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54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훅... 훅....

압정이 미사일처럼 날아다닌다.

하나씩 하나씩 무언가가 추락하고 있다.

헉... 헉....

거친 숨소리, 땅에 한방울씩 떨어지는 땀방울

그의 주변엔 빈 압정통이 떨어진 나뭇잎마냥 널려있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낼까?"

강일은 이마의 흐르는 땀을 닦았다.

장마철이라지만 아직 해는 쨍쨍 거리고 매미가 시끄럽게 운다.

이제는 새소리보다 매미우는 소리가 더 시끄럽다.

새가 많이 죽어서 매미가 더 활기를 치는 이유이다.

지금도 나무에서 애타게 자기좀 말려달라고 나무에 떡 붙어서서 울어대는 매미의 등 한가운데에 압정을 꽂았다.

강일은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훅 숨을 몰아쉬며 모기 물린자리를 벅벅 긁고 있었다.

요즘은 매미도 짜증이나고 산모기도 짜증이나고 이 더위도 짜증이난다.

이제는 어느정도 새를 원샷원킬로 처리가 가능해졌지만 가끔 잘 맞지않는 새들 때문에 더 불쾌지수가 상승했다.

그렇게 어디론가 분출할데가 없어 혼자서 그 분을 삭히고 있을 때, 무언가의 기척

강일은 하던데로 압정을 띄우고 화살처럼 쏘았다.

"윽.."

'?'

강일은 놀랐다. 보나마나 또 매미나 새인줄 알았으나 그건 사람이었다.

'... 이런 이렇게 내가 끝나는 구나...'

"괜찮으세요?"

그는 달려가서 물었다.

그 소리의 주인은 외국인인듯 백인이었다.  그는 노란머리에 키가 컸다. 왠지 무서운 교관같은 얼굴,운동 좀 한 것같은 근육질 몸

게다가..... 군복을 입고있다.

압정이 파고들어간 곳은 왼쪽아래 복부쯤... 강일의 압정은 두터운 나무도 15cm정도 뚫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살이라면 아무리 단련된 사람이라도 장기를 건드렸을 것이다.

'...워매.... 내 인생은 왜 이런다냐...'

그 군인은 고통에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제길...'

만약 장기에 상처가 났다면 큰일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 압정은 총탄과 비슷하기 때문에 내장에 상처를 입혔을 것이다.

"알 유 오케이?"

강일은 조심스레 되지도 않는 영어를 최대한 발음을 굴려서 물었다.

그는 나지막한 신음으로 대신 대답했다.

'안 괜찮은 거 같은데....'

강일은 그의 근육으로 단련된 힘없는 오른쪽 팔을 들어 부축했다.

아무래도 병원에 안가면 더 심각해질거 같았다.

자박자박 ... 나뭇잎밟는소리와 맴맴울어대는 매미소리, 가끔 흔들리는 나뭇잎소리

형용할 수 없는 불안한 강일의 심리상태를 소리로 표현한 듯 하다.

혹시나해서 부축한 사람을 돌아보니 얼굴이 죽을 상이다.

'제길! 군인이면서 이것도 못참나?'

그래도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알고있기에 그를 계속 부축하며 나간다.

뭐라고 안부의 말을 전하고 싶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겪는 영어 울렁증에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땀방울이 떨어진다.

가뜩이나 힘든데 그보다 훨씬 무거운 미군을 업어야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원인은 그에게 있었기때문이다.

자업자득이라나?

강일은 초조해지고 있었다.

그 외국군인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고 고통에 찬 그의 신음소리가 들린다.또 그의 입술이 파래지고 있었음은 명백히 위험하단 뜻이었다.

지쳐쓰러질거 같은 강일이었지만 부축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은 극한에 상황에서면 초능력을 발휘한다던가? 더는 못 가겠다고 체력의 한계를 느꼈음에도 그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계속 그를 옮기고 있었다.

왜 이럴 때 만큼은 인간은 염력으로 띄울 수 없을까에 대한 불평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강일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119가 있잖아?'

왜 생각치 못했을까. 멍청한 자신을 자책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기다리는 것 보다 지금 그를 병원에 옮기는 것이 더욱 시간이 적게 걸린다.

