클레어^^ 2012.07.08 359 1
2288 하림의 세계 3-2 4 ㄴㅏㄹㅏㅣ 2012.07.07 349 2
2287 이방인 6/8 3 ㄴㅏㄹㅏㅣ 2012.07.07 297 1
2286 『1999년 4월 1일』타임슬립 로맨스! 장기일【4화】 2 ♀미니♂ban 2012.07.07 429 1
2285 [UNDEAD] 2. 창공의 불청객 - 5 2 yarsas 2012.07.06 454 2
2284 하림의 세계 3-1 3 ㄴㅏㄹㅏㅣ 2012.07.06 302 2
2283 이방인 5/8 2 ㄴㅏㄹㅏㅣ 2012.07.06 283 1
2282 하림의 세계 2 3 ㄴㅏㄹㅏㅣ 2012.07.05 1554 2
2281 이방인 4/8 2 ㄴㅏㄹㅏㅣ 2012.07.05 1376 1
2280 나와 그녀의 생존전략 2화 9 윤주[尹主] 2012.07.05 397 1
2279 하림의 세계 1 3 ㄴㅏㄹㅏㅣ 2012.07.04 1317 2
2278 이방인 4/8 2 ㄴㅏㄹㅏㅣ 2012.07.04 1519 1
2277 『2012년 3월 25일』타임슬립 로맨스!장기일【3화】 3 ♀미니♂ban 2012.07.03 932 1
2276 - mine - 2화 3 2012.07.03 1094 1
2275 하림의 세계 ~새로운 4천왕~ 0 3 ㄴㅏㄹㅏㅣ 2012.07.03 350 1
2274 이방인 3/8 2 ㄴㅏㄹㅏㅣ 2012.07.03 336 1
2273 다섯번째 밤과 세번째 새벽 사이 3 SinJ-★ 2012.07.03 1368 1
2272 현실과 꿈 아저씨편- 8 2 다시 2012.07.03 411 2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30 Next
/ 13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