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3 23:16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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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악장. 붕괴


 


+  +  +



 눈을 떴다. 그것은 죽은 나에게는 모순된 행위. 하지만 나는 지금 분명 눈을 뜨고, 익숙한 이불의 감촉을 느끼고, 익숙한 향기를 느낀다.


 


 죽지 않은 건가...


 


 어제 운동장에서 쓰러진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겠는건 단 하나. 손만 까닥하는 걸로 내 목숨을 가져갈 수 있었을텐데. 어째서 죽이지 않은 걸까. 왜 죽이지 않았지? 왜...


 


 


이렇게도 죽고 싶은데.


 


 


 나를 죽이려는 이유? 알건 모르건 상관없어. 대충 생각하기에 귀신이니까 사람을 잡아먹겠거니 짐작만 할뿐이다. 그런거와 별개로 난 그저 내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게 좋을 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12시의 학교, 어두운 운동장, 그리고 먹잇감. 모든게 갖춰져 있었는데, 귀신은 마지막 순간에 손길을 거두어 드렸다.


 


그리고 쳇바퀴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돌아간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6시 50분. 거의 2년째 바뀌지 않은 알람은 오늘도 어김없이 때가되어 나의 귓전을 때린다.


도피행각의 끝이며, 또 다시 지겨운 방황의 시작이다.


 


 이미 눈을 떠, 의미없는 알람을 끈다.


 


 "그만 좀 괴롭혀.."


 


 감히 '신이 나같은 하찮은 존재를 괴롭히며 즐거워하고 있지는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평소처럼 이부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화장실에 들어간다. 고양이 세수하듯 씻고는 나와 가방을 맨다. 교복은 어제 입은 그대로였다. 운동장에서 묻었을 모래먼지까지도..


 


 옷자락을 2~3번 손으로 털며 신발을 구겨신는다. 현관을 문을 열고 집을 나선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발자국 소리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처럼 또렷하게 울린다. 엘레베이터 앞까지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엘레베이터는 아파트의 꼭대기 층인 20층에 올라가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한참 아래인 5층. 15층이라는 공간적인 시간은 나에게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만큼 지루하다. 그렇다고 걸어 내려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두 선택지 모두다 거부하고 백지를 내버렸다. 하지만 그런 나의 무의식에 숨겨진 제 3의 선택지.


 


 


 뛰어내려볼까?


 


 


 5층이란 공간을 도약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다. 게다가 그토록 원하던 '끝'까지 도달할 수 있는 높이.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눈에서만 가까울뿐, 내 마음에서는 '이상'. 하늘 뒷편에 있는 별만큼이나 떨어져있다.


 


 무엇하나 할 의지도, 용기도 없는 나는 그토록 원하던 '꿈'앞에서 고개를 돌린다.


 


 엘레베이터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는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버튼의 테두리가 불게 빛나기 시작했다. 분명 그 속에 붉은 빛을 발하는 전구가 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붉은 빛이 나겠어. 그런데 그렇다고 쳐도 너무 붉은게 아닐까? 나중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도 뚜렷하게 망막이 비쳐서 내 눈을 간지럽힐 정도야.


잔상이 남을 걸 알면서도, 내 시선은 여전히 버튼에 고정되었다. 마치, 오랫동안 숙성된 적포도주의 빛깔처럼 깊고 진한...


 


아니, 이걸로는 부족해. 이 짙고 선명한 적색을 좀더 몸에 와닿게 비유할 수는 없을까?


 


아, 그래. 2013년 10월 19일. 유난히도 찬바람이 불던 새벽.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가 쳐지는 추위 속에서 보았던....


 



 참극.


 



 때앵~!


 


 짧은 뜨겁던 몸이 급살맞게 식어버린다. 엘레베이터가 5층까지 올때동안 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멍한 상태로 나는 문이 열린 작은 상자로 들어가고 문이 닫히는 동시에 모든 것들과 차단되었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고 아무도 없는 경비실을 지나쳐 아파트 단지를 벗어난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분주하게 아침길을 나서는 사람들이 즐비한 거리로 들어섰다.


