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의 나그네는
이 길의 끝이 어디냐고
묻지 않습니다.
갈대를 동무삼아
흙바닥을 담요삼아
나무그늘을 지붕삼아
바람과 함께
풀피리 부는
시골길의 나그네는
이 길의 시작이 어디였지
돌아보지 않습니다.
텅빈하늘에 미소를
시냇물소리에 노래를
푸른잡초에 꿈을
바람에 담아
풀피리 부는
시골길의 나그네는
이 길의 길이가 얼마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저 한적한 시골길에
그대가 느낀 모든 것들과 뒤섞여
하얀색으로 퇴화된 고즈넉한
풍경화가 되어
느긋하게 걸음을 옮길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