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3 16:51

The Daybreak

조회 수 420 추천 수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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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악장. 붕괴


 


+  +  +



 조용히 쉬고 싶은 내 맘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기진이. 몸이 뜨거운 탕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축쳐진다.


 


 "사인아. 정말 괜찮니?"


 


 한참 기진이를 나무장작패듯 아작을 내던 소혜가 내 피곤한 표정을 본 모양이었다.


 


 "빈혈은 없는데 기운이 없네. 1~2시간 쉬면 완전히 나아질것같아."


 


 나는 이 흐름을 타 은근슬쩍 침대에 다시 눕는다. 이런식으로라도 해야 녀석들의 실랑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이 녀석들 쉬는시간마다 찾아와서 날 깨울테지만..


 


 "그래. 좀 더 자. 우리도 이제 올라갈께. 수업 시작하겠다. 가자."


 


 소혜는 벽을 잡고 고통을 참는 기진이를 두고, 양호실을 나간다. 소혜의 발자국이 양호실 문턱을 넘는 순간 수업시작종이 울리기 시작한다.


 


 "야! 같이 가!"


 


 구타로 인한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기진이는 헐레벌떡 소혜의 뒤를 따라 나선다. 불쌍해보이는 기진이의 뒷모습을 외면한채, 침대 옆 창문을 바라본다. 한가로이 하늘을 항해하는 구름의 인기척만이 이 양호실의 전부였다.


 


 양호선생은 어딜간건지, 털끝하나 보이지 않는다. 수업이라도 하고 있는건가. 하긴 빈혈이 큰병같은 것도 아니니, 그냥 쉬면 괜찮아지겠거니 생각한거겠지.


 


 그냥 쉬는거라면 굳이 있을 필요도 없고, 없어도 상관없을테니까.


 


 홀로 편안한 침대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언제나 항상 교실에서 보던 하늘을.


 름이 조금씩 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구름과 하늘이 뒤엉키면서 머리가 아려온다.


 그리고 조금씩 크게 뛰려는 듯, 가슴을 울리는 심장의 고동소리.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푸른 해원. 바다라면 아무리 보고 있어도 좋고, 아무리 보고 있어도 빈혈같은건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뒤죽박죽 된 시야는 머리를 아프게 만들고, 뛰는 가슴은 또 다시 미칠것 같다.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아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는 생각에..


 


 


+  +  +


 


 


 앳된 웃음소리가 푸른하늘로 살며시 스며든다. 갈매기 소리와 어울린 그 미소는 마치 빛바랜 사진처럼 잔잔하다. 그 미소가 너무 탐이난 모양인지, 가끔씩 '철썩'대는 파도소리가 맑은 음성을 집어삼킨다.


 


 넓은 백사장에는 간간히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빼고는 즐겁게 놀고있는 3명의 아이가 전부였다. 한여름의 따가운 햇빛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의 싱그러움. 갈매기의 긴 울음소리가 시원하게 하늘을 가로지른다.


 


 이 맘때의 해수욕장은 인양시민들을 위해서 2~3주정도 한정 개방되곤했다. 그러나 이때는 휴가철보다 이른 때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은 방과후 곧장 가방도 안풀고 바닷가로달려온것이다.


 


 갈매기떼가 하늘을 헤엄치며 가끔씩 바다를 희롱하듯 내려온다.
 그 아래, 아이들은 수채화의 한 폭처럼 마음 속에 희미하게 새겨진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모르고 있겠지. 그것은 머지않아 엉망이 될 그림이라는 걸.


 그리고 갈매기는 결코 우는게 아니라,


 


 


 웃고 있었다는 걸.


 


 


+  +  +


 



 꿈인지 현실인지, 잘 분간을 못한채 잠에서 깬다. 깊게 잠들었던 모양인지 머릿속이 깨끗하다.분명 꿈을 꾼것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찝찝한 기분이 조금 들었지만, 이내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여전히 조용한 양호실. 다만 아까와 다른건 흰 가운을 단정히 입은 20대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책상 위의 컴퓨터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수업을 끝내고 온 양호선생인듯...


 


 정신도 차렸고, 이젠 더 이상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어, 몸을 일으킨다.


 


 "일어났어? 괜찮니?"


 


 양호선생은 내 인기척을 느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온다.


 


 "네"
 
 고개를 살짝 끄덕여 대답했다. 링거는 잠자는 동안 다 맞은건지, 내 손목에 남은건 반창고로 붙인 약솜이 전부였다. 양호선생은 손으로 내 이마를 짚는다.


 


 "열은 다 내렸네.. 어지럽지는 않니?"


