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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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방문하는 사이트가 있다. 솔직히 글을 많이 쓰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방문해서 내가 하는 건 오른쪽에 있는 출석체크 버튼을 누르는 것. 그것 뿐이다.
 언제나 지켜보기만 한다. 그들은 싸우고 때로는 장난을 친다. 나는 그래도 지켜보기만 한다. 때로 사람들은 흘러들어왔다가 흘러나간다. 아무도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들을 안다. 그래서 지켜본다. 그들의 닉네임은 변하고, 그들의 글도 변한다. 하지만, 아무도 아직 내 글을 모른다. 왜냐면 난 단 한번도 그 사이트에 글을 남긴 적이 없다.
 어째서 온라인에서마저도 사람과 관계를 유지해야할까라는 의문에도 오늘도 출석체크 버튼을 누른다. 오프라인에서 살아가기위해 하는 것만해도 지킬 정도인데 말이다. 그러던 중, 나는 원하지 않게, 정말 원하지 않게 그 사이트에 나를 알리게 되었다. 왜냐면 여태껏 출석 일수가 많은 회원들의 목록이 올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활동도 한 적 없는 내가 높은 곳에 있자,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유명한 회원의 세컨 아이디라는 말부터, 오토봇이라는 말. 심지어 나한테 쪽지가 왔지만,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장난성부터 진지하게 궁금해하는 부류까지. 일주일이 지나자 곧 사이트는 나를 잊었다.
 나도 그냥 습관처럼 출석체크를 눌렀다. 사람들이란 그런 거다. 나는 내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다른 일을 했다. 그렇게 꽤 시간이 흘렀다. 일년이 지나자 운영자는 무슨 생각인지 또 출석횟수가 많은 회원 목록을 올렸다. 또 내가 있었다. 활동하는 사람들은 내 닉네임을 보고 또 온갖 추측을 했다. 또 쪽지가 넘쳐났다. 그렇지만, 별 생각 없었다. 금붕어를 키우는 느낌인 거다. 만지거나 놀래킬 생각은 없지만, 그 위치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는. 내게 그 사이트는 그런 느낌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 쪽지는 읽고는 답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쪽지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혹시 ~씨 입니까?’ 그 한 줄이었는데도 나는 당황해버렸다. 비록 사이트에서 나는 아무런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비판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걱정해야할 것은 없었다! 나는 쪽지를 보낸 사람의 닉네임을 봤다. 모르는 닉네임이다.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회원도 아니고 운영자도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답장을 써내려갔다. 이름이 맞긴 하나, 혹시 저를 아시는 분이냐는 내용이었다. 몇 번이나 적당한 말을 찾아내려고 했다. 온라인은 사람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오해가 생겨나기 쉽다. 그것도 말투에서. 몇 번이나 간신히 말투를 고르고 골라서 보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이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는 걸 비슷한 시기에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혹시나 맞는지 생각했다는 투였다. 역시 마지막에는 왜 글은 안 쓰고 출석체크만 하는지에 대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의문이 있었다. 나는 누구인지 생각을 해보려고 했다.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거래처 사람인가? 아니면 동료인가? 아니면 버스 아저씨인가? 도대체 누구지?
 순간 나는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두려워졌다. 나는 이상한 사름으로 비춰지는 건 아닐까? 글도 쓰지 않고, 출석체크만 하는 이상한 녀석. 나는 기로에 섰다. 아직도 그 사람의 쪽지에는 답장을 하지 못 했다. 이제서라도? 아니다. 하지만,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나는 쪽지에 답장을 못 한 채 또 출석체크를 눌렀다. 어쩔 수 없다. 이 사이트는 내 홈페이지이다. 내가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브라우저를 켜자마자 뜨는 홈페이지. 사람과 사람은 온라인에서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하나에 애정을 주면, 아니 나라는 것은 하나에 애정을 주면 포기할 줄을 모르는 녀석일 뿐이다.
 나는 천천히 답장을 썼다. 천천히. 이 곳은 내 홈페이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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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42제 해봤습니다.


 


역시 엽편이구요 ㅇㅁㅇ

?
  • ?
    乾天HaNeuL 2010.01.19 20:03
    엥.. 저런 사람을 가리켜 유령이라 하는 겁니다. ㅡ.ㅡ
  • profile
    윤주[尹主] 2010.02.02 08:39
    엄청 와다았습니다ㅜㅜ
    근데 결국엔 사람은 사람 만나고 살아야하는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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