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나 그리고 세상

by 황제폐하 posted Aug 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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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구해.”


마차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에이브는 옷가지를 넣어둔 상자를 뒤적거리며 말한다.


“나 돈 없는데?”


3인분의 식료품들을 사기에는 돈이 없다.


“그거 팔면 되잖아.”


현금은 없지만 돈이 될 만한 것은 가지고 있다. 에이브한테 보여준 적 없는데 내 호주머니를 뒤져봤는지 팔아버리라고 한다.


“언제 본거야?”


“너 깨울 때.”


윗옷 안주머니에 넣어놨는데 잠을 자던 중 옷이 뭉개져 물체가 들어난 것 같다.


“가자.” 돌아서며 뒤에 있는 소녀에게 말했다. 아직도 긴장해 가슴을 가린 체 몸이 굳은 것이 생긴 것은 터프할 것 같으면서 행동은 정 반대다.


“이걸 어떻게 판담.”


안주머니에서 꺼내 봤다. 붉은색의 보석. 파는 것도 문제이지만 식료품을 사기에는 터무니없이 많은 돈이 생긴다.


“너 돈은 가지고 있지?”


“네? 네.”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몸을 다 가리는 긴 상의를 올려 허리에 걸어둔 자루를 풀어준다.


“여기요.”


선 듯 내준다. 뭘 믿고 저렇게 행동하나 생각하며 자루를 열어 봤더니 동화 몇 개가 들어있다. 내걸 합쳐도 하루치 식량을 사기에는 약간 모자랄지도 모른다. 특히 지금처럼 아직 해가 막 떠오르는 이른 아침이면 약간 더 비싸게 받을 테니 분명 흥정을 하거나 에이브한테 가서 돈을 받거나 보석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일단 물어보고 이것의 처리를 결정하자고.”


복도를 지나 여관 앞으로 나왔다. 우리처럼 일찍 일어난 상인들이 몇 명 오갈뿐 어제 저녁만 해도 분주하던 거리가 텅텅 비였다.


“여기에 식료품을 파는 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니?”


나는 이 마을은 처음이니 옆에 있는 소녀에게 물어봤다.


“상점은 하천을 따라 있는데…….”


말끝을 흐리며 말한다. 여기 마을에서 사는 것이 아닌가 보다.


“걷다보면 나오겠지.”


태평하게 말하며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보석을 매입하는 곳이 나오면 보석을 팔아버리고 식료품점이 먼저 나오면 들어가서 흥정을 해볼 생각이다. 남쪽으로 잠시 걸어야 하지만 꾀나 일찍 일어나서 실제로는 아니지만 왠지 시간이 널찍한 느낌이다. 잠도 깨면서 기분도 약간 좋아져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하지만 소녀는 아닌지 내 뒤로 두세 걸음 떨어져서 따라온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 보이나. 아니면 부끄러운 건가.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뭐야. 남자와 단둘이서 걷는 게 그렇게 부끄럽냐.”


말하고 나니 살짝 웃음이 나와 참아야 했다.


“아뇨.”


손을 좌우로 저으며 대답한다. 그 모습에 에이브한테는 절대로 하지 않아야할 장난을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그럼 내가 무서워서?”


약간 장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네? 아뇨.”


순진하게 속아 당황하는 모습에 속으로는 계속 웃음이 나왔지만 연기를 해야 한다.


“혹시 에이브가 화내는 거 본적 있냐?”


“아뇨.”


이번에는 긴장해 몸이 굳는다. 발음도 약간 부정확해졌다.


“너 에이브와 언제 만났냐.”


“일주일 쯤 전이요.”


마을 물품들을 팔려고 내려왔을 때가 일주일 전이라는 것이군.


“만나서 뭐 했어?” “에. 그건.” 이러저러한 예기를 했겠지. 집안이 힘들던 부모가 일찍 죽었건 그런 건 내 알바 아니다. 어서 다음 말을 해야겠다. “에이브야 남 앞에서 그다지 감정을 들어내지 않으니까 잘 모르겠지.”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름 뭔가 대단한 걸 설명할 것 같은 느낌으로 행동했다.


“에이브가 화를 내면 얼마나 무서울 것 같니?” “글쎄요.”


눈을 돌려 다른 곳을 쳐다본다. 속으로 에이브가 화를 내는 모습을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꾀나 무서울 것 같지? 함부로 에이브한테 장난치면 큰일 난다고. 알겠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갑자기 에이브 예기가 한 이유가 다 있다. 다 내 기분 때문에 하는 행동일 뿐이다.


“전에 내가.”


잠시 말을 멈추고 눈치를 봤다. 정말로 순진한지 아무것도 모르나 보다. “에이브가 화내는 거 몇 번 봤는데 별로 안 무서워.” 사실 웬만한 여자가 화를 내며 다가와 봤자 안 무섭다. 그냥 당황스러울 뿐. 특히 에이브 정도의 공격이라면 피하지도 않는다.


“네?” 황당한 예기를 하자 이번에는 정말로 크게 당황해 어찌 할 줄을 모른다. 살짝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고 소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언 졌다. “너 이름이 뭐냐.”


“저…….”


당황해 말을 못한다. 나도 참 이런 어이없는 예기를 해버리 다니. “나이는?”


“17살이요.” 에이브와 비교해 나이차가 많이 나 보이더니 아직 성인도 되지 않았다.


“이제 바로 여기를 떠나야하는데 그렇게 긴장해 있으면 오히려 안 된다고.”


평상시에도 저렇게 긴장해 있으면 오히려 될 일도 안 되게 되어버린다.


“여행을 한다는데 기쁜 마음으로 있어야지 왜 그렇게 웅크리고 있어?”


아직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다. 잡아서 아래로 내리고 어깨를 잡았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있어도 된다니까.”


사실 키는 크지만 나이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은 없다.


“놀다가 에이브가 화를 내도 그냥 내 뒤로 숨어버려.”


남이 화를 낼 정도로 장난치는 것에 빠질 성격은 아닌 것 같지만 일단 말을 했다.


“그리고 에이브가 돌아가면 다시 노는 거지.”


분명 이런 예기는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 증거로 꾀나 놀라며 웅크리는 자세가 완전히 풀어졌다. 정말로 해도 된다는 예기가 아니라 좀 더 자신감을 가지라는 뜻으로 하는 것이다.


“하하하. 자신감을 자기라는 거야.”


단도직입적인 예기만 들어왔을 테니 이 예기를 정말로 놀아버리라는 예기인줄 알 것 같아 뜻을 말해줬다.


“안될 것 같은 부탁이 있으면 한번 에이브한테 어리광을 부려 보는 건 어때? 생각 외로 들어줄지도 모르잖아?”


에이브는 누가 어리광 부리면 싫어한다. 예전에 내 사촌동생이 그랬다가 한번 차인 적이 있다. 오히려 그냥 부탁하는 것이 더 잘 들어준다. 그리고 옆에서 놀고 있으면 밖으로 내보낸다.


“네에.”


대답했으니 됐다고 생각하고 하천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내 발걸음을 따라오지 못해 뒤로 쳐져 버렸다. 여행을 하던 도중 뒤로 쳐져버리면 안되는데 이건 어쩔 수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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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 왜이리 안습인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