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7 18:10

작부酌婦

조회 수 424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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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골목길을 뚫고 나오던 날.
 그 어두운 터널을 비집고 나오던 때.
 내 앞을 지나가던
 죽은 향기를 지닌 한 여자를 보았다.
 
 우수에 찬 눈에 수많은 과거가 지나가고
 짙은 화장 속에 몸에서 풍기던 자신의 꽃향기조차
 불사르듯이, 태워 없앤 그녀는
 나를 돌아보며 파리하게 젖은 웃음을 보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쉐리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치부만을 가린 빨간 드레스에 의지한 채
 정말, 시체같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가슴 깊이 일어나는 슬픔이 입을 달싹거리게 하고
 그녀의 눈과 말 하나하나마다 차가운 바람을 울리는데,
 벙하니 멈추어선 내 망가지고 초라한 모습을 훑어보고
 연민에 일그러진 미소와 함께 꽃은 잎을 내렸다.
 
 저 멀리 사라지는 희미한 꽃향기에 묻어나는 그것은
 눈물과 콧물로 얼룩진 하늘.
 어둑어둑 서러워지는 그 우리 안에서 비가 내려
 홍수가 되고 폭포가 되어 흘렀다.
 
 그리고 그 속에 한 마리의 개미가 된 나와 그녀는
 서로의 손을 잡을 줄 모르는 채
 깊고 어두운 흙탕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몸을 침전시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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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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