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고개를 창문으로 빠끔히 들이밀었다
서린 김에
밖이 잘 보이지 않아
손바닥을 쓱
불투명한 유리 사이
조그만 틈새로
창 밖을 본다
보이는 것은 마네킹
이른 새벽
버스가 멈추는 곳
족족
마네킹이 서 있다
칼바람이 눈을 안고
날아오는 오늘도
마네킹들은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서
자신을 태우러 오는
트럭을 기다리고 있다
곳곳에 튀긴
그들의 삶의 자국
페인트 묻은 바지도
예외는 아닐런지
마네킹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마네킹
결국 당신도
마네킹입니다
단지
페인트 묻은 바지만
입지 않았을 뿐이지
어쩌면 당신은
더욱 간단히 바스러질지도 모르겠네요.