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5 16:45

매설가

조회 수 392 추천 수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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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설가>


어느 깊은 시골 마을. 정말 외부 사람이 들어올 수 있을까 의심될 정도로 아주 외진 곳에. 어떤 사람이 왔다. 아이들은 외부인을 신기해했고, 어른들은 경계했다. 이방인은 전혀 위협될 게 없었다.


그는 자신이 ‘매설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외부에서 있는 이야기들을 팔고 다니는 일을 한다고 했다. 어른들은 그를 의심했고 그와 가까이 하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면 펼쳐지는 재미난 이야기에 아이들은 그를 멀리하기 힘들었다. 어른들도 그를 유심히 봤지만, 특별히 아이들에게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고 교훈이 넘치는 영웅들의 모험담이었다. 아이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다와 소금기 어려 있는 바다 바람을 그의 입에서 들었으며, 어른들은 거대한 제국의 웅대함을 그에게서 얻어냈다.


그는 마을에 새로운 기술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것은 다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처음에 그의 이야기는 아무런 댓가없이 진행되었다. 정확히는 물질적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한 끼 식사나 몸을 뉘일 공간을 잠시 빌림으로써 보답의 형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오랫동안 안 나타났다. 아이들은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고, 어른들 역시 표현하지 못한 채 아쉬워했다. 아이들의 성화에 이길 수 없었던 어른들은 그가 해줬던 이야기를 다시 기억해내 아이들에게 해줬다. 아이들은 들은 이야기였지만, 매우 기뻐했었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얼굴에 새로운 기쁨을 얻었다.


그러던 중, 마을의 한 사람이 그를 발견했다. 문제는 그는 무사하지 못 했다. 깊은 마을에 오는 중에 발을 헛디뎌 죽어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너무 슬퍼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그의 장사를 치러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다. 아이들은 도대체 그가 누군지 궁금해서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마을을 떠난 아이들은 진짜 바다와 바닷바람을 맞았으며, 어른들이 두려워했던 거대한 제국의 힘도 보았다. 그래도 어른이 된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 속 영웅이 되듯이 여행을 하였다. 그렇게 여행을 하면서 어른이 된 아이들은 그의 이야기를 주변에 해줬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를 알지 못 했다. 물론 그 이야기를 재밌어했었다.


아이들을 자신의 마을에 온 매설가를 찾는 것을 거의 포기했을 때였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출판사에서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서 널리 퍼트리자고 하였다. 아이들은 매설가를 위해 매설가해 해준 이야기도 꼭 넣어달라고 했다. 아이들의 모험과 매설가의 이야기가 같이 실린 책은 날개가 달린 듯 팔렸다. 아이들은 유명 인사가 되었고, 아이들이 살던 마을은 글쟁이들의 마을이 되었다. 글쟁이들은 마을로 달려가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줬고, 그 이야기가 재밌어하면 기뻐했다. 어떨 때는 책으로 내기 위해 좋은 이야기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일부러 출판사 사람들이 찾아가기도 했다. 마을은 이야기로 넘쳐났다. 하지만 여전히 마을 사람들은 이방인이었던 매설가의 이야기가 그리웠다.


책이 더 유명해져 더 많은 곳에 팔리게 되었을 때, 출판사로 연락이 온 게 있었다. 책 속의 매설가가 자신의 형이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은 출판사 사람들과 함께 매설가의 동생을 만나게 되었다.


매설가의 동생은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부담스러워했다. 마을 사람들은 매설가가 분명 하지 않은 다른 이야기들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돈이라면 지불할게요! 그가 팔고 다니는 이야기를 해줘요!”


매설가의 동생은 매우 당황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제 형이 지은 것입니다. 인정받지 못 하자, 분명 이 이야기를 즐거워해줄 사람이 있을 거라면서 떠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매설가의 동생의 말에 크게 울고 말았다. 더 이상 그의 이야기를 ‘절대로’ 들을 수 없다는 거였다. 그들은 그가 전해‘줄’ 이야기가 이 세상 어딘가에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를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말 몰랐다. ‘매설가’가 이야기를 파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 절대로 ‘소설가’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 아직 그의 이야기가 남지 않았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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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엽편입니다 ㅇㅁ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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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0.02.25 16:45
    이야기가 남지 않았다, 와 그들이 이야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라는, 두 가지 결론이 나오네요;
    문득 궁금해지는데, 작가는 의도를 실는 사람일까요, 본래 독자에게 있던 의도를 자극하는 사람일까요. 저는 굉장히 단순한 사람이라, 사람들이 이야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이야기가 남지 않았더라 하는 이 이야기 내용이 왠지 어색합니다. 결말을 완전히 내리지 않은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요. '모호한 결말'을 이해하지 못하는만큼 제가 서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이 결말'에 어떤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profile
    idtptkd 2010.02.28 05:54
    =_=;; 의,의도라고 하기에는 제가 밤에 글을 쓰면 생각이 이상해져서요;;
    뭔가 밤 기운에 글을 써서인지 그건 달빛의 의도일지도 모르죠 ㅇㅈㅇ 헤헷;;(작가도 모르는 의도;;)
    평 감사합니다//
  • ?
    S.J.Rush 2010.02.25 22:17
    음...매설가라...말을 파는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전 멍청해서 숨은 뜻을 찾지는 못 했습니다. 그냥 쭉 읽어내려갔죠(ㅡ.ㅡ;) ㅎㅎ. 잘 쓰시네요. 열린 결말? 그런걸로 끝내는 건가요..; 마지막을 이해못했습니다..ㅇㅂㅇ
  • profile
    idtptkd 2010.02.28 05:55
    소설가의 다른 표현이더라구요 ㅇㅁㅇ 매설가// 그래서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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