폐쇠된 공장을 지나서 공포의 놀이터를 지나 이미 병원 앞이기 때문이다. 

더욱 공포스럽게도 이 자의 파래진 얼굴이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하얗게 질리는 게 아니라 파래진다고 말했던 어떤 이의 말이 떠오른다.

진짜인지 거짓인지 강일은 판단할 수 없지만서도 아무튼 심각한건 틀림없다.

큰 병원 안에 들어갔다.

가만히 업무를 보고있던 간호사가 강일과 미군을 보고 놀라서 의사를 부른다.

어디선가 의사가 와서 강일이 부축했던 그 자를 부축한다.

상황은 바빠졌다.

그리고 마치 폭풍과도 같이 지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도 강일은 알 지 못했다.

그저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 자책하며 강일은 알지도 못하는 미군의 안위를 걱정한다.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뭐 그리 궁금한지, 또 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이런 상황이 오면 그렇게 초조해하고 있었던 것인지. 이제는 알 것도 같다.

그러고 가만히 있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강일을 뒤덮는다.

수없이 떠오르는 의문.

왜?

'그 곳은 보통사람이라면 잘 가려고 하지 않는 곳인데 왜 왔을까?'

그 때 부터 강일은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이런 곳에 다른 사람도 아닌 외국군인이 이 곳 지리는 알 지도 못하는 사람이 대체 왜?'

그 때 부터 강일을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는 불안함이 머릿속에 자리잡았지만 강일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야.. 아닐거야. 그냥 사람들이 가보지 않던 장소를 모험하는 것이 좋았을 지도 모르지.'

'대책없는 모험가일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러나 지금의 강일에겐 알 수 없는 일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까?

수술실에서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나온다.

강일은 그를 붙잡고 물었다.

"그는 이제 괜찮나요?"

"응. 괜찮은 것 같다. 적어도 니가 실려왔을 때 보단야..."

"하하..."

그는 쓴 웃음을 지어봤다.

"그 사람하고는 무슨 관계니? 아는사람?"

가해자와 피해자관계라고 이야기하기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생명의 은인과 구원받은 사람의 관계랄까?"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그의 양심에 압정이 깊숙히 박혀왔다.

"녀석. 농담은... 아무튼 그 사람 좀 안정이 필요할 거 같아. 그리고 너도."

강일은 뭔가 얻어 맞은 듯 했다.

'맞다. 나도 환자였지....'

병실로 돌아가라는 그의 반 강제적 협박에 강일은 어쩔 수 없이 병실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흠....

강일의 병실은 항상 허전하지 않다.

과일바구니하며 음료수하며 아무래도 내 목숨을 구해준 그 여성인 것 같았다.

바쁜데도 언제나 나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가신다.

내가 그녀를 수단적 의미로만 상대한 것이 미안해질 정도다.

강일은 조용히 소설을 읽듯이 생각했다.

강일은 최근 생각을 소설을 읽듯이 하는 버릇이 생겼다.

요즘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 강일을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마냥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강일은 과일바구니를 아무생각없이 바라보다 그 안에 있던 사과를 하나 꺼내서 옷에 슥슥 문지르고 한 입베어 물었다.

....

병실에 얼마나 누워있었던 것일까? 부드러운 빛이 어둠에 잠기고 그 어둠이 익숙해져서 오히려 포근해지는 느낌을 받았을때였다. 

몸이 스스로 일어났다.

마치 그 때 일어나야한다는 양

서서히 눈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눈 앞에 검은 형체는 점차 또렷해져갔다.

'?!'

강일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악몽이라도 꾸고있는양 소스라치게

그 이유는 주인공이 당신이 되었더라도 놀랄만 했으니까.

'백인...?'

강일의 온몸에선 엄청난 긴장이 흘렀다.

가까이서 봤다면 조금 떠는 것이 보였을 정도였다.

강일은 그가 알지못하게 주머니에서 압정통을 열었다.

"긴장풀어라."

"...?"

조금 어눌하긴 하지만 또렷이 들리는 한국말

영어억양때문에 조금 발음이 꼬이는 것 같지만 알아듣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너에게 볼일이 있다."

"내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데 여기까지 오셨을까?"

