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깜둥이자식 같으니라고.”
다나까가 야외 테이블 쪽으로 눈을 흘기며 어금니를 씹듯 중얼거린 말이었다. 그쪽엔 이두박근과 하얀 치아가 두드러지는 건장한 흑인이 동양계 여성과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다나까가 신경질적으로 접시를 휘저을 때마다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이 접시 밖으로 튀었지만 다들 묵묵히 자기 음식을 먹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자기 생각을 꽁꽁 숨겨두기 좋아하는 동족들과는 다르게 다나까는 의견표출에 스스럼이 없었다. 이는 이민 이 세로서의 성장환경 탓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황인 우월주의자라고 칭하는 그의 사상 자체에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긴 했다. 그는 동양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물론 학교 전체에서도 꽤나 유명했는데, 틈만 나면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출신지에 ‘아시아’가 포함되었을 것 같은 학생들이라면 누구도 가리지 않고 그들의 우월성을 일깨워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가 자신의 사상에 대해 보이는 일관성과 열정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 믿음을 전달하는 과정이 출처를 알 수 없는 통계자료들과 밑도 끝도 없는 궤변 늘어놓기였기에 다른 친구들이나 다나까의 감화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처럼 그를 반 미친놈 취급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그를 데리고 다니거나 점심식사를 같이하는 이유는, 그의 말만큼 거침없는 씀씀이에 있었다. 황인 우월주의를 외치고 다니는 사람답게 그의 집안은 매우 부유했다. 그의 아버지는 유명 로펌에서 일하는 일류 변호사로, 다나까에게 지독하게 미움받는 존재였다. 다나까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의 무모한 지출은 “백인놈들의 뒤를 닦아주는 비열한 자식”이 벌어들인 돈으로 하는 것이었으므로 우린 다나까를 물주로 삼는데 딱히 죄책감을 가지진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다나까는 사상만을 제외하면 그리 나쁜 놈은 아니었다. 그는 화끈하게 놀 줄 알았고(꼭 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인종 관련 문제를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시원시원한 성격이었으며, 성적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마약 따위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황인 우월주의에 거슬리는 상황만 생기면 곧바로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것이 광견병 걸린 들개 한 마리와도 같았다.
다나까는 이제 아예 포크를 내려놓고, 싸움을 앞둔 투견과도 같은 눈빛으로 흑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흑인은 어느새 여자 바로 옆으로 자리를 옮겨서 찰싹 붙어 앉아 그의 허연 이빨을 열심히 까고 있었고 여자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웃으며 일본 억양이 짙은 영어로 대답하고 있었다. 마치 돌멩이로 콘크리트 바닥을 긁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의 학생들이 두리번거리며 소음의 원인을 찾으려 노력하는 와중에 우리는 그 소리를 기점으로 식사를 끝마치기 위한 라스트 스퍼트를 시작했다. 다나까의 이 가는 소리는 일종의 선전포고와도 같아서 저 끔찍한 소리가 시작된 뒤 잠시 후엔 바닥에서 비 동양인과 다나까가 뒹굴고 있는 장면이 펼쳐질테고, 다나까는 상해죄로 체포되겠지만 해가 완전히 질 때쯤엔 눈탱이 밤탱이가 된 얼굴로 나와 술을 잔뜩 마시고 클럽에서 미친듯이 또 흔들어 댈 것이다. 다나까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남과 동시에 우리도 식판을 들고 일어섰다. 다나까는 성큼걸음으로 야외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고 우리는 그 반대로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이따 클럽 청에서 보자구.”
중국놈 제임스가 말했다.
식당을 나서는 때 멀리서 테이블이 넘어지는 요란한 소리와 욕설이 들려왔다.
황인 우월주의..... 그런데 두 개 동시 연재인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