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6 09:51

이상한 나라의 시우

조회 수 287 추천 수 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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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아…’


 


 서둘러 등교 준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온 후, 문 앞에 선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복마전에서 간신히 탈출해온 느낌이랄까. 나는 아직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금방 누가 아파트를 빠져 나간 듯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사건은 오늘 아침. 엄마가 밥을 퍼서 내 앞으로 가져오는 그 순간부터 시작됐다.


 


 비록 꿈자리가 뒤숭숭 하긴 했지만, 아침부터 창문 열고 바깥바람을 쐤던 탓으로 난 그 언제보다 맑은 정신으로 난 식탁 앞에 앉았었다. 그런데 아침 식사를 차려주는 엄마가, 그러니까 황당하게도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닌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거리며 누구시냐고 묻기까지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직 잠이 덜 깼냐며 세수나 먼저 하고 오라는 핀잔 섞인 목소리뿐이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거실 쪽을 돌아보자 그곳엔 언제 나와있었는지 어떤 아저씨가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안경을 끼고 샤프하게 생긴 중년의 남자였는데, 주방이 시끄럽자 잠시 이쪽을 한번 쳐다보더니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시 신문으로 시선을 향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럴 수는 없었다. 이 아저씨가 미치지 않은 한 집안에 처음 보는 사람이 있는데 저리도 무심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저 사람이 분위기상, 아빠인건가? 점점 더 황당무계해지는 상황에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하지마 내 정신 상태야 아랑곳 않는다는 듯이, 이번엔 거실 반대 편에 있던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웬 교복을 입은 여자애가 성큼 튀어나왔다.


 


 , 누구지? 저 여자앤?


 


저 늦어서 먼저 갈게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더니 아무렇게나 신발을 구겨 신고서는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 오빠! 오늘 오빠 MP3 빌려간다?” 하곤 후다닥 현관문을 뛰쳐나가는 게 아닌가!


 


허허


 


 MP3… MP3라니솔직히 상황이 상황인지라 있지도 않은 MP3는 무슨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여동생이라니! 사실 징글징글한 남동생보다도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진짜로 자기 가족이 없어지길 바라겠는가? 점점 나락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놀라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찌됐든 나름대로 지금 이 사태를 파악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이 살 떨리는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떨쳐내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다.


 


 우선 여태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모두가 날 가족으로 여기는 듯 했다. 난생 처음 보는 아줌마와 아저씨가 엄마와 아빠고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제법 귀엽게 생긴듯한 여자애가 여동생이라니. 솔직히 뭐가 뭔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당신들은 누구냐고 정면으로 따지고 들었다가는 잘 자고 일어난 애가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졌다며 정신병원에 끌려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 그러다가 지각한다? 밥상머리에서 밥은 안 먹고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니?”


 

 내가 한참 동안 심각하게 식탁에 앉아있자 결국 엄마…? 가 보다 못해 한 소리를 하셨다. 그 말에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바늘은 7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이상한 꿈을 꿨더니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어줍잖은 변명을 늘어놓고선 그제서야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상황이야 어찌되었든 지각을 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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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우처럼입니다.


역시 글쓰는건 어렵네요. 저만큼의 분량을 쓰는데 거의 5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린듯.


오늘은 유별나게 손으로 미리 쓴 글을 워드로 옮겨봤는데


역시 미리 써놨다고 워드에 술술 잘써지는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냥 애초에 컴퓨터로 할 것을 괜히 시간만 곱절로 든 것 같아요.


게다가 글의 문체도 뭔가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쓰렵니다. 밤도 깊었고 더이상 쓰기엔 제 인내심은 이미


empty라고 할까요? 아아. 인내심을 채워주는 주유소가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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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벗 2010.09.06 09:51
    오, 이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네요.
    주인공을 둘러싼 가정이 바뀐다니... 흥미롭군요.
  • profile
    시우처럼 2010.09.06 10:18
    주인공도 얼굴이 바뀐다죠.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예전보단 잘 생겨진것 같긴한데
    얼굴이 잘생겨지고 못생겨지고를 떠나서 갑자기 저런 상황에 처하면
    황당하고 당황시럽기만 할것 같아요.
  • profile
    윤주[尹主] 2010.09.06 16:45
    사람마다 자기한테 맞는 방식이 있긴 한데, 손으로 한 번 적고 타이핑하는 것도 나름 좋은 방법인거 같아요. 같은 글이라도 어차피 한 번 쓸때는 뭐가 더 필요할지 모르지만 2차로 타이핑하면 아무래도 신경써서 고치게 되거든요;
  • profile
    시우처럼 2010.09.06 17:40
    아무래도 손으로 쓰면 타자로 치는 것보다 흐름이 늦기 때문인지. 문맥이 조금씩 끊기는 느낌이 있어서요.
    아직 수필에 익숙치 않아서 그렇겠지만. 음, 윤주님 말대로 워드로 옮길때는 좀 더 많이 고치고
    신경쓰게 되다보니 그나마 조금 글을 자연스럽게 다듬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 profile
    클레어^^ 2010.09.07 04:22
    헉! 설마 다른 사람이 된 건...;; 아니면 다른 사람과 영혼이 바뀌었다?
    저도 실은 타이핑한 거 올려서 연재하는 편입니다. 스토리 흐름을 더 자연스럽게 이으려고 저장은 필수죠.
    (그나저나 명성과학고 여름방학 보충수업은 언제 시작한대냐?)
  • profile
    시우처럼 2010.09.09 00:22
    아무튼 이상한 나라에 떨어졌으니 한동안 정신이 오락가락 할 예정. ㅋ

    음, 저 같은 경우에도 주로 워드로 먼저쓰고 옮기는데 그런경우 웹에서 보이는게
    좀 난잡해 보여서 읽기가 불편한것 같아요. 그렇다고 웹에서 바로 쓰다가 자칫 날라가면
    그전 정말 환장할 노릇이지만요.
  • profile
    ♀미니♂ban 2010.12.06 06:10
    자기 부모님이랑 여동생을 몰라보는것도 저거 따지고 보면 정신병인데.. 퀴클 뭐시기 증후군이랫던가..?내가 저런 상황이였으면 한번 따지다가 엄마랑 여동생 얼굴보고 판단할거 ㅡㅡ;;;;;;;
  • profile
    시우처럼 2010.12.08 01:08
    음, 생각해 보니 읽는 사람 입장에선
    영혼이 바뀐게 아니라 사람을 못알아보는 인식장애에 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사실 저도, 저 부분에서 좀 더 당황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반님 말씀처럼, 당황해서 날뛴다던가 그런 장면이요.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비해 너무 차분한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
  • ?
    乾天HaNeuL 2011.01.06 05:24

    네... 드디어 정주행 들어갑니다. ㅋㅋㅋㅋ

  • profile
    시우처럼 2011.01.06 20:56

    앗, 감사합니다!

    이럴수가 예전 글들 한번에 쭉 모으려고 뒤지지 않았더라면

    에티넬님의 댓글을 보지도 못했을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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