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1 08:46

Neptunus Story(수정 완료)

조회 수 1673 추천 수 3 댓글 3
Atachment
첨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2층까지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은 짧았지만 나에겐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내 옆에 서있는 이자르라는 남자의 의미 모를 웃음도 신경이 쓰였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길로틴이라는 사람도 신경쓰였다. 그들은 어떻게 나를 알았고 내 아내의 병을 알고 있을까? 절망이라는 감정 속에서 마지막으로 붙잡은 이 줄이 너무나 두렵게 느껴졌다.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난 무작정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나의 목숨을 원할 수도 있다. 어쩌면 아내의 병은 상관없이 그들의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싸늘한 시체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나의 기분을 느꼈는지 이자르가 나를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매우 불안해하시는 군요. 걱정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의 힘을 필요로 합니다. 단순한 거래를 위해 부른 것입니다.“

 

 아내의 목숨을 건 거래이겠지. 이 거래는 나에게 매우 불리할 거래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되었다. 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아내의 목숨과 내 사정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매우 혼란스럽다. 나는 과연 정말 아내를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한다면, 왜 나는 이렇게 불안해 하는 것일까?

 

 “기대하겠습니다.”

 

 내가 이자르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밖에 없었다. 기대하겠다는 나의 말에 감탄했다는 듯이 이자르의 얼굴에서 살짝 표정변화가 나타났지만 금세 그 웃음짓는 포커페이스로 돌아가버렸다.

 

 

 12층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작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병원에 들어서마자 보았던 1층의 심플한 현대적 미(美)가 눈에 들어왔다면, 12층은 매우 고품격적이고 품위가 넘치는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감탄해서는 안되었지만 너무나 놀랄 정도였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을 살폈다. 고급스런 양탄자가 바닥을 덮고 있었다. 앞으로 쭉 이어진 복도의 양 옆길 끝에 각 하나의 병실이 존재하였다. 지금은 VIP병실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지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복도를 계속 따라가며 온갖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호화 휴게실이라던지 미팅을 위한 회의실도 보았다. 복도의 끝은 식당으로 보였는데 일반적인 병원 식당이라고 보기 보단 호텔 레스토랑에 가까운 화려함이 보였다. 이자르가 앞장을 서서 걸어가는데 우리가 향하는 곳은 그 식당이었다. 왜 식당으로 가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전에 식당 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를 보았다. 간호사 복장을 입고 있는 여자였는데 간호사라기 보다는 술집여자에 가까운 천박함이 느껴졌다. 짙은 화장의 그녀는 우리 쪽, 특히 이자르를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며 걸어왔다. 이자르는 그녀를 보자마자 방금 전까지의 포커페이스를 풀고 매우 무표정한 표정으로 멈춰섰다. 그 여자는 이자르 앞으로 다가와 매우 유혹적인 시선으로 이자르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오랜만이네. 당신은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

 

 그녀는 손을 들어 이자르의 몸에 손을 뻗었지만 그가 손목을 잡아 멈추며 말을 했다.

 

 “여긴 무슨 일이지, 안나? 돌아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들었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지. 나는 그렇게 무능력한 여자가 아니라고.”

 

 그녀는 말이 끝나자마자 그 끈적한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며 이자르에게 물어보았다.

 

 “이 사람은 누구? 당신의 친구라도 되는 사람이야?”

 

 “할 일이 많군. 먼저 지나가도록 하지.”

 

 이자르는 붙잡은 안나의 손을 거칠게 뿌려치며 지나가려 했지만 안나는 오히려 나의 길을 막아서고는 나에게 붙어왔다.

 

 “당신도 이자르처럼 신비한 사람이야. 느껴져, 무언가가 있지?”

 

 나는 순간 그녀의 말에 흠칫하고 놀라며 뒤로 물러섰지만 그녀의 손은 나에게 끝없이 다가왔다. 그녀의 행동을 멈춘건 과격한 이자르의 반응이었다. 이자르는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치고는 매우 불결하다는 표정으로 매섭게 말을내뱉었다.

 

 “이 손님은 너 따위 창녀가 들러붙을 사람이 아니다. 꺼져.”

