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2 17:28

The Daybreak

조회 수 421 추천 수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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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태양과 달 그리고


 


+  +  +


 


손가락 끝에 바람이 머문다. 보통 바람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을텐데..
이 바람은 어디서 온건지, 붉게 물들어서 얼핏 보면 사람의 혈액으로 착각할지도 모를 정도로 뚜렷한 적풍. 몸까지 꼬아버릴 듯한 광풍은 내 앞에 있는 하얀 '귀신'을 쓰레기로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을 할 수 없던 모양인지, 뼈가 살갗을 찢고 나올정도로 들어간 힘.


 


 육체의 한도를 벗어나버린 대가로 뇌가 녹아버릴 것같은 고통이 몰려온다.


 결국, 참아볼 기회도 없이 붉은 폭풍을 휘감은 손을 뿌리치듯이 휘둘러버렸다.



 후우웅!


 


 땅을 꺼지게 만들것같은 풍압이 운동장을 뒤엎어버린다. 운동장의 돌맹이와 모래알은 그 소동에 휘말려 허공을 유영하며 온몸을 쪼아댄다. 그 엄청난 폭풍에 '귀신'도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인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될껄... 꼭 숙녀를 이렇게 대해야 해?"


 


 하지만 흔들리는 것은 거짓이었을가. 하얀 존재는 그 칼날같은 바람속에서도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에 그 존재는 바람결에 지워지듯 희미해져 사라지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내 앞에서 솓아났다.


 


 퍽!


 


 나는 갑작스런 고통과 충격에, 영문도 모른채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사정없이 내동댕이 쳐졌다.하늘과 운동장 바닥이 오락가락 하길 3~4차례가 되어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육체의 권한을 고통에게 빼앗겨 마음대로 호흡할 수 없었다. 붉게 물든 시야가 무너질 듯이 울렁거린다. 그 와중에도 추악하고 비인간적인 욕구가 신경을 타고 질주한다.


이미 나는 '괴물'이 되어버린 듯. 짐승같은 본능은 연약하고도 작은 그릇을 깨버리고 나와, 이성을 야금야금 잡아먹는다.점점 인간의 행동과 거리가 멀어지는 행동을 하려는 손.


 


 몸 구석구석 안 간지러운 곳이 없다. 벌레가 옷 안으로 들어갈 걸까?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부를 자극하는 느낌. 더 이상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는 몸인데, 나는 서서히 일어선다.


그리고 간지러움은 시원함으로 탈바꿈 해버린다.



 일어서는 줄만 알았던 몸은 허공을 딛고, 서서히 떠오른다.
 사지가 분해되고, 가루가 되어 하늘에 뿌려지는 듯한, 극한의 쾌감이 몰아친다.
 
 그러나, 그 와중에 느끼는 감정은 조금전처럼 '찢어버리고' 싶은 해체욕구뿐만이 아니였다. 식도가 타들어가는 느낌. 목적이 크게 움직이고, 입안도 따라서 메말라버린다.


 



 마시고 싶다.


 


 


 무엇을? 나는 지금.. 나의 마음은 지금 무엇을 원하는 걸까?


 


 


 모두 찢어버려서.....


 


 


 그 다음엔 어쩔셈이지? 무슨 짓을 하고 싶은 거야?


 


 


 그 살점들이 토해낸 붉은 원액으로 내 목을 적셔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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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Isuemia La Er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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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벌써 끝나버렸나...?'


 


 운동장에 내동댕이 쳐져 미동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잠시 주춤한다. 말그대로 잠시. 나도 모르게 손을 써버린 탓에 약간 당황한 것 같다. 나는 '새벽의 지배자'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다. 그저 약속을 지키기위해서 그를 처리할뿐.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언가 마음속을 살짝살짝 간지럽히는 느낌이다. 이 복잡미묘한 마음이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싶었으나 그럴 겨를이 없다.


 


 쓰러졌던 그의 주변을 맴도는 붉은 바람. 기세는 점점 사나워져 마치 더 이상 주인을 괴롭히면 죽인다고 협박하듯이 맹렬하게 소용돌이 친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다. 이대로 돌아갈 생각도 없다. 리스민트와의 약속, 약속을 지키면 꼭 이 저주를 풀어주겠다던 맹세를 위해.


 


 


 '그를 어떻게 해도 좋아. 세상에서 없애버려도 되고, 어디에 가둬도 괜찮아. 하지만 영원히 이 세상에 두번 다시 나타나면 안돼.'


