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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기행에 관한 얘기는 친구 놈이 하도 떠벌리기를 좋아하는 탓에 질리도록 들어왔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이래서 부자들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놀라고 있으려니까 옆에서 친구 놈은 신난다는 듯이 거보라며 지 말이 맞지 않느냐며 떠들어대었다. 시끄러운 녀석이다. 하지만 역시 듣던 대로 굉장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눈앞에서 벌어졌던 사건은 이미 지나갔지만,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쓰레기통으로 다가갔다. 뭉친 휴지와 마시다 버린 페트병, 담뱃갑 등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방금 버려진 물체가 보였다. 진짜네. 무심코 탄성을 내뱉었다. 부자들이라는 게 워낙 낭비가 심하고 콧대 높은 족속들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역시 직접 보니까 굉장하다는 걸 알겠지?”


 


그러게. 말로만 들었을 때와는 다르게 현실감이 있어 더 자극적으로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내가 집에 가는 길에 매번 이 길을 지나가는 이유가 다 있다니까. 부자 놈들이 심심하면 지나다니는 길이라 재미있는 구경을 잔뜩 할 수 있거든.”


 


확실히 이런 걸 구경할 수 있다면 집까지 조금 돌아가는 것도 괜찮다 싶다.


 


그래도 매일 보면 좀 무섭지 않을까.


 


방금 이 쓰레기통 앞에 잠시 멈췄다 지나간 사람들.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 처음에는 연인사이일까? 하고 생각했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다. 여자는 빳빳하게 몸을 세우고 있었고, 남자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였다. 비싸 보이는 옷을 입고, 방송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백을 들고, 온 몸에서 난 돈이 많아요.’ 하고 광고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던 것에 반해 남자는 자세만으로도 비루해 보였다. 물론 남자도 비싼 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타고난 기품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주인과 시종의 관계? 그런 것 같이 보였고, 부자니까 노예라도 부리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대충 비슷하게 맞추기는 했는데, 시종이라고 하기에도 뭣하고 그런 관계였더라 이거다. 여자가 남자를 취급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깨달았다. 그의 역할은 재떨이였다.


 


우선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피우면 재가 생긴다. 남자는 그 재를 손으로 받는다. 담배를 다 피우고 나면 담배를 비벼 끌 곳이 필요하다. 여자가 신호하면 남자는 입을 벌린다. 혓바닥을 내밀고, 여자는 그 위에 담배를 비벼 끈다. 남자의 혓바닥에는 시커먼 자국이 온통이었다. 이미 수십 번, 혹은 백 번도 넘게 담배로 짓이겨졌을 것이다. 남자는 고통스러워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무표정으로 그 모든 과정을 넘긴다.


 


무진장 아플 것 같은데, 잘도 참는다.


 


여자는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남자의 혓바닥을 바라봤다. 그야 저 정도로 짓무른 혓바닥이면 누가 보더라도 기분이 나쁘겠지만, 자기가 그래놓고 왜 저러는지 의아할 다름이다. 곧 여자는 꽁초를 쓰레기통에 붙어있는 꽁초함에 버린다. 남자는 입을 다물기 위해 혓바닥을 다시 집어넣었는데, 여자는 그런 그를 만류했다. 남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여자는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냈다. 남자는 다시 혓바닥을 내밀었다. 여자는 손수 남자의 혀를 잘라냈다. 피가 넘쳐흘렀다. 여자는 시커멓게 변색되어 혀인지 뭔지 알기조차 힘든 물체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계약이 끝났으니 어디로든 사라져버리라고 남자에게 말한 뒤 꼿꼿한 걸음걸이로 사라져갔다. 곧이어 남자도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죽었을까. 혀를 잘라냈으니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쓰레기통에 버려진 새까만 혀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친구 놈이 다시 말을 걸었다.


 


어때, 너도 내일 부터는 이리로 안 갈려냐?”


글쎄다. 매일 그러기엔 너무 돌아가는데.”


그래도 재밌잖아.”


그렇긴 해. 하여간 부자 놈들은 돈이 얼마나 썩어나면 재떨이도 사람을 가져다 쓰는 거야?”


그야 그럴 정도로 많은 거겠지.”


그렇겠지.”


 


 


-----


 


히히히 헛소리 발사


 


간만에 올리는 게 이런 거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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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0.09.12 17:03
    무시무시한 얘기네요;; 좀 소름돋기도 하고...
  • ?
    비벗 2010.09.13 07:39
    특이하군요.
    제가 부자라면 담배 회사를 모두 인수해 사람들이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가격을 수십배로 늘리겠습니다.
    저는 계속 피우겠지만요.... (아주 이타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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