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떠있는 고독한 달을 볼때면
마음이 울적해져 거리로 나옵니다.
집집마다 불이 꺼져있고 가게도, 가로등도 빛을 잃었습니다.
정말로 밤이라 생각되는 어둠에 서 있으면 신비하게도
바람을 느낍니다.
자동차가 오지 않는 도로에 서서 먼 길 끝을 보면
시원하고 향기롭고 청아한 소리가 들려오는
이름모를 바람이 붑니다.
나는 그 바람을 사랑합니다.
문득 밝아지는 느낌에 고개들어 하늘을 보면
환하게 빛나는 달과 어지러히 흔들리는
깜빡별이 있습니다.
내가 이 바람을 사랑하듯이 별도 달도 바람에 춤 춥니다.
어딘가에 방아찧는 소리가 들려 바람인가 하고 돌아보니
어젯밤 내린 빗물 위에 동그란 달 하나가 떠서
요란하고 활기찬 떡방아를 찧고 있습니다.
찬찬히 달이 부숴지고 그 위에 별이 떨어지는 걸 볼때면
나는 도로에 없나하고 해방을 느낍니다.
나와 같이 저 하늘로 올라갈
바람을, 별을, 달을 느낍니다.
바람이 그치고 달은 고독해지고 별은 흘러가고 나면
도로에 혼자 남아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새싹 돋는 소리가 나는
너무나 고독해진 아이가 웃으며, 고독히 웃으며
조용히 별과 바람과 달을 흘리며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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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