 


 


 나는 이 약속을 한번 지켰다. 아니, 지킬뻔했다. 지금 그는 이렇게 공간계를 벗어나 이곳에, 내 앞에 있으니까. 한번 지켰던 약속이다. 다시 못지킬 것도 없어.


 


 그가 아직 다 깨어나지 않은 지금 확실히 그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 안그러면 일이 복잡해진다. 생각할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아직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를 향해 마지막 일격을 꽂아 넣으려 했다.


 


 송곳처럼 날아간 나의 손끝이 그의 가슴을 조준하고 날아가는 순간 방어를 고수하던 붉은 바람은 빈 운동장에 괴성을 가득채우며, 수백개의 칼날이 되어 허공을 난도질 한다.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분명 이 이상 무리를 해서 나아간다면, 내 육체는 가루가 되어 저 바람과 함께 흩날리겠지.


 


 돌진하고 있는 손을 거두어 내 왼쪽손목을 그어버린다. 붉은 칼날은 춤추듯이 내 몸을 집어 삼키려한다. 자해로 인해 갈라진 피부사이로 넘쳐흐르는 선혈. 계약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세계와 계약을 맺고 하나의 법칙을 만들어내기 위해 강렬히 염원하고 소원한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을.


 


 "왜곡된 거짓의 단절(Severance)"


 


  급히 계약명을 외치자, 나를 향해 날아오던 날카로운 살기 덩어리들은 허공에 스며들어 사라졌다. 마치 투명한 벽이라도 있는 듯이.  왼쪽 손목의 출혈도 계약이 끝나 사라져버렸다. 나를 방해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원래 나로써는 그를 상대하는건 불가능하지만, 지금의 그는 아직 불완전한 상태. 더 이상 그가 나를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이젠 정말 끝이야.


 


 


더 이상 빠를 수 없을 정도로, 더 이상 확실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가슴으로 뻗은 손길.


 


그 결정적인 찰나, 초봄에 녹는 눈처럼..


 


힘차게 뻗어가던 나의 손도.


 


의지에 가득 차있던 나의 마음도.


 


 


새빨간 살기로 가득했던 그의 눈동자도


 


한 여름의 꿈처럼 모두 사라져버렸다.


 


 


+  +  +


 


Return to View..


 


+  +  +


 


 


 바라만봐도 어지러운 하늘에 여전히 달은 떠있었다. 정신을 잃어버린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의 시점은 교실창가에서 운동장의 찬모래바닥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래, 정신을 잃기 전에 소문의 '하얀 귀신'을 보았다.


 


 그리고, 지금 그 '귀신'은 나의 심장을 뚫어버릴 것 같은 손을 들고 코앞에서 의문이 가득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귀신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오똑한 콧날과 투명한 입술. 그리고 바람에 날려 나의 얼굴을 간지럽히는 은빛 머리칼.


 


 


나만을 바라보는 호수빛 눈동자까지.


 


 


 자리를 찾지 못하고, 쓸모없어 버려진 녹슨 철처럼 부식된 나에게 '끝'을 내려주려는 사신.


끝을 바랬던 주제에, 그 따른 '의무'를 감당하려는 마음따위 없던 나.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받아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땅속으로 꺼질 이 육체의 아픔따위는 전부 깊은 푸른 눈동자로 빨려들 것만 같다.


 


점점 눈이 무거워진다. 온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생각보다 나의 끝은 편안할 모양이다. 진작에 할 걸...


 


무엇을 망설이고 있던걸까. 왜 망설이면서 이 지루한 삶을 이어왔는가?


 


모르겠다. 아니 상관없다.


 


그토록 바라던 '꿈'에 닿은 나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없다.


 


 


이제, 영원히 멈춰있을 수 있는거구나.


 


 


 


이대로


 


계속 멈추면


 


영원히 흐릿한 눈망울로


 


 


그대로


 


멈춰서서


 


세월의 대류를 벗어나,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만큼


 


고통도 느끼지 못하며,


 


 


시련있는 꿈따위 잘라내고


 


아무것도 할수없는 멍청한 사람이 되어,


 


살고 싶은 소년이 있었습니다.


 


 


 


 


서곡.  태양과 달 그리고 <끝>

?
  • profile
    윤주[尹主] 2009.08.22 17:28
    잘 읽었습니다.
    게임으로 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올라오는 글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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