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한 슬픔조차 남지 않았다
아무리 당겨 보아도 안팎으로 잠긴 문
무엇인지 묻지 말아다오
나는 다만 실을 잣고
너의 손바닥 위에
하얀 천 조각 하나를
올려놓았을 뿐이다.
나의 실(絲) 하나를 둘러맨채
달 하나를 삼키고,
너는 태어났다.
무엇인지 묻지 말아다오
나는 다만 잘려나간 추억을 씹는
반추(反芻)의 슬픈 짐생에서
네 잣는 실 가닥을 구원처럼 붙잡은
또 다른 물레가 되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감히 영원(永原)을 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