강일은 서서히 육감에 집중하고있었다.

허튼 짓 했다간 또다시 그 백인 미군에겐 배에 또 하나의 바람구멍이 생길 것이다.

강일은 또 그 때 생각이 떠올라 등줄기가 다시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러자 그 자가 조용하지만 또렷히 그리고 어눌하지만 어색하지 않게 말한다.

"난 너를 찾고 있었다."

"...."

강일은 긴장을 풀고 계속 그가 무언가를 이야기할 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내 이름은 아담.  너와 같은 사이퍼즈들의 단체 '크레센트(crescent)' 직속 장교다. 설명해주고 싶지만 한국말로 네게 알려주는 것 어렵다. 영어로 해도 되나?"

강일은 당연하다시피 "No!"를 외쳤다.

그리고선 잠깐의 고요함은 이 상황에서 무슨 단어를 내뱉어야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알 지 못하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강일은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었기에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말 대충 알아들으시는 것 같으니까. 말할께요. 거기 사정부터 이야기하기전에 묻고 싶은게 있는데 해도 됩니까?"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궁금한거 몇 개만 물을게요. 일단 첫번째 당신 대체 왜 멀쩡한 겁니까?"

"아직 다 나아지지는 않았다."

"아... "

강일은 당연히 그도 능력자여서 자연치유능력이 있는 줄 알았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두번째 질문은 왜 당신이 이 지역 사람들도 잘 모르는 그곳에 있으셨어요?"

"난 두번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너를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네가 거기 있는다는 것을 안 이유는 우리 집단내에 Finder가 있다고만 알아뒀음 좋겠다."

"세번째 질문. 이것은 정말 중요한 질문입니다."

"뭔가?"

"사실 안 맞았는데 맞았다고 꾀병부리신거 아닌가요?"

그는 깊은 생각에 빠지듯 사색에 잠겼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 죽는 줄 알았다."

"... 죄송합니다."

 

 

 

 

 

 

 

?
  • profile
    윤주[尹主] 2011.08.12 17:49

     오랜만에 올라온 글이네요 ㅎㅎ 글 읽기 전 제목만 봤을 땐, 이거 무슨 내용이었더라, 하고 잠시 고민했어요;;;


     아무튼 내용 읽다보니까 지난 얘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긴 합니다. 잘 봤어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2411 출장물리학자 - 02 1 사인팽 2009.08.16 530 1
2410 출장물리학자 - 01 2 사인팽 2009.07.13 617 1
2409 추천사 <현실과 꿈> 2 윤주[尹主] 2012.07.09 431 0
2408 추천사 : <단군호녀> 1 윤주[尹主] 2012.05.13 838 1
2407 추천사 - <횡단보도> 4 윤주[尹主] 2012.06.25 375 3
2406 쵸키님의 '양말' 타이머 2006.11.24 616 1
2405 초요 '사랑이라는 메커니즘' 다르칸 2006.12.31 723 2
2404 초승달이 뜰 때(3) 1 건망 2011.06.21 377 2
» 초승달이 떠오를 때에(4) 황당한 첫만남 1 건망 2011.08.12 554 1
2402 초승달이 떠오를 때(간단한 이해돕기+세계관이해) 1 건망 2011.06.12 572 1
2401 초승달이 떠오를 때(2) 1 건망 2011.06.07 467 1
2400 초승달이 떠오를 때 1 건망 2011.06.05 474 1
2399 체크메이트 1 게임 2010.02.02 311 2
2398 천하제일(天下第一) - 1 - 7 Rei 2013.01.21 879 1
2397 천지창조 2 다시 2012.05.26 397 1
2396 천사 날개는 당신을 먹고 자란다 5 윤주[尹主] 2010.05.29 164 1
2395 천사 날개는 당신을 먹고 자란다 6 윤주[尹主] 2010.05.30 174 1
2394 천사 날개는 당신을 먹고 자란다 6 윤주[尹主] 2010.06.02 160 2
2393 천사 날개는 당신을 먹고 자란다 4 윤주[尹主] 2010.06.05 139 1
2392 천사 날개는 당신을 먹고 자란다 4 윤주[尹主] 2010.06.06 142 0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30 Next
/ 13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