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두려움이 있었으니.'
어느 날 우연히 들은 그 한 말이
가슴을 가득 울려와서 섬뜩하게 맴돈다.
악마 같은 신이 창조한 기원을 보니
피가 끓도록 심장에 다가온다.
그 깊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 이 소굴인데
한낱 천한 피조물이라고 벌레가 되지 않겠는가.
너희의 일상 속에 녹아든 더러운 웃음을 보아라.
그 웃음에 물든 돼지에게 성자도 바보도 없다.
너희의 몸속에 던져진 고통의 굴레를 보고
꿀꿀거리지 않을 성자도 바보도 없다.
심지어 축복이라는 고통 속에서 난 그 조그만 핏덩이도
너희의 추잡한 괴로움을 보고 행복해 미치지 않는가.
러브크래프트가 웃을 우울하기 짝이 없는 날이다.
돌아보지 말고 뚫어보아라.
너희 하나하나가 크툴루로서 돌아다니고 크툴루처럼 웃다가
최후에는 비대해진 몸과 목소리를 잃은
돼지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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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