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맘대로 여기저기를 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건, 마지막 로망이자, 꿈이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간소하게나마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
1주일의 시간. 짧으면 짧다고도, 길면 길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K씨는 멍하니 화장실에서 거울을 바라본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문득 허전함을 느꼈다.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감정. 그 감정은 작은 파도에서 시작되어 쓰나미로 번져 그를 고통스럽게 하였다.
원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원인 불명의 ‘불치병’같은 느낌이었다.
K씨는 옷을 챙겨 입은 뒤 홀로 잠들어있는 그녀를 한번 흘끔 바라보았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인상을 쓰고 있다. 그리고는 그녀를 홀로 남겨둔 채 밖으로 나와버렸다.
K씨의 주머니에는 교통비 3만원이 충전되어 있는 교통카드와 텅빈 지갑이 있었다. 문득 하늘을 바라본 그는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옛날, 어린 시절 집 밖에서 하늘을 보며 감탄했을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K씨는 문득 예전에 살던 곳이 가고 싶어졌다. 그가 살던 곳은 유난히 벚꽃이 많은 곳이었다. 때문에 봄만 되면 주민들이 나와 벚꽃이 떨어지는 걸 구경하곤 하였다.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지나자 예전에 살던 곳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K씨는 느릿느릿 횡단보도를 건너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 예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풍경이 그의 곁을 지나갔다. 그리고 학교가 끝난 초등학생들이 그의 곁을 지나갔다.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어린 시절이여.
K씨는 느릿느릿한 발걸음을 옮기며 자신이 살던 곳을 찾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여러 가지 모습이 눈앞을 지나갔다.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어째서일까, 너무 감상에 취해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한 것인가?
K씨는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다시 심장이 뛰었다. 얼마만의 두근거림인지, K씨는 잠시 생각하였다.
앞에서 걸어온 그녀가 K씨의 옆을 스쳐 지나갈 무렵, K씨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놀란 그녀가 K씨를 토끼눈으로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 ‘어, 안녕.’
나의 첫사랑…… 그리고, 이제는 흘러간 시간 속에 남아있는, 나의 옛 애인이여…….
바람이 불었다.
만개한 벚꽃이 바람에 휘날려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