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모르는 곳.
'죽이고 또 죽여야만 한다.'
단지 자신들을 위해서 그리고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기 위해서 울리는 것 같은 섬뜩한 '지구에 있는 총의 총소리'들.
'지구에 있는 총처럼 생긴 총'의 총구는 나와 다른 이들에게 겨누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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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보니 이 쪽과 저 쪽이 조금 다르다. 편의상 '갑군'과 '을군'으로 나누어서 살펴보자.
'갑군'은 지구에 있는 강가처럼 생긴 강가 옆에 진을 치고 있고, '을군'은 지구에 있는 산처럼 생긴 산 주변에 진을 치고 있다.
서로에게 지닌 적대감만큼이나 멀리 떨어져있는 갑군과 을군.
'갑군'과 '을군' 사이에는 붉은 물들이 얼룩져있었고,
'갑군'과 '을군' 모습을 한 전사자들이 죽기 전 고통을 잊지 못한 듯 처참히 널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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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군'의 '01'이 주변에서 쉬고 있는 다른 '갑군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소리로 말했다.
옷이 조금 다른 것 보니 리더같은 역할인가보다.
"2시간 후에 마지막 작전을 수행한다 - !"
'10'을 제외한 다른 '갑군들'은 대답이 없었다. 그들의 얼굴에 체념의 기색이 더욱 짙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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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군'의 '10'이 주변에서 쉬고 있는 다른 '을군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소리로 말했다.
옷이 조금 다른 것 보니 리더같은 역할인가보다.
"120분 후에 마지막 작전을 수행한다 - !"
'10'를 제외한 다른 '을군들'은 대답이 없었다. 그들의 얼굴엔 체념의 기색이 깊게 드리워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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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과 '갑군들', '10'과 '을군들' 모두 2시간동안 자신들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황금같은 침묵을 즐겼다.
서로가 서로에게 해줄 말도 없었으며 적대감도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길을 찾을 수 없다.
서로를 좋아하려해도 붉게 물든 대지를 바라보면 문득 불타오르는 본능
'죽이고 또 죽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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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 2시간 혹은 120분이 끝나고.
'01'이 외쳤다.
"작전 시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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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이 주변에 외쳤다.
"작전 시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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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군들'과 '을군들'이 서로의 진영에서 천천히 일어나 '지구에 있는 총처럼 생긴 총'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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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01'과 '10'을 앞세우고 같거나 혹은 다른 마지막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천천히 진보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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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가까워지고. 서로의 기운이 어느정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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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야, 컴퓨터 그만 하고 자야지 !"
"네"
[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 ]
[ Yes (Y) / No (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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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르는 그 곳.
평범한 FPS 게임 CD 속 0과 1로 이루어진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