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스가노소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만화다. 근친애 소재를 정면으로 다룬데다 표현 수위도 기겁할 정도로 높다. 겨우겨우 TV 심야케이블 방영 허용범위 내에 걸치기 위해 이래저래 손은 많이 쓴 것처럼 보여도, 그래도 사실상 포르노 수준 장면이 상당히 튀어나오는 걸 보면 아예 작정하고 만든 거리라.
주인공 남자를 먼저 살펴보자. 이 남자, 딱히 똑 부러지는 성격이란 느낌은 안든다. 그런데 왠지 사람들간 관계만은 자기가 앞장서서 리드하는 타입이다. 오죽하면 여주인공 중 하나가 '강압적'이라고까지 했을까. 사실 그렇기에 그는 곁에 있는 사람 누구의 운명이라도 바꾸어놓을 수 있는 캐릭터, 그야말로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할 만한 자다. 여주인공들의 불행을 그는 가장 먼저, 가장 깊숙히 이해한다. 그것을 해결해주는 건 좋은데, 보상으로 사랑을 얻어간다. 그래서 그는 죄많은 인간이다.
그런 그도 어쩔 수 없이 이야기의 결말에 다다른다. 상대는 친동생이다. 입양도 아니고 의남매도 아닌. 사랑을 갈구하고 누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강압적이다 싶을 정도로 주도적이었던 주인공은 그렇게 말한다. 다 동생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이전까지의 스토리, 즉 주인공이 다른 여자들과 차례차례 사랑에 빠지며 벌이는 행태나 중간중간 간간히 무슨 양념처럼 등장하는, 그걸 보며 질투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다 보면 딴 여자 사귀느니 차라리 여동생과, 라는 생각이 보는 입장에서도 슬밋슬밋 떠오른다. 뭐 그거야 독자 입장이기 때문에, 대략 '저거 결국 누구랑 사귀겠다' 정도 결말은 미리 알 수 있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작품 속 인물들 입장에서 보자면, 어느 누구도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랑이다. 설상가상으로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할지도 모를 상황도 찾아온다. 어떤 선택지로도 모두가 만족할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당사자들만 만족하거나, 혹은 그 둘을 뺀 나머지가 만족하거나. 결말은 일부러 적지 않겠다. 다만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뻔한 결말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감상만 밝혀 둔다.
결말을 보면 잘되었다 싶은 이야기 아닐까. 결국 가장 죄많은 인간이 불운해지는 이야기다. 불행해졌다곤 하지 않겠다. 행복을 위해 불운해지길 택했다 해도 상관없겠다. 그 결과는, 그리고 결과에 따른 판단은 아무도, 심지어 작가조차 내리지 않은 듯하다. 마지막에 주변 친구들이 복잡한 얼굴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건데.
처음엔 모든 에피소드가 결국 마지막 결말로 향하는 열쇠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싶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뭔가 소주제가 있고, 그 소주제들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대주제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역시 평범한 분기 시스템, 각각의 선택지가 서로 다른 결말로 이어지는 스토리로 보는 게 옳을 듯하다. 의문이 남는 건, 평범한 분기 시스템이라면 어째서 그토록 억지스런 행동들, 지극히 우연적인 사건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갔느냐는 거다. 어릴적 잃어버린 팬던트를 찾아 홍수로 완전히 휩쓸려나간 계곡가를 뒤진다던가, 두 인물 사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버스정류장에 내려친 번개처럼 작위적인 이벤트처럼. 좀 더 자연스런 전개도 가능했을 텐데, 이쯤되면 뭔가 의도가 있지는 않을까 생각되지 않는가?
그 숨겨진 의도란 걸 찾아내지 못한 걸 보면, 아무래도 나는 여전히 부족해서 배울 게 한도 없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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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거나, 대인기피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일단 기분날 때까지 쉬고 있네요;; 그런 김에 예전에 저 만화 얘기 어디선가 들은 것같아 끝까지 보고 적습니다. 그냥 보고 넘길 수도 있는 걸 굳이 적는 이유는 거의 마지막 부분에 얘기한 것처럼, 뭔가 의도가 숨어 있을 것같아 집중해서 보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