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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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신이 가진 평범함, 어떤 특별함 모두 당신이 선택한 길 중 하나지요.
혹시 지금,
후회하고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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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너무 고요했다.
석환은 갑작스런 졸음을 느낀다.
자신은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고 싶은데 눈꺼풀이 무겁다.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표현하자면,
강압적인 피로감같은 것.
무언지 모르지만, 지금 자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석환은 두 눈을 더욱 부릎 뜬다.
눈이 시렵다.
찬 바람이 눈을 때리는 것만 같다.
눈이 감길 것만 같다.
그만 자야된다고, 피곤하다고, 졸려 죽겠다고 내 귓전에서 울리는 것만 같다.
고통스럽다.
그러던 중 폰의 진동소리가 울린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렸다.
폰을 집어들어 조용히 문자메세지를 확인했다.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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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언제 깰거에요?"
익숙치 않은 목소리에 난 다시금 눈을 떴다.
내가 잠들었었나?
난 시계를 보고 있었는데, 아니 문자메세지를 보고 있었나?
음?
아까 전의 상황은 뭐지.
내가 여자를 집 안으로 들였어.
내가?
아깐 꿈이었나?
난 게슴츠레한 눈으로 시계를 보았다.
시침은 여전히 3을 가리키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뭔가 어리둥절하죠? 참 그 불편한 자세로 오래도 잤네요."
꿈이 아니었군.
지금은 현실인가.
아직 꿈을 꾸고 있나.
이 엄청나게 크게 느껴지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괴리감은 무엇이지?
순간 뇌에서 고통이 느껴져 머리를 흔들었다.
그나저나 내가 오랫동안 잤다고?
"야, 너 누구야?"
여자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없이 방긋 웃었다.
"나 박수현. 기억 안나요? 얼른 정신차리세요 아저씨."
아.
아저씨.
"당장 나가."
"안되어요. 나는 지금부터 할 일이 있거든요."
수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난 오른손이 향하는 방향을 보았다.
목표는 창문.
"뭐."
"창문 밖을 보세요."
"거참."
난 미심쩍긴 했지만 창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
따사한 햇살이 내 얼굴을 비추었다.
푸르른 하늘. 높이선 빌라들. 상가. 자주가는 오락실.
근데 뭔가 허전했다.
난 폰을 보았다.
'3:33'
시계가 고장난건 아니었다.
지금은 낮이다.
그렇다면 난 12시간을 침대 밑에 앉아서 졸았단 말이다.
문득 생각난 메세지.
그러나 그런 메세지는 없었다.
꿈이었나. 젠장, 학교.
난 침대로 가 대자로 드러누웠다.
수현이라는 아이는 날 계속 쳐다보고만 있다.
난 천장을 보고 눈을 감았다.
"너 할 일이 뭔데 자꾸 여기 있는거야. 다 했으면 나가라고. 나참."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어요."
눈을 떴다.
저게 또 무슨 수작을 부릴려고?
"당신과 그가 만난 후로, 시작된 거에요."
"무슨 해괴망측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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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박수 소리에 석환은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옆엔 수현이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말 좀 들으세요. 김석환씨. 내가 꼭 이렇게 해야겠나요?"
석환도 따라 웃었다.
"아, 제가 너무 잘못했습니다."
고개를 조아리며 최대한 뉘우치고 있다는 걸 수현에게 알렸다.
수현은 그런 석환의 손을 꼭 잡았다.
"그래요. 그럼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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