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그대를 만나기까지는
돌아 돌아서 가는 길
그대를 느끼기에는
차디 찬 겨울비
지금 이 곳에 서서 길의 끝을 바라보면
한없이 아득해서 이정표 없는 길들
지금 눈을 감으며 그대를 생각해보면
차가운 빗방울을 관통하는 기억들
습기가 가득한 대기 중으로는
조금 메마른 숨결이 들락거렸을 뿐
아무도 그 모습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비에 젖어 바스러지는 지평선 너머로
그대가 있는 곳은 해가 지는 서쪽 하늘
돌아 돌아서 가는 길
차디 찬 겨울비
그대를 사랑하기에는
허물어져 버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