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 너를 보았을 때,
바스러지고 있는 알껍데기 같다고 생각했다.
이미 속알맹이는 흘러나가고
한없이 빈 박탈감만이 자리한 가여운 것.
그래서 나는 내려와 너를 안았다.
부서지지 않고 견고하기를 빌면서
온전히 둥근 알로 낫기를 빌면서
나는 너에게로 내려앉은
파랑새였다.
하지만 난 네 안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네 속은 너무나 차고 시려서
감히 나같은 어리석은 사람은
뜨겁게 덥혀줄 수조차 없었다.
너는 내가 있어도 울었고
내가 없어도 울고 있었다.
슬펐다. 나는 너에게로 왔는데
너는 웃을 수가 없었다.
한 줄기 위로만이 되어줄 뿐인 하릴없는 존재.
실낱같은 희망으론 아무것도 바뀔 수 없었기에
나는 떠나야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난 이미 떠날 수 없었다.
내 심장까지 너에게서 흘러나온 무언가로
흠뻑 젖어들었기 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