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뛰어오고 있었다.
아니,
뛰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고,
많은 노폐물을 방출하여
지금까지 달려왔다.
발바닥에 쥐가나서 땅에 굴러보기도,
누군가 주는 이온음료를 덥석 받아마시기도,
가끔은 코스를 벗어나기도,
지름길을 찾아 헤매이기도 하며,
또는
부상자를 업고 달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지금 1등은 아니지만,
우승할거라고, 난 자격이 충분하다고.
남몰래 자만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내 다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있는데도.
나는 더이상 달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결승선이
너풀나풀 손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