 

 그녀는 이자르에게 맞고는 뒤로 물러서서 뺨을 만졌다. 입 안이 터졌는지 피가 섞인 침을 양탄자 바닥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뱉고는 웃으며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는 아까보다 더욱 농염한 표정으로 이자르에게 말을 하였다.

 

 “당신은 참으로 매력적인 사람이야.”

 

 그녀는 그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이자르와 마주보기만 했다. 이자르는 잠시 그녀를 벌레 보듯이 보다가 그녀를 지나쳐 갔다. 나 또한 이자르를 따라 여자를 지나쳐 갔는데 찰캉거리는 소리에 살짝 뒤돌아보았다. 접이식 나이프가 그녀의 뒤쪽으로 가려진 손에 천천히 접혀져 스커트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역시나 내가 생각했듯이 그녀는 단순한 간호사가 아닌 것 같았다. 암살자일까? 그녀가 나이프를 드는 걸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했다. 식당으로 들어가며 문이 닫힐 때까지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었군요.”

 

 “그녀는 누구지요?”

 

 그녀에 대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왔다. 이자르는 다시 그 웃는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그저 저희 직원일 뿐입니다.”

 

 그는 결국 그녀의 정체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자신의 정체도 가르쳐 주지 않겠지.  이자르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걸어갔다. 그는 왼쪽 구석에 있는 큰 문을 향해 다가가는데 보통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들이 나오는 그런 문이었다. 나는 주방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에 점점 더 의문이 들었다. 그는 주방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도 뒤따라 들어갔다. VIP병동에 사람이 없어서인지 주방 안도 사람이 없었다. 그는 점점 더 이상한 곳으로 향했다. 재료 보관실로 들어서더니 뒷문을 통해 어딘가로 이어지는 어둡고 좁은 길로 나왔다. 통로는 2명이서 서면 딱 맞을 정도로 좁았다. 통로를 따라 쭉 따라가니 놀랍게도 작은 엘리베이터 하나가 나타났다. 병원 전체 분위기에 맞지 않는 낡은 엘리베이터였다. 그 엘리베이터는 오직 올라가는 버튼만이 있었다. 13층은 내가 알기론 병원장실이었다. 이들은 이곳 센버러-윈터가든 대학병원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길로틴께서는 이 위에 계십니다. 13층과 12층 사이에 존재하는 87병동에요.”

 

 확실히 밖에서 이 병원을 보게 되면 13층과 12층 사이에 윈터가든 대학을 상징하는 마크가 붙어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 때문에 전체적으로 병원 본관 건물은 약간 비대칭적으로 생겼다. 그 마크의 벽 뒤에 87병동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버튼은 87과 86이렇게 두 개였다. 87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자 구식 엘리베이터에서 느꼈던 압력을 잠시 느꼈다가 멈추었다. 이자르는 문이 열리기 전에 옆으로 비스듬히 섰다.

 

 “길로틴님이십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타난 건 병상하나와 그 뒷자리에 앉아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중년의 신사였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카리스마있는 눈매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자르와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길로틴 앞에 섰고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길로틴이 먼저 말을 하였다.

 

 “만나서 반갑소. 내 이름은 길로틴이라 하오.”

 

 “나에게 무슨 거래를 제안할 것입니까?”

 

 나는 내 몸 구석구석을 옭아매는 듯한 그 눈빛을 지지 않고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더니 자리에서 나와 병상 앞으로 갔다. 병상 주변엔 기본적인 생명유지장치들이 있었고 처음보는 이상한 장치들도 있었다.

 

 “간단하오. 당신이 나의 실험을 도와주면, 내가 당신의 아내의 목숨을 유지시켜주지.”

 

 “유지? 병을 치료한다고 했잖아!”

 

 “자네 아내의 병이 발병한 시기로부터 우리는 자세히 감시해 왔지. 앞으로 3일 후에 죽을 목숨이야. 선택하게. 유지시킬 것인가, 죽일것인가.”

 

 이 길로틴이라는 남자는 무엇일까? 이 남자는 마치 나의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말하였다. 그의 말대로 자세히 감시를 해온 것 같다. 왜 나를 감시하는 것일까? 내가 아니라 아내를 감시하는 것일까?