 


 "네, 괜찮아요."


 


 나는 이불을 개어서 침대위에 가지런히 놓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침대를 내려와 슬리퍼를 신는다.


 


 "오늘은 무리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은데.. 그냥 조퇴할래?"


 


 선생은 집에가서 더 안정을 취하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어차피, 집에 돌아가도 자는건 마찬가지다. 그냥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낫다.


 


 "아뇨, 수업정도는 들을 수 있어요."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양호선생을 스쳐지나간다. 도중에 살짝 고개만 끄덕이는 걸로인사를 대신하고 양호실은 나온다.


 


 기다란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1층은 교무실, 교장실, 양호실이 있어서 볼일이 있는 학생이 아니면 거의 돌아다니질 않는다. 괜히 선생들의 눈에 띄어서 꼬투리 잡히기 싫은 것이다.


 


 위층이 조용한 걸로 보아서는 아직 수업중인것 같다. 긴 교무실을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괜히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걸로 오해받는게 싫었다.
물론 양호실을 갔다왔다고 하면 되겠지만, 자질구레하게 설명하는게 귀찮다.


 


 교무실을 다 지나갈 무렵에도 들리는 소리라고는 내 작은 발걸음소리밖에 없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위층에서 선생들의 수업소리가 조금씩은 들릴텐데 그 소리조차 없다. 마치, 이 학교안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황홀한 느낌.


 


 의문이 들어 손목시계를 본다. 11시 5분. 한참 쉬고 있을 시간이다. 평소같으면 학교 복도가 무너져라 시끌벅적하고 정신없어야 하는데 교내에는 어울리지 않는 침묵만이 흐른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면서도 나는 즐겁다. 홀로 버려진 느낌이 너무도 좋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침묵의 선율을 음미한다. 내 발자국 소리는 물방울 소리처럼 투명하게 피어오른다. 침묵에 취해서 걷다가보니 어느새 아침에 내가 겨우겨우 올라가던 계단이 있는 현관에 와있었다. 순간 '뚝'하고 나를 취하게 만들었던 침묵은 멈춰버렸다.


 


 그것은 현관 옆으로 난 계단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였다. 계단을 타고 흐르는 '물체'를 보는 순간, 내 사고는 정지해 버렸다. 시각을 자극하는 원색에서 내 고개는 돌아가지 않는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 물들어버릴 것 같은 짙은,


 


 


 선혈.


 


 


 


 간신히 잠들었던 심장이 다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식도를 쥐어짜며 끓어오르는 목마름. 코끝을 희롱하는 피비린내에 이끌려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실내화 바닥으로 전해지는 선혈의 끈적함이 감질나서 소름이 돋는다. 이제는 갈비뼈를 치며 뛰는 심장.


 


 자신을 가둔 하얀철창을 부수고 나올것 같은 심장은 공포에 충격을 먹어 날뛰는게 아니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것이 눈앞에 다가와 느끼는 기대감에 미쳐버린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는건데..? 난 뭘 기대하고 이 계단을 오르는거야?


 


 대답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이미 계단을 다 올라와 있었다. 계단은 다 줄어들고 들어나는 건 붉은 빛.


다 올라선 2층은, 태양이 중천에 떠있을 이 시간에, 황혼이 내려앉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직 다 식지 못해서 일까, 황혼의 바닥에서는 작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노을 속에서 흐르는 향기로운 선율이 들려온다. 다시들어보니 그 음색은 사라졌던 침묵의 선율이 다시 흐르는 것뿐이었다. 아니, 쿵쾅쿵쾅대는 심장소리때문에 듣고 있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를 취하게 만들었던 침묵의 선율도...
지금, 아지랑이와 함께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도...


 


 모두 연주자는 지워지지 않는 혈향.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불후의 멜로디.


 



 하지만, 그건 금지된 악보.


 


 


 굶주린 짐승처럼 메아리치는 내 목젓,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을 몰아쉬는 폐.
핏줄이 터지도록 악을 쓰는 손. 아려오는 가슴을 가득 채우는 희열.


 


 그 전율적인 참상을 응시하는 나의 눈은 넘치는 흥분에 경련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떨리는 시야 속에서..


복도 한 가운데에서 고개 숙인 하얀 존재를 뒤는게 알아챈다.



 "....안녕. 이라고 인사해야되는거지..?"



 온몸에 피칠갑을 한 하얀 귀신은 헝클어진 긴 백발을 한채 자조적인 미소함께 인사한다.   


 


 


+  +  +  +  +  +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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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09.08.23 16:51
    빨리 올라오네요. 덕분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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