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꽃이 만발하기에는 이르지만
언젠가는 그 오색 숨결을 드러낼 것임을 알기에
꽃봉오리는 몸을 더욱 웅크린다
우리들 모두는 한 송이 송이의 꽃과 같다
모두들 피고 지고 하는 순간이 있다
회색 세상에 그 수수한 얼굴을 내보인다
아,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하여 진다
그것은 내년 그맘때쯤 다시 피어날
순백색 유전을 뜻함이다
향기로 대화하며 색으로 노래한다
벌과 나비는 그런 꽃을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받기에 꽃은 져 버리고 만다
꽃잎 하나 하나에 기억과 추억을 써내려가며
그 색조 하나 하나 씩을 떠내려보내고
그 잎맥과 물방울 하나 하나를 흩뿌려본다
붉은색 순결한 장미와 노오란색 활발한 개나리와 같이
나 또한 삶을 꽃처럼 살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아
꽃향기에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