 

 “무슨 실험입니까?”

 

 “생체개조, 초능력, 유전자변형 등등. 한 마디로 말하자면 생체병기 개발.”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이것은 한마디로 고대 전쟁 당시에 사용되었던 수인이라는 것을 다시 만들자는 것이 아닌가? 수인의 개발로 모든 것이 멸망한 세계이다. 그 때문에 생명공학이란 분야는 고대 전쟁 이후 계속되는 연구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퇴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이 넵튜너스V의 과학은 고대 전쟁 이전 세기의 과학 수준과 비슷했고 생명공학은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설령 내가 이들을 도와준다 하여도 수인을 만들어낼 과학적 지식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들은 그것을 모른다는 것일까?

 

 “생명공학은 매우 퇴보하였고, 생명공학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수인계획에 대한 자료도 소실 되었으며 또…."

 

 "그만. 내가 그렇게 미련한 사람으로 보였는가?“

 

 그가 나의 말을 막자 나는 묵직한 무언가가 내 마음을 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자네 아내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 또한 지금 과학으로는 무리지. 하지만 나는 가능하다네.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기반이 존재하지.”

 

 그들은 수인계획을 진행시킬 수 있는 지식이 있다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여기서 더욱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나입니까? 나는 고작 생명공학 석사밖에 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의사지요.”

 

 그동안 말없이 묵묵히 지켜보던 이자르가 끼어들었다. 이자르는 나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당신에게 왜라는 것을 가르쳐 줄 의무는 없지요. 거래 내용은 제안했습니다. 응하시겠습니까?”

 

 나에겐 강요라는 말로 들렸다. 나는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을 도와주게 된다면 큰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어쩌면 인류의 멸망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래를 응하지 않는다면 내 아내가 죽을 것이다. 내가 말하기를 주저하며 머뭇거리자 길로틴이 나에게로 다가오며 말하였다.

 

 “사실 그다지 긴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있네.”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길로틴의 말이 맞았다. 인류가 멸망하여도 좋다. 내 최후의 날 까지 아내를 살리고 싶었다. 아내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었다. 이들은 나와 내 아내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제안도 없을 것이다. 수인으로 발생할 일은 아내의 목숨을 연장시키고 난 다음에 처리해야할 일이다. 그녀에겐 현 인류에게 중요한 구 시대와 현 시대를 잇는 미싱링크가 있다.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을 둘째쳐도 인류에 있어서 생체병기로 인한 불행보다 그녀의 부재로 인한 불행이 더 클 것이다. 이것은 거래라고 했지만 이건 길로틴이 내린 명령같이 느껴졌다.

 

 “좋습니다.”

 

 나는 길로틴의 손을 맞잡았다. 서늘한 한기가 손을 타고 올라와서 내 심장을 단단히 붙잡는 올가미를 느꼈다.

 

 

 나는 그렇게 말없이 87병동 1210호를 나왔다. 이자르는 나에게 실험실을 보여주겠다며 앞장을 섰다. 우리는 병원을 나와서 자동차를 타고 시외각으로 나가는 도로에 올랐다. 이자르와 나는 자동차 속에서 아무런 말없이 묵묵히 있었다. 사실 지금 아내에게 필요한 사람은 나인데 이렇게 밖에 나돌아도 되는 것일까?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내를 걱정하자 이자르가 마치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말을 했다.

 

 “당신의 집에 우리 직원이 갔을 것입니다. 아내 분은 무사히 병실에 모셔질 것입니다.”

 

 사실 그것도 무서웠다. 그녀에게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이상한 기계를 그녀에게 집어넣진 않을까?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폭탄 같은 걸 부착하진 않을까? 이자르의 말을 들었지만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난 선택권이 없었다.

