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정말 춥다가, 따뜻해지다가,
가벼운 옷 하나 입을라치면
다시 추워지고 참 변덕스럽지?
너는 뭐하고 지내?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벌써 되게 옛날 일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꽤 오래전이 되어버렸네
푸른색 바다에서
하얀색 눈밭에 이르기까지
함께 했던 풍경들도
빛바랜 사진들 속에서만 숨쉬고 있지
하지만 요즘은 이상하게도
너 때문에 살아
기억 속 이야기들과는 다른 이유로
너를 그리며 살아가고 있어
매 아침마다 눈을 비비고
머리도 덜 말린채 집을 나설 때면
차가운 바람이 볼에 은근히 불어오곤 해
그 때마다
유난히도 차가웠던 너의 손으로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던 것이 생각나
기분이 좋아져
너 덕분에
이제는 더이상 슬픔이 아닌
기쁨으로 살아
미련이 아닌
추억으로 살아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
비참하다거나 괴로워할 이유랄 것도 없지
너를 애써 잊거나 지워야할 필요도 없지
너 덕분에
그 낡은 기억들과 아침 바람 때문에
힘들어도 살아
고마워,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