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2 17:28

그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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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있다.
조약돌을 들어 던지면
구석구석 빠짐없이 파장이 퍼지는 곳이다.
호수에 서서 출렁거리는 물결을 바라보면
그 물결이 흘러들어와 내 가슴을 적시고
잠깐 눈 감았다 뜬 사이에 나 스스로가 물결이 되어 있다.
그렇게 나도 흐르고 흘러서,
또는 끝없이 밑바닥으로 내려갔다가
서늘한 발등을 이리저리 휘저어보고
어떨 땐 하늘로 퐁당 튀어 올라
새하얀 구름에 내 머리를 물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호수에서 만난 나 자신에게
한 줄기 찰랑거리는 옷자락을 흘리고
번쩍 눈을 뜨며 뒤로 발랑 자빠졌다.
그곳에 가면 나의 오랜 서랍장 속의 일기를 볼 수 있다.
그 일기장을 열어 내가 아닌 서랍장의 모습으로
천천히 나의 커지는 시선을 볼 수 있다.
그곳에 가면 나는 나를 만나는
엉뚱하지만 그리운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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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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