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글씨로 쓰여있다.
하나하나 얇은 천 위에
한땀 한땀 옮긴 붉은
붉은 이름.
아, 그래서 떨어지나니.
푸른 불꽃은 꺼지지 않고
조용히 명단을 지운다.
오로지 이름만 하늘을 맴돌고.
남은 재를 하늘로 하늘로
그리고 저 밑으로
끝까지
아래로.
그 아래로
푸른 물결 가득차 있는 그 어두운 곳으로.
이름은 잠긴다.
끝없이 침전한다.
그리고.
불꽃은 알고 있다.
물결도 알고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걸쭉하게 변해버린
침전물.
붉게 푸르게 번지나니.
그렇게 번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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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