 


 이 거리는 내가 바다 다음으로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인적없는 하굣길에서 가로등 빛에 의지해 가는 것도 좋고, 갑자기 사람이 붐벼 눈과 귀가 어지러울때도 좋다. 아무도 없는 공간속에서 느끼는 고독감이나, 수많은 타인속에서 느끼는 고독감도 모두 같은 맛을 내고 있으니까.


 


 그 속에서 조용히 걷기를 2~3분여가 지나갔을까, 버스정류장이 어렴풋이 보이는 지점에서 아찔한 느낌이 머리를 뒤흔든다. 동시에 다리가 풀리며 내 몸은 차가운 땅바닥과 조우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빈혈이 내몸을 사정없이 내팽개친 것이다. 요즘들어서 찾아온 빈혈 중에 가장 강도가 심하다. 1~2분정도 쓰러진 몸을 추스리지 않은채 가만히 있었다. 빈혈이 한껏 난동을 부리게 나두는 쪽이 더 낳을것같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에도 사람들을 내옆을 지나 자신들의 갈곳을 향해 한치의 틀림없이 가고 있었다.


 


 신나게 춤을 추던 빈혈이 잠잠해진 후, 나는 일어나서,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거리에 스며든다. 옮긴 걸음은 금방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는 등교시간 때, 5분각견으로 오기때문에 그리 오랜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걸음을 옮기기조차 눈치가 보이는 인파 속을 휘말리는데로 끌려가 대충 손잡이를 잡는다.


아침버스의 혼잡함 속에서 나는 그저 조용히 서서, 창문 너머에서 빠르게 뒤로 밀려나고 있는 풍경을 보며 조용히 서 있는다.


 


 가로수가 지나가고, 온갖 건물이 지나가고, 바닷가가 잠시 보이다 사라지고, 또 다시 복잡한 시내가 지나가고, 한적한 동네를 지나, 다리까지 건너서고..


 


 내려야 될 정류장에 다다랐다. 잠시 옷소매를 들춰 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 7시 50분. 이 시간에 나는 이 곳에 존재하면 안됐다. 평소같으면 이미 교실앞에서 실내화를 갈아신고 교실을 들어갈 쯤이다. 잠시 쓰러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을까?


 


 내가 내린 버스가 찬바람을 뿌리며 지나친다. 순간, 추위와 함께 가슴을 전율시키는 미묘한 느낌. 텅빈 도로를 무단횡단한다. 그 미묘한 느낌은 요즘 하늘을 볼때마다 느끼는 것과 같았다. 강도가 급격하게 심해짐에 따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되어 달리기 시작한다. 단순히 느낌만 이상한게 아니라, 마음 속에 알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내 다리는 지각을 면하기 위해 뛰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있다. 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원하는 자신이 미친것 같아서, 이렇게 빠르게 달리면 그것이 공기중으로 화해버릴 것 같아서..


 


 


 하지만 그렇게 달려봐야 갈증만 더 심해질꺼야.


 


 


 "농담하지말라고.... 이러면 꼭.. "


 


 


 단순히 빈혈일 뿐이다. 원래 어릴적부터 몸이 약해 잔병을 많이 치른 나다. 게다가 편식도 심하고,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 그저 단순한 빈혈일꺼야. 자, 빨리 학교에 가서 양호실이에 가보자. 가서 약을 받고 조금 누워있으면 괜찮아질꺼니까.


 


 달리고 또 달린다. 쉴새없이 달린다. 단 하나, 지금의 내가 잠시동안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약간 솓아오른 구릉에 올라선 교문이 보인다. 역시 지각을 한 탓인지 주변은 고요하기 짝이없다. 교문을 지나 나는 정신없이 학교 우측현관으로 헐떡이며 달아나듯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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