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변함없이 순수한 새가 되고 싶다.
이 세상에 홀로 타오를 수 있는 별이 되고 싶다.
이 세상에 잠깐 왔다 사라지는 번개가 되고 싶다.
이 세상에 영원한 인기척을 남기는 폭풍이 되고 싶다.
이 세상에 한없이 낮은 곳을 도는 차가운 바람이 되고 싶다.
이 세상에 깨알같이 남아 있는 빗방울이 되고 싶다.
이 세상에 소리 없이 펄럭이는 달빛이 되고 싶다.
이 세상에 조용히 떴다가 사라지는 달이 되고 싶다.
이 세상에 다 하나로 묶어 쏟아 내는 장마가 되고 싶다.
그저 장마처럼, 노래할 수 있는 세상, 짓궂게 왔다가 다 훌훌 털어버리고, 그제야 만난 높은 하늘을 향해, 발걸음 하나하나에 꽃이 피도록 그렇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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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