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1 01:47

'밤의 제국'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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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처럼 실력 없는 사람에게 또다시 주어진 리뷰,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였던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아마 릴레이부터 시작해서 다섯 번째인가, 그런 것 같다. 예전 리뷰는 귀찮아서 대충대충 했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에반 님의 눈부터는 심혈을 기울여서 했다. 어려운 글일수록 리뷰도 어려워진다. 일명 골 아프게 하는 소설의 리뷰역시 독자로 하여금 골 때리게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Mr.J님의 '밤의 제국'도 어려운 글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창작글 게시판에서 글을 잘 읽지 않는 나로서는, 이와 유사한 풍자글이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글을 딱 보고 느낀 것은 현실 풍자 글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은근히 비꼬는 듯한 분위기보다는 대놓고 폭로하는 형태를 띠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풍자글로 재미를 유발하려면 어려울 것 같다. 별 것 아닌 일상적 삶을 다룬 이야기가 실제로는 현실을 풍자하는 글인 경우가 간혹 있다. 대표적인 작가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채만식' 씨이다. 일제 강점기에 여러 풍자 소설들을 써내신 것으로 유명해서, 교과서에도 그 분의 소설이 실려있고, 모의고사에도 간혹 그 소설이 출제된다. 딱 보면 작중의 풍자대상은 정말 웃긴 짓을 잘 한다. 그래서 재미있다. 순식간에 몰두되어서 끝까지 읽게 만들고, 쾌활하게 웃는다. 그런데 실상 그런 글은 현실을 완벽하게 풍자해낸다. 게다가 제목도 '태평시대' 같은 역발상이다. 일제 강점기가 태평한 시대일리가 없지 않겠는가?


 


  밤의 제국은 그런 면에서 아직 풍자 소설에 완벽하게 들어가지는 못할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생각이다. 풍자 소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필자로서는, 풍자라는 것은 희학적으로 이루어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중의 풍자 대상들은 정말 웃긴 짓을 하고는 한다. 그런데 중간의 처리 과정이 아직 완비되지 않아서 재미있다기 보다는, 금방 어떤 사람들을 풍자한 것이구나, 그런 생각이 먼저 들게 만들었다. 재미있다고 보기에는 그 흥미 요소가 좀 적은 것 같고, 심각하다고 보기에는 또 뭐한, 어정쩡한 상태라고 표현하면, 내 생각을 딱 표현하는 것일까?


 


  아직 프롤로그부터 시작해서 단지 세 편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풍자 소설로서의 묘미는 나중에 더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일반적인 학자들과 종교인들에 대한 풍자가 이루어졌으니, 다음에는 어떤 사람들에 대한 풍자가 이루어질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제 작품 내면 속을 생각해보자. 일단 감명 깊게 본 것은 엄청난 묘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흰 도화지에 천천히 연필로 그림을 그렸고, 또 붓으로 색칠까지 했다. 머릿속에 아주 각인을 시켜주는 듯한 묘사, 탁월하다고 본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다.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서 흥미를 떨어뜨린다고 할까나?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곳은 어둠의 공간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물론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그리고 누가 등장할 것인지 알려주는 정말 중요한 장치이지만, 너무 많았다. 읽다보면 귀찮아서 그냥 휙 지나가게 만들 정도로 너무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일 것이다.


 


  이제 본편 두 개로 넘어가 보자. 일단 작중 인물들 개개인의 개성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물론 주인공인 '나'의 성격은 아직도 잘 모르겠고, 그 '난쟁이' 역시 모르겠다. 다만 풍자 대상들 만큼은 현실에서 가장 극으로 달리는 녀석들만 골라왔기 때문에 그 개성적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그런데 대화 처리 부분에서, 누가 말했는지 순간 놓쳐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그들의 성격을 완전히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할까나? 예를 들어 돼지들이 나오는 편에서 머릿속에 인상적으로 남은 풍자대상은 화만 잔뜩 내는 녀석, 책만 읽는 녀석, 잠만 자는 녀석이다. 잠만 자는 녀석은 말도 없이 있다가 마지막에 끼어들어서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고, 화만 내는 녀석도 줄곧 화만 내면서 잘 알려주었다. 책만 읽는 녀석도 마찬 가지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잘 모르겠다. 필자가 미숙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그 개성적 특징이 뭐였는지 머리에 잘 남지 않는다. 이 리뷰를 쓰기 위해서 두 번 정도 읽은 것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마지막으로 두 번째 장, 그러니까 제이 님의 설명에 근거하면 종교인들을 풍자한 글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실 이 글은 필자가 처음에 대충 읽은지라 누구를 풍자하는 것인지 잘 몰랐다. 그냥 뭔 내용인지 모른채 넘어갔다. 나중에 설명 보고서야, 아 그렇구나, 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설명을 읽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풍자 소설에서 풍자 대상이 반드시 드러나야하는 법칙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억울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녀석들을 보고서 한숨만 내쉬었어야 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생각에 불과하다.


 


  제이 님이 앞으로 더욱 좋은 소설을 쓰기를 바라면서 리뷰 자체는 여기서 마치겠다. 그다지 좋은 리뷰도 아니고, 글 분량 자체도 프롤로그를 합쳐야 세 편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그 흐름 자체를 파악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게다가 각 챕터가 완전히 이어진다고 보기에는 너무 따로따로라서, 단편 여러 개를 합쳐 놓은 장편 소설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그러나 개인의 사상 자체를 소설에 녹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제이 님에게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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