그렇게 약 20분을 달려 시외각으로 빠져나왔다. 시외각 지역은 자연스러운 도시지역과는 다르게 군데군데 이상한 모습이 보였다. 넵튜너스V는 작은 나라만한 거대한 함선이었기 때문에 완벽히 대지화 시킬 수 없었다. 일반 국도처럼 길이 나있었지만 기계부품같은 것들이 자주 보였다. 시외각 국도를 타고 다시 약 10분 정도 이리저리 가니 한적한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 근처에는 하얀색 벽의 창고같은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윈터가든 대학 소속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에 다가가니 방사선 사용 지역이라는 뜻의 표식이 건물 입구 옆에 붙혀져 있었다. 방사선을 사용하는지는 잘모르지만 어쨌든 일반인이 출입할 곳은 아니라는 경고의 표식이었다.

 이자르와 내가 자동차에 내려 건물로 걸어가는데 점점 건물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 인간의 목소리인 것 같긴 한데, 매우 고통스럽다는 듯한 비명소리? 으스스한 느낌에 바짝 긴장하게 되었다. 여러 인간의 비명소리가 안에서 섞여 들려오는데 노인, 남자, 여자 등등 가릴 것이 없었다. 다행히 아이들의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들어가시지요.”

 

 이자르가 보안카드를 긁고 지문과 홍채인식을 하자 천천히 입구가 열렸다. 그러자 좀 더 또렷하게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비명소리였다. 고문이라도 받는 듯한 고통에 찬 비명소리였다. 적어도 10명이 넘는 사람의 비명소리에 점점 불쾌한 느낌이 들어갔다.

 실험실 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수백 개에 이르는 캡슐들이었다. 그 캡슐들 안에는 흉측하게 변한 몸의 조각들이 파란색 물에 잠겨 보관되어 있었다. 이 캡슐들이 가득한 공간 뒤쪽에 문이 활짝 열린 방이 보였는데, 방안을 볼 순 없었지만 방에서 붉은색 등을 켰는지 핏빛같은 빛이 세어나왔다. 그곳을 노려보고 있는데 마침 그 방 안에서 한 사람이 쑥하고 튀어나오는게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외과의들이 입을 것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그 남자의 온 몸은 붉은 피로 가득했다. 그는 터덜터덜 걸어나와서 문을 닫았다. 그제서야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남자는 나를 발견하고는 경계하는 듯이 자세를 낮추었는데 이자르를 보고는 자세를 풀고 천천히 걸어왔다.

 

 “이자르로군. 누군가? 실험체인가?”

 

 실험체라는 말이 상당히 오싹하게 들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애써 무시하고 내가 먼저 말을 열었다.

 

“연구원입니다. 윌 크레이츠먼이라고 합니다.”

 

 내가 손을 내밀자 그는 실실 웃으며 들고 있던 칼로 손등을 툭하고 쳤다. 깜짝 놀래서 얼른 손을 내렸고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그 남자를 째려봤다.

 

 “곱게 자란 도련님이시군. 내 이름은 미켈란젤로. 아름다운 창작가이지!”

 

 내가 볼땐 이 남자는 반쯤 미쳐있는 것 같았다. 수술용마스크와 모자 사이에 보이는 눈에 가득 광기가 서려있었다. 아마 비명소리를 만드는 자도 이 사람일 것이다. 이자르는 나를 향해 돌아보며 말하였다.

 

 “앞으로는 원래 이름을 쓰지 마십시오. 여기선 모두 자신의 이름을 가립니다.”

 

 “이름을 가려요? 그럼 아까 당신의 이름은…?”

 

 “제 이름은 이자르 상파울로입니다.”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자르라는 이름은 쓰는데 그의 성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모든 것이 가명이었나 보다. 하긴, 내 앞에 서있는 남자의 이름 또한 말도 안되는 이름이었긴 했지만.

 

 

 그 후 2개월 동안 역겹고 지겨운 일들만이 일어났다. 미켈란젤로라는 그 남자는 의사였지만 고의적인 외과사고를 여러번 했다는 것이 들통나서 의사자격증이 박탈당한 사람이었다. 그는 첫 외과사고가 난 뒤에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이 큰 즐거움이 되었고 그 후 계속해서 사람을 수술대에서 죽였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정상인이 아니었다. 신체보관소 뒤쪽의 붉은 빛이 나오던 그 방은 인간을 살아있는 상태로 실험을 하고근접하거나 완벽한 결과물을 얻어내면 절단을 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절단 낸 변형된 신체는 캡슐에 넣어져 보관되었다. 2개월 동안 그 실험실을 왔다갔다하며 실험을 하다가 나는 다른 실험실로 가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신체 변형을 일으켜서 인간을 뛰어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신체 부위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그것을 적합한 인간에게 이어붙혀서 수인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능숙하시군요. 보통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쳐버리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어느 날, 실험실로 찾아온 이자르가 나에게 말을 했다. 마침 이식 신체의 거부반응에 의해 온몸에 피를 내는 남자를 바라보며 차트를 정리할 때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점점 지쳐가긴 했다.

