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님의 [내 사전에 행운은 없다]
다시님의 글은 낯선 여자가 ‘내 집에 찾아온다’라는 설정이 흥미로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앞부분의 이야기가 과연 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가는 조금 의심스러웠습니다. 실질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은 ‘똑똑똑’ 부터인데 그 앞부분은 솔직히 없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히려 뒷부분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읽는 와중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우선, 두 번째 단락(아기를 받는 부분)과 세 번째 단락(똑똑똑 부분)의 화자가 동일인물 인지 아닌지 불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앞부분은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성격의 인물이라면 뒷부분은 넉살좋고 여자를 밝히는 성격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앞부분 같은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면 아무리 외모가 화려한 여성이라고 할지라도 쉽게 집 문을 열어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혹시 앞 부분과 뒷 부분의 화자가 다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몇 번을 더 읽었는데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첫 문단에서 내가 못난 건 내 탓이 아니라 부모 탓이라며 찌질하게 불평을 늘어놓는 주인공의 심리묘사 부분도 좀 어색하게 읽혔습니다. 독자는 앞 문장에서 자신의 처해진 환경에 대해 남 탓이나 하는 찌질한 인물을 읽어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마지막 문장 ‘사실 고마운 분들인데~’ 라는 부분에서 인물의 성격이 반전하기 때문입니다. 즉, 마지막 문장이 앞 문장들과 대립되면서 인물이 성격이 이도저도 아니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어쩌면 마지막 문장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첫 번째 문단에 ‘아기의 어머니는 클럽에서 만난 하룻밤 상대였고 아버지는 없었다.’ 라는 문장이 잘 이해가 안됐어요. 아이의 아버지는 화자 아닌가요? 아님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없다는 건가요? 혹, 어쩌면 아이의 아버지는 화자가 아니라 다른 남자였던 건가요? 그리고 또 끝에 문장, ‘아기의 아버지는 없었다. 일일 보모가 있을 뿐이다’라는 부분도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하고 한참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아버지는 낳아준 생체학적 아버지가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아버지를 말하는 건가요? 그리고 일일 보모라는 말도 다음 문단에서 자신의 아이를 귀찮게 안아드는 화자의 상황을 이야기 하는 건가요?
그리고 글이 끝나는 부분의 ‘맞았어요?’ 이 부분도 좀 아리송했어요. 복권을 맞았다는 걸까, 주사를 맞았다는 걸까? 정답 맞췄다는 말일까. 혹은 무언가다 두들겨 맞았다는 걸까? 하고요. 뭔가 갑자기 대사가 치고 나와서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잘 되질 않았습니다.
윤주님의 [신탁이 내린 밤]
윤주님의 글을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윤주님 특유의 신화적인 분위기도 베르난티라는 인물을 통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건 글의 주인공의 심리가 조금은 급작스럽게(충분이 설명되지 못하고) 전환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머리 위로 휙 떨어지질 않나, ~ 서양 년에게 원한 살 짓은 딱히 한 적 없었다.’ 부분에선 저 여자가 뭔 사단이 나던 무슨 상관이냐. 라는 느낌이었는데 그 다음 문단에선 갑자기 자신의 취향이란 말로(솔직히 말하자면 보통 남자들의 심리가 다들 그러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혼자서 세 명에게 덤벼드는 모습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그 두 문단 사이에 좀 더 심리적인 묘사가 더 들어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까 내적 갈등 같은거? 도와줄까 말까 하는 그런 심리 말이죠.
그리고 태식이 꼭지가 돌아버리는 부분도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큰형님이 이 업계에서 발 빼라며 해주는 말들은 태식을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위해서 하는 말로 읽혀져 태식이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자신의 동기인데 조직의 중견급으로 성장한 동기가 자신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것을 우연찮게 들었다든지 하는 것이 좀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건천하늘님의 [무제]
밝은 느낌의 글을 올리실 줄 알았는데 정작 올리신 글은 무겁고 착 가라않는 분위기의 글인지라 깜짝 놀랐습니다. 일단 이 글을 호기심을 많이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왜 저 여자는 죽은 듯이 남자의 팔 안에 안겨 있을까. 왜 남자는 북쪽의 차가운 대지를 걷고 있을까 하고 말이죠.
글 전체적으로도 큰 의문은 없이 잘 읽혀 나갑니다만은, 작은 궁금증이 일어 여쭤봅니다. 남자와 여자는 어떤 차림으로 북풍한파 속을 걸어가고 있나요? ‘차가운 몸을 안고’, ‘가녀린 체구’ 라는 묘사를 보면 상대의 차가운 몸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얇은 옷, 가녀린 체구가 보일 정도로 얇은 옷을 남녀 쌍방이 입고 있다는 말인데 이 두 커플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추운 길을 걸어온걸까요? 자동차를 타고 오다가 연료가 다되서 내린걸가요? 아님 남자나 여자는 인간이 아니고 로봇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사실 이런 따위 것들이 그렇게 중요한건 아니잖아요? ㅋ
용호작무님의 [짦은 콩트]
글의 구조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어요. 제가 이런 느낌의 반전물들을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창식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차를 피하고 전봇대에 부딪치는 작은 불행과 국내에선 보기도 힘들다는 페라리와의 온몸이 부딪치는 특급 경험 중에 어느 노선을 향해 갈지. 그런데 피해도 불행인게 조직에 쫓기는 여자라뇨. 그런 여자는 김태희, 송해교라고 전 사양입니다. 어찌됐든 펼쳐진 인생의 파로라마가 식겁할 정도로 까무룩해지는 남자의 화창한 오후. 결정의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군요. 안타까울 뿐입니다.
ㅋㅋㅋㅋ 작무냥님은 그냥 올리신 거라서 이번 건 비평 안하셔도 된 거였는데. ㅋㅋㅋㅋ
수고 많으셨어요. 다시님 건 저랑 비슷한 생각이시네. ㅡ.ㅡ;
아... 그리고 사실 전 양극성 장애를 겪고 있어서...(응????)
농담입니다.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서 이야기가 해피에서 배드로 왔다리 갔다리 해요. ㅡ,.ㅡㅋ
추신 : 옷차림은 생각해 보지 않았네요. 하지만 이 경우에 왜 저 둘은 얇은 옷차림으로 북극에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들게 만들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것도 한 가지 사용할 수 있는 장치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