 

 “당신들은 나의 과거를 알고 있겠지. 그러니 나를 이렇게 부른 것이겠고.”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자르는 하하 웃고는 다시 실험실을 나갔다. 이자르는 내가 봤을 때 길로틴보다 더 위험한 사람이었다. 길로틴이 독재자같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자르는 폭군이었다. 그의 웃음 뒷면에 숨은 잔인한 면모를 실험을 하다가 많이 봤기 때문이다. 한 때는 도망친 실험자를 마치 분쇄기에 갈아서 반죽을 한 것 같이 다진 고기가 되어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부하를 공포로 다스리고 있었고 다스릴만한 힘도 가지고 있었다. 수인계획이 목표는 이자르와 같은 신체능력을 가진 수인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그만큼 이자르는 괴물같은 자였다. 나는 이때부터 슬그머니 눈치채고 있었다. 언젠가 이 자는 길로틴을 뛰어넘어 최고의 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세계 최악의 해적이라고 불리는 에드먼드 티치보다 더 위험한 인물로 될 것을 말이다.

 

 

--------------------------------------------

 

과거편이 끝날려면 한참 멀었군요

?
  • profile
    윤주[尹主] 2011.01.11 09:03

    주인공도 뭔가 과거 사연이 있나보네요. 뭘까요, 과연...

    그러고보니 이제 제 차례네요 ㄷㄷ 이번 화는 시간 좀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 ?
    乾天HaNeuL 2011.01.11 17:16

    오오오오!

  • profile
    갈가마스터 2011.01.15 07:05

    아 빠르다... 젠장 젠장... 1년만 젊었어도 ㅋㅋㅋ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2571 꿈꾸는 자의 모험 씨말른아이 2008.07.02 1909 3
2570 강지혜, 목지혜 2-2 1 1 다시 2013.01.21 1891 1
2569 [로열블랙] 배틀로얄 21 샌슨 2010.04.16 1871 8
2568 나는 한국의 캐릭터 디자이너 2 다시 2012.05.26 1838 1
2567 [UNDEAD] 4. 춘신(春信)의 무장 - 4 2 yarsas 2012.10.01 1836 2
2566 옛날에 짜다가 결국 포기한 매우 허접한 설정 3 ifeve 2016.03.27 1793 1
2565 Neptunus Story 4 SinJ-★ 2010.12.09 1780 3
2564 괴물산장 이야기 드로덴 2008.04.06 1772 3
2563 Neptunus Story 6 乾天HaNeuL 2011.02.12 1731 2
2562 <시크릿Secret>, 5월 1일부터 연재 재개!! 윤주[尹主] 2011.04.26 1731 0
2561 Neptunus Story 5 SinJ-★ 2010.10.27 1698 4
2560 Neptunus Story 10 윤주[尹主] 2011.01.12 1697 3
2559 Neptunus Story 9 乾天HaNeuL 2011.01.05 1686 2
» Neptunus Story(수정 완료) 3 file 크리켓 2011.01.11 1673 3
2557 <시크릿>을 소개합니다 2 윤주[尹主] 2011.01.11 1673 1
2556 Neptunus Story 7 SinJ-★ 2010.11.16 1666 4
2555 장편 중세전쟁소설 "옷토모빌즈 (Automobiles)" 2 찰드 2011.03.11 1662 0
2554 판타지 소설 '『드래곤 워즈』' 홍보 file 클라우스 2008.01.21 1657 0
2553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세계관 2 다시 2011.01.03 1654 1
2552 Neptunus Story 4 SinJ-★ 2011.01.28 1648 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0 Next
/ 13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